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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긴급구호활동을 마치며

  • 기고
  • 입력 2023.03.16 17:39
  • 호수 1673
  • 댓글 0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편지10 -끝-

2월18일, 튀르키예 현지 베이스캠프 차리고 활동 시작
재해 현장마다 상황 달라 24년간 시간은 경험에 불과
대가 바라지 않고 약속하지 않는 등 3가치 원칙 준수
튀르키예 지진 현장은 여느 재난현장과 확연히 달라
원칙에 따라 활동…수혜자·타 단체로부터 좋은 평 받아
언어 달라 힘들었지만 이재민의 순수한 마음에 벽 허물어

지난 2월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 강도 7.6의 대지진이 발생해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세계 대부분의 단체들은 일제히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 우리 굿월드자선은행과 더프라미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현지로 떠나 2월18일 튀르키예 남쪽 가지안테프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구호활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활동 1개월이 지난 지금, 튀르키예를 떠나야하는 날이 다가왔다.

지난 24년간 수많은 재난현장에서 국제개발구호 활동을 이어왔다. 미얀마, 스리랑카 태풍, 네팔 대지진, 필리핀 태풍 해일 등과 강릉 태풍 해일, 포항 지진, 속초 산불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긴급구호 활동을 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가마다, 지역마다, 재난의 종류마다 모든 상황은 다 다르고 또 그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래서 지원의 범위도, 방향도, 형식 또한 같은 활동이 단 하나도 없다. 그간의 활동은 다만 지나간 경험일 뿐이다.

나는 긴급구호뿐 아니라 국제개발구호에 있어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활동하고 있다. 첫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바라지말고 봉사하라 심지어 우리에게 고마워 할 것이라는 기대마저도 하지마라’다. 그것이 후원금이든, 능력이든 혹은 시간이든 우리는 단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는 것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국제개발구호에 관심이 있거든 아무것도 바라거나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활동가가 현장에서 힘들어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마라’다. 현장에 나오면 수많은 요청을 받게 된다. 그것은 그냥 수혜자의 요구사항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해 둘 뿐이다. 물론 활동가가 생각할 때 이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절대 그 자리에서 해주겠다고 약속하지 말라는 것이다.현장의 상황은 항상 변한다.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세 번째는 ‘항상 플랜B, 플랜C를 준비하라’다. 구호 활동은 항상 변수가 생긴다. 그렇다고 플랜A를 대충 준비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최대한 잘 준비해야 변화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원칙은 이번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 긴급구호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난의 규모나 강도 국가 상황, 지역 정치 상황 등 여느 재난현장과 확연히 달랐다. 심지어 출발 전에 들었던 정보는 여기에서 쓸모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달랐다.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다르고 심지어 튀르키예 내 거주 시리아 난민 이재민들도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각각의 상황에 맞춰 지원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약속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항상 다른 플랜을 준비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에게 퍽 만족하진 않았어도 수혜자들로부터 “꾸레(한국) NGO는 다르다. 다른 나라 단체들보다 더 정이 많고 우리와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대단한 순발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모든 지역, 모든 협력 단체들에게 들었다.

연합팀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언어다. 이곳은 영어도 통하지 않고 튀르키예 사람은 자국어만, 시리아 사람들은 아랍어만 한다. 두 곳을 다 지원하려니 언어의 문제가 가장 컸다. 다음은 음식이다. 튀르키예는 쌀이 거의 없다. 돼지고기도 없다. 빵과 양고기만으로 한 달을 보냈다. 홍차는 하루 평균 6~8잔씩 먹었다. 앉기가 두려울 정도로 마셨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착하고 순수했다.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았고, 짜증도 내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에게 지원품이 적게 들어가더라도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갔으면 괜찮다고 했다. 다 신의 뜻이라면서.

우리가 한 달간 활동한 것이 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를 수치로 평가하기는 거부한다. 이번에도 그저 가진 것만큼, 가진 역량의 최대한으로 다만 나누었을 뿐이다.

어젯밤부터 비가 많이 와 우리가 3일 전 지원한 우르파 지역에 큰 홍수가 났다. 차와 집들이 다 물에 잠기고 떠내려가 인명피해가 또 발생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그나마 그곳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천막촌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은 큰 피해가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비바람과 천둥 번개에 힘들어했을 사람들, 춥고 두려워서 벌벌 떠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밤을 지새웠을 부모님들이 생각나 끝까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김규환 굿월드자선은행 사무국장

후원계좌 KB국민은행 506501-04-310628 굿월드자선은행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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