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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퀴어 콘텐츠들 등장...차별금지법 공감대 확산될까

  • 사회
  • 입력 2023.02.07 09:56
  • 수정 2023.02.10 15:21
  • 호수 1668
  • 댓글 2

국민들 OTT 이용률 72.0%…제약없는 플랫폼으로 이동
사회 영향력 증가…소수자 중심 예능·드라마 제작·인기
불교계 “소수자, 주체적인 삶 살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

[남의연애 유튜브 채널 캡쳐]
[남의연애 유튜브 채널 캡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커지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속속 제작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공감대 확산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과거 금기시되던 ‘퀴어’ 콘텐츠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왓챠(Watcha)는 BL(보이즈 러브) ‘시맨틱에러’(저수리 작)를 원작으로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를 제작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웨이브(Wavve)는 국내 최초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룬 리얼리티 예능 ‘남의 연애’ ‘메리퀴어’ 를 선보이면서 한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일각의 반발이 여전히 크지만 ‘퀴어’가 잘못된 것이고,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세계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로 인식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OTT 이용률이 7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방송사에서 제작한 드라마나 예능을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형태에서 시간·공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OTT로 중심이 옮겨간 것이다. OTT는 작품 제작에 있어 공중파와 달리 제약이 적어 구독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사회에서 터부시하던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작품이 OTT를 중심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되는 배경이다. 여전히 성소수자를 다룬 콘텐츠 폐지 촉구, 삭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요구하는 특정 종교단체의 집단시위가 있지만 OTT 특성상 큰 제제 없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로까지 이어져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불교계는 이러한 현상이 17년 동안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은 “OTT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드라마, 예능 제작이 많아졌다. 이는 사회가 소수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성소수자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 언어, 종교, 성적지향, 정치적의견,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이 법안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그러나 기독교계 등이 거세게 반대함에 따라 국회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거나 자진 철회하는 등 국회 내 차별금지법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시간만 흘렀다.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공청회가 열렸으나 이마저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에 그쳤다.

종교계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앞장서 온 것은 불교계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대상 법회 진행, 퀴어 축제 참여, 오체투지, 지하철 캠페인, 릴레이 기도회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이러한 노력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종교계·시민계를 대표해 사노위 위원장 지몽 스님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조계종 차원에서도 성명서를 내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존엄하고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부처님 가르침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뜻과도 계합돼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간담회에서 종단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어 불교계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Wavve) 유튜브 채널 캡쳐]
[웨이브(Wavve) 유튜브 채널 캡쳐]

차별금지법 제정이 17년간 답보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성소수자들은 편견과 혐오 속에서 소외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보호해주는 사회제도의 부재로 생긴 문제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양한 노력들로 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고, 성소수자들도 벽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퀴어 예능이다. 자신의 성적 성향을 당당히 밝히며 방송에 출연해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여자에서 남자로 성별 정정 준비 중인…레즈비언입니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메리퀴어’ 진행자 신동엽조차 “프로그램 제의를 받고 깜짝 놀랐다. 드디어 진짜 우리사회가 달라졌구나.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구나”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메리퀴어’‘남의 연애’ 등은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담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만 보여주진 않는다. 연애 예능답게 젊은 청춘들이 사랑을 나누고, 밥을 먹고, 대화를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이성애자들의 사랑과 성소수자의 사랑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OTT 콘텐츠들은 예능에 한국 사회 변화를 담아냈고, 구독자들에게는 성소수자들의 평범한 모습과 흐름을 보여주며 편견을 깨뜨리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노위 위원장 지몽 스님은 “예전에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기도 어려웠고, 용기 내 사회에 나와도 매장당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예능과 드라마까지 나오게 됐다. 이는 법 제정에 다가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법 제정에 있어 아직도 걸림돌은 많다. 인식이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OTT 예능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환기시키는데 긍정적인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는 모든 인간에 대한 보편적 평등성과 인권을 강조한다. 아픔과 냉대 속에 살아갈 장애인, 여성, 아동, 성소수자 등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하다. 사노위는 올해 차별금지법 단체들과 연대해 캠페인을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오체투지, 기도회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 평등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노위 주관 성소수자 법회를 이끌었던 다르마명상심리센터 대표 효록 스님은 “불교는 무작정 욕망을 좇는 게 아니라 욕망의 속성을 들여다보고 통제하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불교계가 지향하는 것은 동성애의 권장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임이다. 부처님께서도 출가하는 사람들의 성적 다양성을 깊이 이해해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앞으로도 우리 불교계는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68호 / 2023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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