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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 발간

  • 성보
  • 입력 2023.02.16 09:32
  • 수정 2023.02.16 16:26
  • 호수 1669
  • 댓글 0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연구포털서도 공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이 2월13일 국보·보물로 지정된 주요 문화유산 13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

책자는 2017년부터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조사한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문화재청은 법으로 정해 2006년부터 국가지정문화재 보존 상태와 보관 환경에 관한 정기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중 ‘순천 송광사 소조사천왕상’을 조명한 김희진 연구원에 따르면 송광사 사천왕상은 세조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천왕문과 사천왕상이 훼손돼 1609년(광해군 1) 천왕문이 중수되고, 1628년(인조 6) 사천왕상은 중조(重造)됐다.

사천왕상 방위를 둘러싼 의견도 분분했다. 하지만 2004년 복장의 봉함목(封緘木)에 ‘비파 든 천왕이 북방’임을 밝히는 묵서명이 발견되면서 방위 분석의 근거가 됐다. 천왕문 입구에서 오른쪽이 ‘북방 다문천왕’ ‘동방 지국천왕’이고, 왼쪽이 ‘서방 광목천왕’ ‘남방 증장천왕’이다.

중수 당시 응원(應圓) 스님이 조각승 13명을 이끌고 사천왕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표정·갑옷·지물·장식 등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게 없는 걸작이다. 악귀를 깔고 앉아 눈을 부릅뜬 고압적인 각도 뿐 아니라 살짝 숙인 머리와 그 무게를 견디는 안정감 있는 목·어깨 구조, 사실감 있는 손톱까지…. 흥미로운 건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등장한 ‘서방 광목천왕’의 왼손에 작은 동물이 숨어 있단 사실. 김 연구원은 이를 몽구스(보서·寶鼠)라고 소개하며 “거대한 천왕의 기세에 눌린 듯 애처로운 표정을 짓지만 티베트 불교에선 입에서 재물을 토해 낸다는 ‘길상’의 동물”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호탕하면서도 자애로운 사천왕상의 각 특징을 ‘디테일’하게 짚은 뒤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은 뒤 중수된 사천왕상엔 생존을 바라는 백성들의 절실한 마음과 나라를 지켜달라는 호국의 의미가 담겼다”면서 “험상 궃음 속에서도 백성을 향한 애잔하고 따듯한 눈빛이 느껴진다. 송광사를 찾으면 그 눈빛을 꼭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현장감 있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집필에 참여한 연구진은 신주혜·박진희·박윤희·김보민·김희진·이아름·신관호·박지영·이종숙·송혜민·손명희·김명주·박형빈씨다. 이들은 1원짜리 참기름병이 국보가 된 사연,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어두운 밤을 이용해 커다란 영정함 두 개를 실은 수레를 끌며 끝까지 지켜낸 후손의 노력, 불교미술 전공자가 사찰 문화유산의 정기조사를 맡으면서 느끼는 ‘덕업일치’의 기쁨, 딸이나 아들‧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고 나눈 재산 상속과 분배 문서인 ‘분재기’를 통해본 사회상의 소회 등을 소개한다. 이때 각 유물의 세부 모습과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조사 장면은 덤이다.

책자는 문화유산 조사와 보존·관리에 도움을 준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https://portal.nrich.go.kr)에도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이번 책자를 통해 문화유산의 국보·보물 지정 이후 관리 과정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미술·기록 문화유산이 안전하게 전승되어 국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현장 조사와 심층 연구를 병행해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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