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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국사 탑비’ 등 보물 4건 탁본…고승 연구 새 단서 찾을까

  • 성보
  • 입력 2023.02.23 10:05
  • 수정 2023.02.23 10:32
  • 호수 1670
  • 댓글 0

‘현오국사 탑비’ ‘혜소국사 비’ ‘중초사지 당간지주’ 등 4건 조사
문화재위원회, 불교중앙박물관 탁본 허가신청에 “조건부 가결”

보물 '수원 창성사지 진각국사탑비'. [문화재청]
보물 '수원 창성사지 진각국사탑비'. [문화재청]

고려 후기 부석사 주지를 맡은 진각국사 천희 스님(1307~1382)의 탑비 탁본 조사가 시작된다.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이 ‘수원 창성사지 진각국사탑비’와 ‘용인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 등 보물 4건의 금석문(金石文·종이나 비석 따위에 새긴 글자)을 탁본한다. 주요 탑비 조사로 고승(高僧) 연구에 새로운 단서를 찾을 지 주목된다.

2월23일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위원장 전영우)는 최근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미등 스님)이 ‘수원 창성사지 진각국사탑비’를 포함한 보물 4건의 탁본을 허가해달라고 낸 신청에 조건부 가결했다.

탁본은 불상이나 비석 등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종이에 떠낸 것을 뜻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탁본 또는 영인(影印·원본을 사진 등의 방법으로 복제하는 것)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때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문화재위원회는 조건부 가결 결정과 관련, “사전에 (유물을) 안정화하는 조치를 하고 세척 과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작업 과정의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원 창성사 터에 있는 진각국사 탑비는 천희 스님의 13세부터 76세까지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우왕이 시호를 ‘진각국사’, 탑명을 ‘대각원조탑’이라 내리고, 이색(李穡·1328~1396)에게 비문을 짓도록 했다. 글씨는 혜잠(惠岑) 스님이 새겼다. 탑비는 지대석 위에 직사각형의 비좌를 놓고 비신을 세운 다음 옥개석을 얹힌 형식으로 돼 있다. 전면에는 진각 국사 행적과 추모시가 새겨져 있고, 후면에는 비석을 세우는데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관직과 함께 적혀 있다. 본래 광교산 기슭의 창성사 터에 있던 것을 1965년 6월9일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 근처로 이전하고 보호각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2014~2016년 진행한 수원 창성사지의 발굴조사에서 탑비 터가 확인, 본래 탑비 위치도 밝혀지게 됐다.

보물 '용인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 [문화재청]
보물 '용인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 [문화재청]

‘용인 서봉사지 현오국사탑비’는 고려시대 국사 자리에 오른 현오(1125~1178) 스님의 행적을 기록한 탑비다. 고려 명종 때인 1185년 건립됐다. 이후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용인시는 2013∼2017년 4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현오국사탑비 주변에 ‘서봉사’ 절터가 있었음을 밝혀냈고 서봉사가 조선 태조 때 왕실의 복을 기원하는 자복사(資福寺)로도 지정되는 등 중요한 사찰이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오국사탑비는 옮겨져 현 위치에 세워진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적인 조형이 간략해 고려 후기 석비의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보물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 [문화재청]

혜소국사 정현 스님(972∼1054)의 생애와 업적을 기린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의 경우, 현재 남아있는 탁본의 품질이 좋지 않아 판독 오류 가능성이 있어 새롭게 탁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석 한 가운데가 갈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의 장수인 가토가 절에 왔을 때 노승이 홀연히 나타나 잘못을 꾸짖자 화가 난 가토가 칼을 빼 노승을 베었는데 그때 노승의 형체는 사라지고 비석이 갈라지면서 피를 흘려 가토는 겁이 나 도망을 쳤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보물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 [문화재청]
보물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 [문화재청]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는 건립 연도, 사찰명 등을 기록한 유일한 당간지주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에 설치하는 깃발인 ‘당’(幢)을 걸기 위해 세운 기둥인 ‘당간’(幢竿)을 고정하는 지지체로, 통일신라 초기부터 사찰 입구에 본격적으로 조성했다고 알려졌다. 서쪽 지주의 바깥쪽에는 총 123자가 쓰였는데, 이를 해석하면 신라 흥덕왕 1년(826) 8월6일에 돌을 골랐고 이듬해인 827년 2월30일에 건립이 끝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불교중앙박물관 측은 “현재 남아있는 탁본은 품질이 좋지 않아 양질의 탁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탁본 범위는 명문이 있는 부분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불교중앙박물관은 그간 중요 금석문 탁본 작업을 해왔다. 2014년 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를 비롯한 국보 8건과 보물 46건 등 총 54건의 국가지정문화재 탁본을 마쳤다. 탁본은 사전 조사와 세척, 종이붙이기, 먹물 올리기, 종이 떼어내기, 뒷정리 순으로 진행된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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