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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바다로 출항하는 30대의 네비게이션

  • 출판
  • 입력 2023.01.16 14:45
  • 호수 1665
  • 댓글 0

서른 즈음, 꼭 읽어야 할 금강경
정운 스님 지음 / 민족사 
342쪽 / 1만8000원

‘학생’의 보호막 사라지고 ‘냉혹한 사회’에 홀로서야 하는 청춘들에
올바른 길 찾는 ‘지혜’와 머무름 없이 ‘실천’하는 힘 보여주는 지침서

정운 스님은 ‘법화경’을 포용력의 50대, ‘금강경’을 젊은 감각의 30대에 비유했다.
정운 스님은 ‘법화경’을 포용력의 50대, ‘금강경’을 젊은 감각의 30대에 비유했다.

 

연령별로 가장 선호하는 세계문학작품 조사 결과 30대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1위를 차지했다. 인간의 욕망과 그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이 30대들의 ‘최애’라는 결과는 그들의 관심과 고민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옛사람들은 ‘서른’을 ‘이립(而立)’이라고 불렀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엔 ‘이립’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다. 마음에 확고하게 도덕을 세우기에는 마음 자체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학생이라는 안전한 신분의 보호막이 사라진 나이, 친절하지 않은 사회에 홀로서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에 경제적으로도 자립해야 하는 시기. 사회는 생각보다 냉혹하고, 내가 가진 것은 여전히 미약하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기에는 청춘이 아깝고, 청춘을 만끽하기에는 앞날이 안갯속 같다. 그래서 30대는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운 스님이 ‘금강경’ 앞에 ‘서른 즈음, 꼭 읽어야 할’이라는 부연을 붙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뇌하는 30대에게 ‘금강경’이 삶의 지혜를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경전이 될 것이라며 ‘필독’을 권한다.

정운 스님은 책의 머리말에서 “경전 가운데 ‘법화경’을 사람으로 볼 때 50대의 포용력에 비견한다면, ‘금강경’은 불법의 젊은 감각이 담겨 있어 30대에 비견된다”며 “‘금강경’은 불법의 최고 정수를 담고 있음이요, 대승불교의 이정표”라고 강조한다. 또 “불자든 비불자든 ‘금강경’은 인생길에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삶의 지침서”라며 “승속을 떠나 이 경전은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역설한다. 삶이 힘겨운 모든 이들이 순간순간 올라오는 오만 가지 번뇌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금강경’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저자 정운 스님은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대원사 선방 등에서 안거했다. 미얀마에서도 1년간 수행했다. 동국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의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는 교육아사리이며,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붓다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를 비롯해 ‘붓다의 가르침’ ‘맨발의 붓다’ ‘중국사찰기행’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특히 ‘경전숲길-한 권으로 읽는 경전’ ‘명상, 마음 치유의 길’ ‘그대와 나, 참 좋은 인연입니다’ 등은 문화관광부 선정 ‘세종도서’로 선정되며 대중과의 소통력도 인정 받았다. 

‘30대의 네비게이션’이라고 ‘금강경’을 소개한 정운 스님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길 안내를 위해 그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내공을 이 책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금강경’ 32품을 소개하며 단어와 교의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고사와 선어록, 관련 경전까지 방대한 자료들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모습은 그간 스님이 이어온 수행과 연구, 소통과 교감의 보폭을 보여준다. 

책의 첫 장인 ‘금강의 장’에서는 ‘금강경’이 어떤 경전이고, 누가 역경 했으며, 왜 조계종의 소의경전이 되었는지 등 ‘금강경’의 배경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금강경’의 핵심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풀이해 경에 대한 접근을 돕는다. 

이어지는 ‘반야의 장’과 ‘바라밀의 장’에서는 ‘금강경’ 32품에 대한 한문 원전과 번역, 해설이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보충 해설도 한다. 각 품에 이어지는 선사들의 일화와 법문, 불교사에 대한 부연은 경전의 가르침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며 어떤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금강경’을 대표하는 경구 가운데 하나인 ‘응무소주 이생기심’은 육조 혜능 스님이 이 구절을 듣고 출가해 유명해졌으며 이후 선종의 수행자들이 수행의 목표로 삼기도 했다. 무주상, 곧 무심을 강조해 선종의 목표를 드러내는 이 구절을 설명하며 정운 스님은 ‘유마경’에 등장하는 천녀와 꽃잎의 비유, ‘전심법요’에 실려 있는 황벽희운 선사의 ‘갠지스 강의 모래 비유’를 들어보인다. 또 부처님과 해공제일(解空第一) 수보리존자와의 대화형식을 통해 ‘공(空)’ 사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금강경’에 ‘공’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 경전의 핵심이 ‘실천행’에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한다. 

파도가 멈추지 않는 고해(苦海)를 향해 이제 막 돛을 올리는 3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 올바른 길을 찾는 지혜와 머무름 없이 실천하는 힘이 ‘금강경’ 속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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