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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으로 찾아낸 20세기 한국불교의 풍경들

  • 출판
  • 입력 2023.02.06 14:05
  • 호수 1667
  • 댓글 0

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한국불교 1, 2
한국의 근대불교문화사진 아카이브 편찬
1권 1만6000·2권 2만1000원
동국대출판문화원

일제강점기~1970년대 ‘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한국불교 1, 2’ 출간
동국대 ‘한국의 근대불교문화 사진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 성과
사찰·스님·기관·단체 소장 사진 4만여점 수집…209장 선별 수록

서울 홍제천변에 맞닿아 있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사진. 일제강점기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서울 홍제천변에 맞닿아 있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사진. 일제강점기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금각산 신계사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일제강점기 금각산 신계사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1960년대 개심사 돌계단으로 물을 길어 나르는 스님들 사진. 
1960년대 개심사 돌계단으로 물을 길어 나르는 스님들 사진. 

20세기 근현대 한국 사찰의 풍경과 인물, 중요했던 행사와 일상 등 글이나 말로는 재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진자료집이 출간됐다.

‘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한국불교 1, 2’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진행한 ‘한국의 근대불교문화 사진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책임연구 황순일. 이하 아카이브 프로젝트)’ 결과물의 일환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불교계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수집, 분류해 총 209장을 수록했다.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의 토대연구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5년간 진행됐다. 총 21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기존에 출판된 책과 신문기사에 수록된 사진을 포함, 전국의 사찰과 스님, 기관, 단체 등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과 관련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총 4만여점의 사진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선별 과정을 거쳐 17곳의 개인과 단체로부터 제공받은 사진 209장을 책에 수록했다.

‘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한국불교’ 1권 일제강점기 편에는 19세기 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사진으로 49장의 엽서사진을 포함 총 84장의 사진이 실렸다. 울타리 하나 없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의 설악산 진신사리탑과 너와지붕으로 덮여 있는 봉정암의 생경한 모습을 시작으로 축대 위에 자리한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홍제천변 자갈밭에 맞닿아 있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 사부대중이 줄을 맞춰 늘어선 채 구례 화엄사 대웅전의 불상을 이운하는 모습 등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던 옛 사찰의 모습과 풍습을 보여준다. 특히 허물어지고 퇴색한 듯한 사찰 전각들과 수행공간에서 관광명소로 변질된 듯 유독 많은 수학여행 기념사진, 그리고 대웅전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본군들의 모습 등은 고단했던 시절의 아픔이 사찰에 고스란히 전해졌음을 말해준다. 이밖에도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이전 북녘에서 촬영된 신계사 표훈사, 마하연 등 금강산 소재 사찰들 사진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진 125장이 수록된 2권에는 왜색불교를 청산하고 수행공간, 그리고 수행자의 제 모습을 찾아가는 불교계의 변화가 곳곳에 드러난다. 1950년대 불교정화운동을 통해 왜색불교를 청산하며 오늘날 한국불교의 토대를 일군 큰스님들의 모습를 비롯해 방금 수계(受戒)한 스님들의 굳센 표정, 용맹정진하던 스님들이 잠시 한담을 나누는 방선의 순간, 지금만큼이나 흥겨움이 느껴지는 부처님오신날이 풍경들도 등장한다. 불상 복원과 전각 신축불사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적지 않아 이즈음 한국불교 또한 ‘재건’의 시기를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또 사찰에서 봉행된 각종 법회 및 행사 등을 기록한 사진들과 옛 스님들의 모습은 당시 신행의 형태와 스님들의 교류 및 일상까지 전해주고 있어 소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동국대 건학위원장 돈관 스님은 “사진은 한 순간을 기억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과거를 보존해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유용한 물건”이라며 “책에 실린 사진들은 평탄하지 않았던 우리 사찰과 한국불교의 20세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금과는 다르고 잊혀진 사찰의 옛 모습과 문화재의 이동, 복원과정, 그리고 이름 없는 스님들의 소박한 생활상까지 담겨 있는 사진들을 수집, 정리한 이번 성과는 한국불교 근현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성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카이브 프로젝트 책임연구를 맡은 황순일 교수는 “책에 수록된 사진은 209장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자료는 총 4만여점이며 모든 사진은 불교학술원 근현대불교사진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고해상 파일과 함께 촬영장소, 시기, 인물 등 상제 정보를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5년간의 프로젝트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사진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찰이나 스님, 문중 등의 연락이 늘어났지만 프로젝트 기한이 마무리되면서 더 많은 사진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사진에 얽힌 사연과 내용 등을 기억하는 스님과 관계자들이 고령으로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사찰이나 문중, 단체와 개인 등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을 디지털화하고 정보를 기록해 한국불교의 소중한 역사가 담겨 있는 사진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학술원 근현대불교 사진 아카이브는 3월 이후 사진 제공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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