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경전은 부처님의 직계 제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구전한 것을 토대로, 기원전 1세기 스리랑카에서 경율론 삼장 전체를 팔리어로 엮어 전승한 경전이다. 현재 남방불교의 중심에 서 있는 ‘팔리율’은 북방불교의 5대 광율(廣律)인 ‘오분율’ ‘사분율’ ‘십송율’ ‘마하승기율’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등과 같이 전체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율장이다.
‘팔리율’은 19세기 말 영국의 팔리성전협회에서 전체 5권으로 영역하여 결집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 1권은 마하박가(출가, 구족계, 포살 등 승가의 일상 계율), 2권은 출라박가(승가에서 발생하는 처벌조항과 의무), 3권과 4권은 비구와 비구니의 수타 비방가(계율 낱낱의 조문), 5권은 파리바라(계율의 보충설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팔리율은 1940년 일본에서 완역됐고, 이후 대만에서 한역돼 ‘남전대장경’에 실렸는데, 전체 5권, 총 56권으로 구성돼 있다. 책은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십송율’ ‘마하승가율’ 등 초기 북방불교의 율장 국역 작업을 해온 조계종 교육아사리 보은 스님이 남방불교 율장을 ‘남전대장경’의 분류체계에 따라 1권부터 5권까지 나눠 번역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같은 율장이지만 ‘팔리율’과 북방불교의 율장의 차이점은 현장감에 있다. 한역 율장은 중국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번역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소 변화된 측면이 있지만 팔리율은 직접 옆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서술하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
팔리율의 내용과 구성은 상좌부 율장인 ‘사분율’ ‘십송율’ ‘마하승기율’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에서 결집되었던 내용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으나, 한역의 율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집의 문제는 부파불교 시대에 각 부파의 종지를 따라서 율장을 결집하면서 부분적으로 발생한 변화들을 남방불교의 율사들이 지속적으로 수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팔리율의 계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구 계율은 4바라이, 13승잔, 2부정법, 30니살기바일제, 92바일제, 4바라제제사니, 75중학법, 7멸쟁법 등이 있어 227계목으로 구성돼 있고, 비구니 계율은 8바라이, 17승잔, 30니살기바일제, 166바일제, 8바라제제사니, 75중학법, 7멸쟁 등이 있어서 311계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구성은 한역과는 차이를 보이는데 율장결집의 초기시대의 형태를 잘 간직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인도 초기불교의 계율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핵심 사상과 내용들은 오늘날 승가에서도 여전히 지켜야 할 유용한 것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66호 / 2023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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