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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속에서도 행복한 웃음 짓는 시리아 어린이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3.03.15 14:27
  • 수정 2023.03.15 14:40
  • 호수 1673
  • 댓글 1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편지9

‘마르딘’과 ‘미디앗’지역으로 이동
갈 곳없는 시리아 난민 이 곳에 몰려
시리아 자원봉사단체 ‘레이한’과 협력
255명 어린이 부모에 의류 쿠폰 지원
조계종 ‘아름다운동행’일부 지원 받아
‘레이한’ 어린이·부모 심리치료 진행
굿월드, 심리치료 위해 임대료 1년치 후원
현지 상황고려 카펫·담요도 추가 전달

샨니 우르파에서 단칸방과 천막에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 지원을 마친 굿월드자선은행과 더프라미스 연합팀은 다시 두 팀으로 나뉘었다. 더프라미스는 시리아로 의료장비를 직접 보내기 위해 하타이 지역으로, 굿월드는 서쪽으로 향했다.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3시간을 달려 마르딘으로 갔다. 마르딘과 인근 미디앗시로 피난을 온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마르딘에서 시리아 국경까지 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은 7개가 있는데 대지진 이후 모두 굳게 닫히고 지금은 단 1개만 열려있다. 시리아의 내전으로 그마저도 유엔안보리가 출입국을 관리하고 있다.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검문검색이 심해졌다. 마르딘까지 오는 데만 3곳의 검문소에서 신원과 방문 목적을 조사받고 통과할 수 있었다.

마르딘과 미디앗은 대지진으로 가지안테프, 하타이, 마라하쉬 등에서 살던 시리아 난민들이 갈 곳이 없어지자 고향이 가까운 국경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재난을 겪고 갈 곳이 없어지자 다시 고향 근처로 모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강원도 속초에 ‘아바이 마을’ 실향민 촌이 있는 것처럼... 그러나 이 곳 역시 단칸방 임대료가 5배 이상 올랐다. 임대료를 구할 수 없어서 천막생활을 하는 피난민들이 많다.

저녁 10시가 넘어서 마르딘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레이한’ 대표와 직원을 만났다. 레이한은 마르딘에서 활동 중인 시리아 대학생, 대학원생 자원봉사단체다. 우리는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그들은 현지에서 시리아 난민들의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 날이 밝는 대로 바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활동할 방법과 지원품목 그리고 수량 등을 의논하고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당장 입을 옷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을 따로 계획해 실행에 옮겼다. 마르딘 128명과 미디앗 127명 난민 어린이에게 옷을 선물하기 위해 쇼핑몰 안에 있는 중저가 아동복 매장 본사와 협의 했다. 1인당 1000리라의 매장 쿠폰을 구입해 모든 어린이들에게 지급했다. 이번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은 조계종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동행’에서 튀르키예 지진 긴급모금액의 일부를 지원해 줬다.

마침 매장이 50% 할인까지 하고 있어 아동복 평균값이 200리라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옷을 5벌 이상 구입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방식의 지원은 주로 물품을 지원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방식이지만 이재민들이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속에서도 삶을 유지하고 자존감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원 방법 중 하나다.

이틀간 연합팀은 아침 일찍부터 쇼핑몰 입구에서 마르딘의 시리아 난민 어린이 128명과 미디앗 어린이 127명의 부모님들과 만나 쿠폰을 지급하고 2시간 동안 옷을 사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잠시라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매장을 깡충깡충 신나게 뛰어다녔다. 부모님은 평소에 아이가 입을 옷과 다음 주 이슬람 최고의 명절인 라마단 기간에 입힐 옷을 고르느라 정신없었다.

두 시간의 쇼핑이 끝난 후 아이들과 부모님은 자원봉사센터에 모여 기념사진도 찍고 센터 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굿월드는 ‘레이한’에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의 재난 심리치료를 위해 임대료 1년치를 후원하기로 했다.

오후 6시부터는 시리아 이재민을 위한 카펫, 이불, 담요 등을 250가구에 전달했다. 이 품목 또한 시리아 자원봉사단체 ‘레이한’의 활동가들의 아이디어이다. 이불만 지원받으면 바닥이 돌맹이 밭이거나 시멘트 바닥이기 때문에 이불만 지원해주면 바닥의 한기가 그대로 올라와 춥고 불편하고 어린이들이 감기에 걸리기 쉬워 카펫와 담요를 신청한 것이다. 역시 현지 활동가들이 그들의 사정을 제일 잘 안다.

우리가 떠나기 전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레이한’ 소속 자원봉사자 세나는 “튀르키예에 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NGO가 제공한 많은 도움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리마도 “지진 때문에 힘들어하는 튀르키예에 살고 있는 우리 시리아 국민들과 어린이들에게 지원해줘 감사드린다”며 “한국과 한국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항상 신에게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이틀간 어린이와 시리아 이재민들을 위한 지원을 마치고 밤늦게 숙소에 돌아오니 비가 내린다. 천둥, 번개도 친다. 아직도 텐트와 천막에서 지내는 수 십만명의 이재민들과 천둥소리에 놀라 무서워서 잠을 못자는 아이들이 걱정된다.

김규환 굿월드자선은행 사무국장

후원계좌 KB국민은행 506501-04-310628 굿월드자선은행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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