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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스님이 되었냐면…”

  • 출판
  • 입력 2023.03.06 13:48
  • 호수 1671
  • 댓글 0

집 떠나 사는 즐거움
해인사승가대학 지음·소리여행 그림
불광출판사  / 272쪽 / 1만8000원

해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
작문수업 과제글 엮어 책으로
투박한 듯 꾸밈없는 마음 보여

승가의 학인은 이제 막 불교에 입문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이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구도 원력과 신심이 있다. ‘초발심시 변정각’이라는 ‘화엄경’ 법성게의 말씀이 불가에서 널리 회자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초발심의 열기와 향기가 가득 스며들어 있는 학인스님들의 글을 엮은 이 책에서 느껴지는 밝고 당당한 에너지는 어쩌면 깨달음의 또 다른 이면일지 모른다. 해인사승가대학 작문 수업 시간에 과제로 제출한 원고를 정리해서 다시 엮은 것이다. “나는 왜 하필 스님이 되고 싶었을까.” 투박한듯 하지만 진실하고 꾸밈없는 글 속에서 학인스님들의 성찰이 푸릇푸릇하게 묻어난다. 

초코파이의 달콤한 유혹이 이끌려 법당을 찾았던 고등학생부터 평생 몸담았던 공직 생활 마무리를 앞두고 출가한 은퇴출가자까지. 승가대학에 몸담은 학인들의 개인사 그 무엇 하나 ‘역사’ 아닌 것이 없다. 남들에게는 소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각자에게는 대하소설에 맞먹는 사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섰고, 누군가는 짐을 잔뜩 싸 들고 출가해 법명까지 직접 지었다. 삶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을 안고 찾아온 이도 있고, 좇는 대신 버리자고 결심한 이도 있다. 그렇게 출가자가 된 학인들의 단체 생활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 흔한 지연, 혈연, 학연 하나 없는 낯선 이들의 조합은 승가대학이라는 공간 속 다시 수많은 인연과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학인스님들은 목탁을 치거나 진언을 외우는 일상에서조차 어려움을 느끼지만 함께 토론대회를 준비하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줄다리기하며 도반으로, 수행자로 거듭난다. 

“어떤 동기로 출가를 결심했고, 출가 후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성찰”이라고 이 글을 소개한 해인사승가대학장 보일 스님은 “고단한 일상을 수행의 장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때론 미소 짓게, 때론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감회를 밝혔다. 

선지식을 찾아 나선 선재동자가 다시 저잣거리로 발길 돌리듯,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웅다웅 살아가는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찾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깨달음의 자리라면 승가대학은 그대로 선불장이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힘든데 불평하는 이 없이 제 할 일을 다 마쳤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힘든 일이 있으나 좋은 일이 있으나 경계에 속지 않고 갈 길을 가는 것, 어쩌면 이것이 수행자 참모습이 아닐까.”
어느 학인스님의 글에서 묻어나는 깨달음의 향기가 묵직하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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