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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선 수행 전옥(62) - 하

기자명 법보

김태완 원장 법문 감명받아
정진법회 찾아가 불교 입문
편견 등 정신적 습관 씻겨져
법문·가르침 경책 삼아 정진

전옥(62)
전옥(62)

그러던 중 옛 도반이 아무런 설명없이 메일로 김태완 무심선원 선원장의 법문 여러 개를 보내왔다. 전에도 법문들을 몇 개 보내왔던 터라 별 기대 없이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법문 중 ‘모든 게 있는데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귀에 꽂혔다. 바로 내가 했던 경험이었다. 왜인지 알 수 없는 믿음과 제대로 길을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심선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선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여름정진법회 공지가 있었다. 앞으로 혼자서 공부하리라는 결심은 까맣게 사라지고 일체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다.

들뜬 기대감으로 정진법회에 참석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시골에 있던 2년 동안 주위에서 이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본적 없었는데,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지고 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이 있었다니. 놀랍고 반가웠다. 이를 계기로 불교와 조사선에 입문하게 됐다. 

우리의 마음은 직접 바로 ‘이것이다’라고 가리키고 드러내 보이는 조사선의 방식은 그야말로 놀라운 깨달음의 지름길이다.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교라고 하면 깨달음과 함께 수행을 떠올린다. 번뇌에서 해탈하려면 깨달아야 하고 깨닫기 위해선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김태완 선생님에 따르면 깨달음은 모든 것의 본바탕이고 너무도 당연한 근본인 이 마음이 스스로 드러나 확인되는 것이다. 깨닫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일이 쉬워져야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 언제나 어디서나 변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스스로의 자리이기에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단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세상의 모든 일이 바로 이것에서 벌어지며 결국 수행도 일어나는 작용일 뿐이다. 만일 누군가 ‘수행을 해서 깨달았다’고 하면 ‘깨닫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인해 ‘본래의 이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서 일체의 다른 불필요한 과정 없이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선원의 방편인 조사선이 지름길인 것이다. 

일평생 무엇인가 의도하고 노력해서 얻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길 없는 길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발심한 학인은 눈 밝은 선지식을 찾으라는 말처럼 김태완 선생님과 같이 눈 밝은 스승이나 선지식은 더 빨리 쉽게 이 길을 걷게끔 끊임없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선원에서의 공부는 처음 정진법회에 참석한 이래 궁금증을 가지고 법문을 듣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생소한 법문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2~3개월 꾸준히 들으니 점차 듣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그 후에도 긴 시간 동안 주체할 수 없이 헤집고 들어오는 온갖 잡생각들로 엄청 괴로워했고, 마음으로 해야만 하는 마음공부에서 여전히 습관적으로 앞서가는 생각으로 길을 헤매다 문득 체험의 이 자리로 깨어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체험만 있었을 뿐 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에  이치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머리를 정리시키고 공부의 감을 잡도록 도움을 주었다. 

법문을 가만히 듣기만 했건만 오랜 세월 굳어져 있던 가슴은 서서히 녹아내렸고, 긴 시간 살아오면서 받아들였던 세포 구석구석 박혀있던 온갖 관념, 편견과 선입견 등 정신적인 습관들이 알게 모르게 씻겨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자리에 있는 시간이 점차 익숙해지며 길어졌다. 언젠가부터 생각은 저절로 필요할 때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생각과는 상관없는 ‘이것’이 이렇게 밝고 명백하게 온통 드러나 있기 때문.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알고 있어 전혀 답답하지 않고 편안하며 모든 게 저절로 돌아간다. 여전히 세상은 시끌벅적하고 온갖 일들이 일어나지만 실상은 너무도 단순하고 조용하며 아무 일 없다. 

그 무엇도 아니지만 모든 것인 ‘이것’이 일상 어느 순간에 걸려 넘어질지는 알 수 없기에 선원장님의 법문과 옛사람의 말을 경책으로 삼는다. 말이나 글귀의 단순한 뜻이 아니라 이러한 말이 나올 수 있는 근본에서 즐겁게 확인해가며 이 자리에 있다. 올바른 길을 열어주신 부처님과 무심선원 스승께 엎드려 삼배 올린다.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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