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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안목 깊어진 통찰 담은 7권의 사유 결정체

  • 교학
  • 입력 2023.01.13 19:04
  • 수정 2023.01.13 19:11
  • 호수 1665
  • 댓글 1

김성철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교수
정년 앞두고 7권 회향시리즈 완간
“신앙적 불교학 필요” 누누이 강조
마지막 책 ‘체계불학’서 해답 제시

김성철 동국대 교수가 엮어낸 7권의 단행본. 왼쪽부터 ‘역설과 중관논리’(2019년 11월 발간), ‘공과 윤리’(2021년 4월), ‘선불교의 뿌리’(2021년 9월), ‘원효의 논리사상과 판비량론’(2022년 10월), ‘사회속의 불교는 불교속의 사회’(2022년 7월), ‘불교적 심신의학과 생명윤리’(2022년 11월), ‘체계불학–신념체계로서의 불교학’(2022년 12월).
김성철 동국대 교수가 엮어낸 7권의 단행본. 왼쪽부터 ‘역설과 중관논리’(2019년 11월 발간), ‘공과 윤리’(2021년 4월), ‘선불교의 뿌리’(2021년 9월), ‘원효의 논리사상과 판비량론’(2022년 10월), ‘사회속의 불교는 불교속의 사회’(2022년 7월), ‘불교적 심신의학과 생명윤리’(2022년 11월), ‘체계불학–신념체계로서의 불교학’(2022년 12월).

김성철 동국대 와이즈(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가 25년 간의 방대한 연구·강의 내용을 7권으로 집대성하는 일을 최근 마무리했다. 회향시리즈를 끝마친 그는 “정년퇴임 직전에 불교학자로서의 삶을 일단락 짓는 작업을 완성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년을 3년 앞둔 201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6편의 논문을 7권의 단행본으로 부지런히 묶어냈다. 흩어진 연구를 정리해두면 후학이 활용하기 좋겠다는 ‘배려의 결실’이다. 더 넓어진 안목과 깊어진 통찰을 7권에 한껏 담아냈다. 

김 교수의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대 치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동기였던 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다 돌연 1987년 동국대대학원에 들어갔다. 서점에서 우연히 본 운허 스님의 ‘능엄경’이 계기였다. “여래의 지견을 얻으면 생사의 미혹에서 벗어난다”는 구절에 그는 탄복했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불교학을 공부했다.

‘나가르주나의 운동부정론’(1989)으로 석사학위를,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1997)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용수의 ‘중론’을 비롯해 ‘회쟁론’ ‘백론/십이문론’ 등을 우리말로 옮기고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중관학 입문서인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은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역작이다.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 연구’ 등 3권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고 ‘승랑-그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는 한국연구재단의 10년을 대표하는 뚜렷한 성과로 평가됐다.

저명한 중관학자로 거듭났지만 전공에 얽매이진 않았다. 학문을 신행으로 연결시키려 노력한 덕이다. 사회와 불교계가 당면한 문제는 곧 그의 학문의 주제였다.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했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재가 불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불교NGO 활동의 이론도 모색했다. 9년 전엔 사람의 몸에 촉각자극을 일으켜 수행능력 정도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내는 기계(사띠미터)도 처음 개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교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많은 회원을 확보한 한국불교학회의 제23대 회장을 맡았고 가산학술상(1996), 불이상(2004), 올해의 논문상(2007), 청송학술상(2012), 반야학술상(2020), 탄허학술상(2021)도 받았다.

불교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앙적 불교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티베트의 ‘보리도차제론’을 우리 현실에 맞춰 주창한 ‘체계불학’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서구에서 발전해 역수입된 현대 불교학엔 ‘신앙’이 결여돼 있다”고 누누이 지적해 왔다. 

회향시리즈 마지막 책인 이번 신간 ‘체계불학’이 김 교수의 사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독교 신학에서 ‘조직신학’을 중시하듯, 신앙과 수행의 지침서인 ‘체계불학’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체계불학(Systemtic Buddhology)이란 단어도 김 교수의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단어다.

이외에도 “깨달음은 무엇인가” “불교학자 역할은” “출가자에게 노동은” “출가자와 재가자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無)란 무엇인가” 등등 근원적 의문은 물론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그렇다고 답이 쉬이 떠오르지는 않는 물음에 명쾌한 해답을 달았다. 

재가불자를 위한 실용적 조언도 하고 있다. 바로 ‘지계행(持戒行)’이다. 계를 지키는 행위가 없다면 선정에 들 수 없고, 계행을 갖추지 않은 수행자가 선정을 닦는 건 외도(外道)의 좌선에 불과하다는 것. 장아함 ‘유행경’에서 세존이 설한 지계의 다섯 가지 공덕을 언급하며 “계행은 인과응보 법칙이 지배하는 욕계(欲界)에서 세속적 복락을 얻을 수 있는 수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퇴임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특강에서 70여명 학생들에게 직접 디자인한 단주 호계주(護戒珠)를 선물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최근 완간된 이 7권의 ‘회향시리즈’에는 신심 깊은 불교학자가 일생 탐구한 깊은 혜안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렇기에 불교학자만이 아니라 불교에 입문하는 초학자에도,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오랜 기간 갈고 닦아온 내공으로 ‘인생 2막’을 맞이할 그의 행보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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