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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수행 송주영(보련화·58)

기자명 법보

우연히 사찰 만나 시작된 불연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기도
7인선사 간화선 대법회 듣고
상도동 보문선원서 안거 들어

보련화·58
보련화·58

30여년전 청주로 내려와 남편과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한가로이 집 근처를 산책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4층 높이의 포교당 앞에 서있었다. 그 만남이 불교신자로서의 첫걸음이다. 

마야부인상이 있던 그 절은 봉명동에서 안쪽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나온다. 대웅전 한채와 함께 유치원을 운영했던 비구니스님의 포교당이었다. 단순히 불교를 알고 싶은 마음에 다니기 시작했다. 스님을 따라 성지순례를 다니기도 하며 불교 기본예절과 찬불가 등을 배웠다. 그러나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그저 겉으로만 신행생활을 했다.

결혼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조금씩 조바심이 들었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주위의 걱정이 점차 신경쓰였다. 아이를 갖고싶어 간절하고 절실히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청주 중심부에 위치한 용화사에 찾아가 새벽기도를 꼬박꼬박 올리고, 탄성 스님이 계시던 청천 공림사에서 무릎이 닳도록 기도를 올리며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꾸준히 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몸이 좋아지면서 기적이 찾아왔다. 7년만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기도 공덕으로 얻은 아이는 건강하고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났고, 곧 집안에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기쁨에 너무 겨웠을까. 몇 년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시련이 닥쳤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고, 그토록 좋아하던 절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매일같이 하늘을 보며 “왜 나는 평탄하게 살 수 없는 걸까?”라고 한탄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함께 모든 사람과 단절하고 싶었다. 

아이를 보고 정신을 다잡았다. 어떻게 얻은 자식인데 내가 망가져버리면 아이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남편의 죽음을 잊게 해줬다. 마음이 안정되면서 신앙생활도 다시 시작했다. 그때 마덕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기도의 힘을 알려주셨다. 쉴틈 없는 학습지 방문 선생님 생활을 하면서 아침엔 108배 참회기도와 화엄성중 기도를 했다. 주말엔 일요법회에 참석해 다시금 기도의 힘을 키웠다. 

기도의 가피인지, 이후 큰 어려움없이 생활의 안정을 찾았다. 아이 역시 기특하게도 건강하게 자라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했다. 대학도 쉬이 진학했다. 그리고 기도란 무엇을 구한다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갖는 것이란 것을 느꼈다.

아이의 건강만을 기도하던 삶에 터닝 포인트가 된 건 ‘선’과의 인연이다.

2019년, 허리통증으로 큰 시술을 받아 일을 나갈 수 없었다. 그때 상도동 보문사 주지 지범 스님의 방송을 들었다. 스님은 “도심의 선원에서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이 계신 곳은 집에서 매우 가까웠고, 궁금증이 들어 무작정 찾아갔다. 

일주문 앞에서 만난 주지스님은 2층 다실로 안내해 주셨다. 그림과 서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선원일기’ 책을 선물로 받아왔다. 그 날 스님의 수행기를 감동적으로 읽으며 깨달음을 향해 처절하게 정진하신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해 주지스님이 한국의 덕 높은 스님들을 초청해 봉행한 ‘7인선사 간화선 대법회’를 참석해 귀한 법문을 가까이에서 들었다. 정진, 또 정진해야함을 가슴으로 느끼고 참선에 들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약속과 모임이 취소되는 상황이었고, 마침 아이가 군에 입대해 집에는 홀로 있었다. 기회라고 생각해 틈틈이 스님께 찾아가 선에 대해 질문했다. 처음엔 ‘공’이 무엇인지 '선'이 무엇인지 자세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보문사에서 매일같이 참선하고 명상하며 선에 대한 개념이 서서히 내 안에 스며들었다. 

보문사 주지 지범 스님의 대원력으로 지난해 보문선원이 개원했다. 보문선원은 사부대중이 함께 지내고 정진한다. 도심 한가운데임에도 맑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스님의 배려로 선원에서 동안거에 들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정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를 지탱할 수 있게 한 것은 30여년의 기도였지만, 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보문선원에서의 ‘참선’이다.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한다. 

오래오래 건강해 아이와 함께 꾸준히 정진하고자 한다.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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