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룬 35세부터 열반에 드는 80세까지 진리를 설했다. 계급, 성별, 빈부, 나이를 가리지 않는 평등한 법을 펼쳤다. 듣는 대상에 따라 쉽게 풀어 설명하고 때로는 심오한 내용도 설했다. 그러나 부처님의 설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서 묻지 않는 데 먼저 법을 설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고민이 무르익지 않거나 새기지 않으면 금방 날아가기 때문일 듯싶다.
‘처음 쓰는 대장경’은 직접 글을 써내려가는 필사의 힘과 가장 놀랍고 아름다운 경전을 결합한 책이다.
대장경에서 우리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가려 뽑은 뒤 내용에 따라 10가지로 분류했다.
물거품 같고 뜬구름 같고 번개 같은 몸에 대한 바른 통찰, 탐욕과 집착과 분별의 무더기를 벗어나 평온에 이르는 법, 괴로움과 그것을 소멸하는 진리, 헛된 것을 버리고 삶을 ‘지금 이곳’에 두는 법, 생각의 그림자를 걷어 내는 법, 마음을 닦는 노력, 진정한 배움, 불보살의 세계와 열반 속으로 가는 길, 붓다의 유언이 그것이다. ‘시공 불교사전’ ‘불교의 모든 것’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등을 집필했던 저자의 탁월한 안목이 이 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 덕에 책의 보석 같은 경전 구절을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생각, 삶의 행로와 마음을 다스려 스스로를 안정에 이르도록 돕는다.
책은 필사하기 좋도록 경전 구절 옆에 따라 쓸 공간을 마련했다. 필사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서대로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구절부터 시작하면 된다. 시간을 정해두고 쓸 필요도 없다. 아침에 읽고 저녁에 써도 좋고, 하루 중 자신을 다스리고 안정을 찾고 싶은 시간에 읽고 써도 된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반복해 써도 좋다. 편저자는 날마다 읽고 쓰다 보면 불자들은 진정한 배움을, 쓰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는 사람은 진정한 안정을, 지나온 삶을 살피고 나아갈 삶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필사는 애쓰지 않아도 마음에 새기는 힘이 강하다. 차근차근 필사하다 보면 부처님과 조사들의 지혜가 가슴에 절로 자리 잡고 평안함에 이르지 않을까.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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