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고의 상을 받은 전현무씨가 시상식 후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양평 용문사였다. 1월6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는 ‘2022 MBC방송연예대상’ 다음 날 전현무씨가 용문사를 찾는 일상이 그려졌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대상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공간이 용문사다. 힘든 시기에 시청자, 네티즌에 질타를 받을 때, 마음이 너무 힘들 때 템플스테이를 했다. 기댈 곳이 없어서 나 좀 도와 달라는 마음으로 찾았던 곳에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현무씨는 7년 전 템플스테이가 방송 인생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2015 SBS 연예대상’ ‘서울가요대상’ 등 시상식 MC를 맡았던 그는 더 재밌게 진행하려다 의도치 않은 말실수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잘하려 애쓸수록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괴롭고 답답해하던 전현무씨는 스스로 용문사를 찾았다. 그의 첫 템플스테이가 2016년 2월12일 방영된 ‘나 혼자 산다’에 담겼다. 바삐 움직이던 일상을 멈춘 그는 연잎밥을 만들고 범종을 치며 예불하고 108배하는 단순한 일정을 보냈고 사색하고 성찰하는 시간도 가졌다.
당시 용문사 주지 보인 스님은 저녁 예불 직후 나눈 전현무와 짧은 대화에서 “욕망 찌꺼기 버리는 게 행복의 길”이라며 “바라고 원하기보단 마음을 비우고 던져 놓고가라”고 조언했었다. 또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지륜 스님은 부정적 여론으로 지친 그에게 시종일관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든든한 도반을 자처했다. 그의 생애 첫 108배를 돕고 “국민 MC로 거듭 나달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전현무씨는 지륜 스님에게 묵었던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스님의 애정어린 조언이 이어지자 참았던 눈물도 보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인에게도 터놓기 힘든 고민이었다. 혼자한 속 앓이를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조용한 공간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었다. 또 “응어리를 털어놓고자 왔는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앞으로의 방송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덧붙인 바 있다. 템플스테이 일정 끝에 받은 은행 나뭇잎 모양 소원지에 ‘앞만 보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따뜻한 MC가 되겠다’를 적었다. 자신에게 쓰는 편지에선 “스님과의 차담 덕에 나 자신을 돌아봤다. 오늘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실제 2016년 전현무씨는 논란을 딛고 다시 한번 시청자와 만났다.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질문으로 던지는 MC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도를 넘는 멘트나 무리수 유머는 자제했다. 결국 매너와 재치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로 논란을 완전히 극복해 냈다. 이듬해 ‘2017 MBC 방송연예대상’도 받았다. 그에겐 두 번째 대상인 ‘2022 MBC 방송연예대상’은 다수가 예측했을 만큼 ‘이견 없는’ 수상자였다. 한층 자연스러워진 모습이 시청자들 ‘웃음 코드’를 저격했고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시청률과 재미를 모두 잡았기 때문. 논란부터 대상까지 일련의 과정은 대중에게 남다른 울림을 남겼다.
‘비호감’ 티를 싹 씻고 ‘사랑받는 예능인’으로 거듭난 그는 용문사 대웅전 부처님과 1100년 된 경내 은행나무(천연기념물)에 절하며 “7년 만에 와서 인사드립니다. 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평안을 얻어갔습니다. 감사합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선 “기도해서 잘 됐으면 감사를 표하러도 와야지. 필요할 때만 ‘해주세요’ ‘해주세요’ 하는 게 송구스럽다고 생각했다”며 방문 계기를 밝혔다.
이날 방송에선 7년 전 만났던 보인 스님과 지륜 스님을 찾는 모습도 그려졌다. 하지만 만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소원지에 “지난 번 와서 심신 안정을 얻었고 약속 드린대로 베푸는 MC가 되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잘 보살펴 달라”고 적은 뒤 은행 나무에 걸었다. 전현무씨는 “용문사는 슬프거나 기쁘거나 언제 방문해도 마음에 평안을 주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자리에 선 그가 사찰을 찾아 초심을 되새기는 모습은 시종일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나 혼자 산다’ 시청률은 9.9(수도권 기준)%로 금요일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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