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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

“사진으로 불상이 간직한 평온·포용·자비 대중들에 전해지길”

2007년 일본 도다이지 거대 비로자나불 친견 후 불교에 매료
사찰·박물관 등 답사·촬영…50번째 생일엔 사찰 88개 순례도
한국사찰 중 월정사 기억 남아…명상서 오는 고요·평화가 매력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는 한국을 비롯해 많은 불교국가를 답사하며 불상들의 사진을 찍었다. 30년 넘게 찍어온 불상 사진들은 2021년 서울 공근혜갤러리에서 ‘반영’ 사진전을 통해 공개된 바 있으며 오는 1월28일 그의 50주년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Ⅱ’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2007년 일본 교토 도다이지에 모셔진 거대 청동 비로자나불을 보고 불교를 탐구하게 됐다”면서 “사람들이 불상 사진을 보고 평온, 포용, 자비를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제공=마이클 케나]

영국 태생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69)는 섬세한 빛의 변화를 흑백사진으로 담아낸다. 빛, 나무 등 자연이 만들어낸 경관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구조물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을 기다린 인내의 결과물이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호주, 프랑스, 미국, 한국 등 전 세계 600개 이상의 미술관과 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며 일부 작품들은 파리국립도서관, 워싱턴DC 국립미술관, 도쿄 메트로폴리탄사진박물관, 런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등이 영구소장하고 있다. 1981년 미국 이모젠 커닝햄상을 시작으로 1989년 패서디나 미적개발연구소상, 2000년 프랑스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등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소나무숲을 촬영한 ‘솔섬(Pine Trees)’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던 소나무숲은 그의 사진 덕분에 보존이 결정됐다. 삼척시는 소나무숲의 지명을 작품제목인 ‘솔섬’으로 정하고 관광명소로 지정했다. 

마이클 케나는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불상들을 지속적으로 촬영해오기도 했다. 1987년부터 일본, 한국, 라오스,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여러 불교 국가들을 순회하며 촬영한 흑백의 불상들은 대중들에게 평온과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30년 넘게 촬영한 불상 사진들은 2021년 서울 공근혜갤러리 ‘반영’ 사진전을 통해 처음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오는 1월28일 50주년 기념 사진전 ‘철학자의 나무Ⅱ’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렇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가 어떻게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또 어떤 면에 이끌렸는지 직접 들어보았다.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영국의 산업도시인 위드네스에서 태어난 나는 다섯 명의 형제가 있었음에도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종종 거리로 나가 모험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돌아다녔다. 기차역과 공장, 럭비장, 텅 빈 교회, 묘지 등을 좋아했는데 모두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였다. 사진작가로서의 안목을 넓히는 데 주요했던 시기였다. 이후 열 살 즈음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이애나 카메라를 받았다.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한 매우 기본적인 카메라였는데 날씨, 초점 등 몇 가지 설정이 있었고 사용하기 쉬웠다. 굉장히 애지중지했다. 한 번은 체스터 동물원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실수로 렌즈가 깨졌다. 나중에 다시 붙이고 계속 사용했다. 그러나 한 번 깨졌기 때문인지 카메라에 항상 이상한 빛샘 현상(바네팅 효과)이 있었고 여기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런던 런던예술대학에서 포토저널리즘, 패션, 스포츠, 정물화, 건축 등 다양한 대상을 찍는 방법을 배웠다. 이때 어렸을 적 영향인지 취미로 풍경사진을 찍곤 했다. 이 모든 일이 날 사진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본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면.
“사람과의 대화다. 50년 동안 43개국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번 주제가 달랐다. 그러나 주로 시각적 패턴, 흥미로운 추상화, 그래픽 구성을 가진 것들을 찾곤 했다.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재미있는 이미지가 등장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결과는 항상 좋을 수 없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친해질지,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호기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주제 즉, 대상이 스스로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언제 처음 방문했나.
“2005년 서울 화이트월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계기로 처음 방문했다. 이후 12차례 한국을 방문해 다양한 지역을 답사했다. 모든 여행이 흥미로웠으며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기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를 꼽기가 어렵다. 한국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빛이 부드럽게 확산되는 평화로운 아침이 나의 성향과 무척이나 잘 맞았다. 다만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아직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적인 풍경을 주제로 촬영하다 불교사찰을 찍게 된 계기는.
“1987년 교토 도다이지(東大寺) 대불전에 모셔진 거대 청동 비로자나불상이다. 당시 도쿄에서 개최된 사진전과 관련된 일정을 마치고 새로운 작품을 찍기 위해 여행하던 중이었다. 거대한 부처님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강한 경외심과 불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몇년 동안 불교사찰, 박물관 등을 찾아다녔다. 사찰은 매혹적인 분위기, 이국적인 향기를 가졌으며 과일, 꽃 등 특이한 이미지가 가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주문과 종소리가 함께 울려퍼지는 장소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불교의 기원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2003년에는 50번째 생일을 기념해 일본 시코쿠에 있는 사찰 88개를 한 달 동안 순례하기도 했다. 일본 진언종 종조 구카이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간 시코쿠 헨로 여행이었다. 사찰에서 기도하고, 명상하고, 염불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불교 국가들을 방문했나.
“구체적으로 세보지는 않았으나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을 다녔다. 프랑스 파리 기메국립아시아미술관은 전시된 유물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가를 해주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불상 사진들을 책으로 엮고 전시회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인도, 네팔, 파키스탄, 티베트와 같이 불교와 관련된 국가들의 풍경사진도 추가했다. 마침내 2020년 불교국가에서 찍은 풍경과 불상이 모두 들어있는 사진집 ‘붓다(Buddha)’를 출간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찰은 어디인가.
“한국에는 많은 매력적인 사찰들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이고 또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을 누리는 행운이 있었다. 설악산 국립공원 일대, 강원도 해안선, DMZ 지역을 답사하며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사찰들을 방문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찰을 꼽으라면 평창 월정사다. 당시 2005년 준비된 일정을 위해 서울로 돌아가기 전 방문했는데 부드러운 하얀 빛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장식된 월정사는 그 자체로 선물이었다. 눈이 내리는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던 시간은 진정으로 훌륭한 경험이었고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

▶불상 사진을 통해 대중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사찰을 포함한 예불, 기도 등 불교와 관련된 곳을 방문하는 것을 사랑한다. 불교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불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특별히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나의 불상 사진을 본 대중들이 평온, 포용, 자비 등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

▶2021년 공근혜갤러리 전시회 당시 “불교를 공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불교의 매력은 무엇인가.
“현대는 각양각색의 정보들을 다양한 출처로부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우리에게 선사하지만 동시에 시끄럽고, 복잡하고, 혼란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삶도 준다. 시간을 할애해 명상하면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소음과 산만함을 제거하는 것은 집중력과 창의력에 도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인들에게 불교가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최근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이 각광받는데 사진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제일 잘 알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는 성향 때문이다. 내 작업을 바꾸고자 하는 필요성이나 욕구를 느껴본 적이 없다. 어두운 방에서 흑백사진을 인화하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그 사진을 다듬고,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은 귀중한 보석이다. 이 과정은 일본 고야산에서 스님들과 함께 수행한 경험과 비슷하다. ”

▶‘좋은 사진’을 정의한다면.
“경이롭고 아름다운 장소를 찍어 대중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덧 나이가 많이 들었다. 건강한 상태에서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최근 일생에 걸쳐 찍은 사진들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프랑스에 기증했다. 43개국에서 인화한 사진 3683장, 다른 폴라로이드 사진 1280장, 책 87권, 1983년부터 2000년까지 인화한 6422장 등이 포함됐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답사하고, 촬영할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앞으로 마주하는 매 순간을 소중한 선물로 여기며 살고자 한다. ”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좋든 나쁘든, 마이클 케나로서 기억되고 싶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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