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요?”들이/ 지하철을 꽉 메우고 있다/ “누구요?”를 찾아/ 전셋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구요?”들이/ 저녁밥을 먹다 말고 “누구요?”를 바라본다/ 천치를 바라본다/ “누구요?” “누구요”/ 달도 새까만 저녁/ 천치의 저녁’(‘천치의 저녁’ 부분)
계간 ‘불교문예’가 수여하는 올해 불교문예작품상에 빠리사선원장 승한 스님의 시가 선정됐다.
불교문예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혜관 스님)는 최근 예심과 본심의 심사과정을 거쳐 제15회 불교문예작품상을 선정했다. 이 상은 문인들이 근년에 발표한 시, 시조, 소설, 수필, 동시, 동화, 평론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수여하는 것으로 불교문학계의 권위 있는 상이다.
작품상을 수상한 승한 스님은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및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동시가 당선됐으며, ‘수렵도’ ‘퍽 환한 하늘’ ‘아무도 너의 깊이를 모른다’ ‘그리운 173’ 등 시집과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등 산문집이 있다.
심사위원회는 스님의 시가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어떤 것이 우리의 생명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지 성찰로 이끌어준다고 평가했다. 또 ‘천치의 저녁’ ‘벽제가 멀다’ ‘담쟁이 넝쿨의 생존법’ 등 작품들을 언급하고 그 시에 담긴 의미를 소개했다. 특히 ‘천치의 저녁’과 관련해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사회 속에서 이름도 정체성도 없이 그냥 ‘누구요’로 불리는 누구로 살고 있다. 그런 삶은 우리의 의식을 마비시켜 우리로 하여금 천치의 저녁을 살게 한다. 사람들은 성찰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자동화된 삶의 방식으로 정해진 행복 추구의 컨베이어벨트를 타야 한다”며 “승한 스님은 깊은 사유와 언어의 에너지로 살아도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우리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승한 스님은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돼 대단히 기쁘다”며 “앞으로 일상을 벗어나지 않되 선의 문학성과 통찰이 담긴 시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문예작가상은 우정연 시인이 수상했으며, 2023년 상반기 불교문예 신인상에는 신서영 시인과 김영성 작가가 선정됐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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