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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띠수행 강선숙(심자재·59)-상

기자명 법보

시어머니 신심에 불교와 인연
서울 길상사서 공부하며 수계
포교사고시 합격 후 사띠 수행
군포교 동참해 수행으로 전법

심자재·59
심자재·59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기가 들어온 시골마을에서 자랐던 나는 같은 반 도시아이처럼 하얀 피부를 뽐내던 전도사의 딸과 친해지기 위해 교통수단도 없는 길을 1시간30분씩 걸어 교회에 찾아갔다. 남편과 결혼한 26살이 되던 해까지 교회를 다니던 나였다. 그러던 어느 해, 시어머니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당신이 다니시는 조계사를 가자고 했다. 시어머니 말씀이니 ‘한번 따라갔다 오지 뭐’ 하는 심정으로 시작된 길이다.

시어머니는 새벽 4시에 도착해 제일 좋은 자리에 촛불을 켜고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을 향해 두 팔로 큰 원을 그렸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끝도 없이 절을 하시는 시어머니를 법당 밖에서 우두커니 바라봤고, 그렇게 3년을 따라다니며 시어머니의 헌신적인 모습에 조금씩 젖어 들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시어머니는 병석에 눕게 됐고 절에 다니는 것도 어려워졌다. 시어머니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남편과 같이 성북동에 있는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를 찾은 날 “보살님들, 다들 집안 단속, 가족들은 다 챙겨놓고 절에 오신 겁니까? 집안은 엉망으로 해놓고 절에 와서 봉사하네 하는 것은 절대 불자로서 할 일이 아니에요. 만약 지금 여기에 그런 분이 있으면 당장 돌아가세요”라는 법정 스님의 법문이 책으로만 불교를 만났던 내게 현실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그날 길상사 일주문 안에 불연의 뿌리를 살짝 내려놓고 1년에 한 번씩 ‘초파일 불자’의 길을 들어서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15년 동안 만성췌장염으로 1년에 2~3번은 병원에 입원하며 직장을 다니다 스트레스성 우울증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몸도 아팠지만 내가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마음의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길상사가 생각났다. 부처님께서 자비로운 품안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남편에게 길상사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안내를 받아 발을 디딘 곳은 새 신도들을 교육하는 곳이었다. 온몸으로 울며 처음 불렀던 찬불가 ‘보현행원’의 기억이 또렷하다. 나를 소개하는 시간에는 “죽을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이곳에 왔다”며 울고 또 울었다. 다음날 병원에 입원하고 끝도 없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힘들어할 때 새신도교육회를 이끌던 보현행 보살님과 공성 거사님이 손을 내밀어 곁을 지켜주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퇴원 후에는 길상사를 다니며 새신도교육회에서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다.

불교대학에서 입문과정을 수료하고 ‘심자재(心自在)’라는 법명을 받았다. 포교사고시에 합격하며 수많은 경전을 빨리 공부하고픈 조급증이 돋았다. 짧은 기간 무늬만 번지르르한 불자가 된 것이다. 스님에게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조급함을 내려놓았다. 이후 근본불교를 공부하면서 알아차림 사띠 명상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사띠는 ‘마음챙김’이다. 매 순간 변화하는 마음이 당연한 것임을 알고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도해주신 스님에 따르면 마음을 대상으로 정진하다 보면 무상·고·무아 3가지 진리를 알 수 있는데, 매 순간 이 3가지 진리를 알아차리는 것이 사띠 명상이다. 눈을 감고 들숨, 날숨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며 아픈 몸에서 오는 조급함과 잡다한 걱정을 내려놓았다.

또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됐다. 부족한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을 누렸던 태자의 삶을 버리고 출가를 하셨던 부처님. 6년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까지 분소의를 걸치고 맨발에 발우를 들고 탁발하며 가장 낮은 자의 삶을 살았던 그 모습, 그 자체에 경전의 모든 가르침이 들어있었다.

2년간의 수행 경험은 포교로 이끌었다. 특히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중요하다 여겨 군포교에 뛰어들었다. 포교사를 지원할 때 ‘초코파이 하나에 종교를 오가는 용사들이 아닌, 좋은 법이자 이 세상 최고의 진리인 부처님 가르침 따라 법당에 올 수 있도록 전법하겠다’고 다짐했다. 

포교사가 되어 서울지역단 북부군1팀 소속으로 처음 군법당에 가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용사들을 마주하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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