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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함 배어있는 시민수행자들의 선불장

  • 수행
  • 입력 2022.11.24 22:21
  • 수정 2022.11.29 09:59
  • 호수 1659
  • 댓글 1

11월22일 안거 결제 재가수행자 50여명 정진 현장
새벽 4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정진…주말엔 철야도

서울 동작구 상도동. 퇴근길 경적 소리 가득한 대로변을 벗어나 굽이진 골목길을 10분쯤 들어가면 오래된 빌라들 사이로 우뚝 솟은 선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이곳엔 ‘시민수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11월22일 오후에도 50여명의 재가불자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어둑한 선방에 들리는 건 고른 숨소리와 “틱, 틱” 낮게 울리는 벽시계 초침 소리. 이윽고 작은 벨소리와 함께 입승보살의 죽비 3타. 잠시 기지개를 켠 대중들은 조용히 삼배를 올린 뒤 행선을 시작했다.

도심수행도량으로 손꼽히는 상도동 보문사(주지 지범 스님)는 지난달 130㎡(약 40평) 규모의 선원을 개원했다.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할 수 있도록 지상 1층은 시민선방, 2층은 스님선방으로 배치했다.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방사도 여러 개 마련해 선객들이 언제든지 묵어갈 수 있도록 조성했다. 동안거를 맞아 스님 8명과 시민 160여명이 방부를 들여 정진 가능한 날이면 선방을 찾아 화두를 잡는다. 미처 입방하지 못한 시민들도 때를 맞춰 찾아오기에 수행시간이 되면 정진 대중은 더 늘어난다.

보문사가 시민들에게 열린 참선 도량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주지 지범 스님의 오랜 노력이 배어있다. 지범 스님은 사부대중이 언제든 정진할 수 있는 수행처 조성을 목표로 2001년부터 참선법회·철야정진·자율정진 등 다양한 법석을 마련해왔다. 선지식을 찾아다니기 어려운 재가불자들을 위해 여러 차례 선지식을 초청해 대법회를 봉행하는 등 보문사는 도심 속 수행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낡은 시설과 선방의 부재로 주방이나 법당·거실 등에서 정진해야 했고, 2018년 더 많은 시민들이 맘 편히 수행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선방불사를 진행해 지금에 이르렀다.

지범 스님은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 가르침을 온전히 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도시 한복판에서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할 수 있는 대형 선방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불사였다”고 말했다. 또 “포교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말처럼 보문사를 서울을 대표하는 시민선방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문사의 동안거에 참여한 수행자들은 주지 지범 스님과 함께 벽을 보고 둘러앉아 화두 ‘이뭣고’를 참구한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예불 전까지 몸·마음을 다잡은 수행자들은 오전 5~7시·오전 9~11시·오후 2~4시·오후 7~9시 총 4차례 정진하며, 주말에는 철야정진도 진행한다. 지범 스님은 “오래 정진하면 누구나 몸이 굳거나 자세가 무너진다”며 “그럴수록 화두에 집중하다 보면 허리는 절로 세워지니 화두 참구를 멈추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날 입승보살로 수행을 지도한 윤주심(대원각·69) 불자는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와 명상이 주목받고 있는 오늘날, 접근성 좋은 수행처는 불교의 중흥을 일으킬 것”이라며 “훌륭한 선지식이 출현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와 방부를 들인 김정순(백련성·73) 불자는 “좋은 도량은 좋은 스승, 좋은 도반과 더불어 마음공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알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정진해 진리를 깨치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59호 / 2022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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