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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화엄사상 키워드 징관 스님 첫 종합연구서

  • 불서
  • 입력 2023.03.10 16:27
  • 수정 2023.03.13 17:30
  • 호수 1672
  • 댓글 4

중국화엄사상 연구
정엄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504쪽 / 3만원

도쿄대 박사학위 논문 대폭 수정 보완해 출간…학계 찬사
​​​​​​​화엄사상사서 징관 위상·사상 형성과정 밝힌 화엄 필독서

                         정각사 주지이자 화엄불교대학 학장 정엄 스님. 조계종출판사 제공
                         정각사 주지이자 화엄불교대학 학장 정엄 스님. 조계종출판사 제공

1991년 3월 정엄 스님은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동국대 선학과에 재학하면서 화엄학을 보다 깊이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스님은 화엄사상에 매료됐다. 돌이켜보면 1981년 해인사로 출가하면서부터인지도 몰랐다. 해인사는 신라시대 세워진 대표적인 화엄사찰의 하나였고, 은사 보광 스님과 선학과 교수였던 인환 스님도 자신을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었다.

선학과 졸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향한 스님은 우여곡절 끝에 그해 9월 도쿄대학 대학원에 연구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운명의 스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엄학 분야의 대가로서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화엄사상에도 조예가 깊었던 기무라 기요타카 교수였다. 때마침 기무라 교수는 중국 화엄종 제4조로 추앙받는 청량징관 스님(738~839)의 ‘화엄경소초현담(華嚴經疏鈔懸談)’ 강독을 시작했다. 스님은 강독 시간 준비를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꼼꼼히 분석해나갔다.

그렇게 3년이 흘렀을 때 화엄을 바라보는 스님의 안목은 깊어졌다. 화엄사상을 중심으로 불교사상을 집대성한 징관 스님도 일생을 바쳐 연구할 대상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화엄경소초현담’을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결정한 스님은 이를 번역하고, 여기에 인용된 자료와 출전을 찾아 하나하나 주석을 달아나갔다. 또 화엄교학의 대성자라는 현수법장 스님과 그의 제자 혜원 스님, 오대산에서 ‘신화엄경론’을 저술한 이통현 장자의 화엄사상 등 막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징관 스님의 화엄사상과 일일이 비교했다. 참으로 지난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돌탑을 쌓아올리는 정성으로 연구 성과를 조금씩 더해가는 과정 끝에 마침내 박사논문이 완성될 수 있었다. ‘징관 연구-법계관·유심관의 위상’이 그것으로 한국을 떠나온 지 꼭 10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불교학계는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을 대단히 높이 평가했다. 징관 스님 사상의 핵심 내용인 법계관과 유심관을 명확히 밝힌 최초의 연구서이기 때문이다.

얼마 후 귀국한 스님은 도심사찰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강의했다. 불교대학을 열어 불자들에게 화엄을 비롯한 대승불교의 심오한 내용을 지도했다. 언젠가 박사학위를 보완해 출판해야겠다는 계획을 접지는 않았다. 학계에도 대중에게도 징관 스님에 대한 진면목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틈틈이 박사학위를 수정하고 보완해나가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집필에 매진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러 ‘중국화엄사상 연구-징관의 화엄경소초를 중심으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반야 이성례 불자와 반야성 정연자 불자 등 도움도 컸다.

책을 읽어본 미노와 겐료 도쿄대학 교수는 흔쾌히 책의 추천사를 보내왔다. 그는 “이처럼 징관에게 초점을 맞춘 연구는 의외로 적었다. 이 책은 매우 귀중한 연구서이다. 더욱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은 징관의 법계관(法界觀)과 유심관(唯心觀)을 명확히 밝힌 것에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스님과 도쿄대학에서 동문수학했던 장웬량 중국 런민대학 교수도 “진보적인 안목으로 징관 사상을 탐구한 보기 드문 연구 성과다. 저자의 연구 업적이 있었기에 징관 사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징관 스님의 전기(傳記)와 학문에 영향을 준 인물들에 대한 고찰, ‘화엄경소’를 저술하게 된 배경과 당시 융성했던 선사상을 흡수했던 내용, ‘대방광불화엄경’이라는 경명을 자세히 풀이하고 철학적 요소를 더함으로써 경 자체에 권위를 부여하는 과정, 해인삼매 강조 이유와 재해석 내용, 새롭게 개념화한 법계의 세 가지 유형, 유심이 곧 일심이며 마음 이외에는 다른 경계가 없음을 밝힌 유심관 등을 치밀하게 밝히고 있다.

책은 박사학위 논문을 근저로 했기에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그러나 동아시아 화엄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 화엄사상의 집대성이자 징관 스님에 대한 종합연구서이기에 화엄의 깊은 이해를 위해선 필독서라 할 수 있다.

한편 정엄 스님은 3월9일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중국화엄사상 연구’ 1500권(4500만원 상당)을 종단에 기증했다. 이에 따라 동국대와 중앙승가대를 비롯한 전국 율원·강원, 비구니회관, 선원 등 교육기관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불사를 하셨다”고 격려한 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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