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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원력문’은 부처님 친견 후 얻은 깨달음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3.20 11:28
  • 호수 1673
  • 댓글 0

43일 1167km 걸은 대장정 회향
순례단 신심‧부처님 가피로 가능
진정한 참회 속 ‘원력’으로 대 승화
‘침체’에서 ‘중흥’시대로의 전환 기대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생명 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대장정을 마쳤다. 총 43일에 걸쳐 1167km를 걸어야 하는 기나긴 여정이었음에도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회향할 수 있었던 건, 성지는 물론 성지와 성지를 잇는 길에도 서 계실 부처님을 친견하려는 순례단의 신심과 의지 그리고 부처님의 가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라의 혜초 스님을 비롯한 구법 고승이 전했듯 그곳은 ‘목숨 걸고 걸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더욱이 한 사람이 아닌 75명 모두 예고 없이 닥쳐오는 역경을 견디고 극복해야 하지 않는가.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과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설파했듯 “불교사상 유례없는 대작불사”이자 “그 누구도 발원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일”이었다.

이 순례는 “포교와 원력의 결집이 없으면 한국불교 미래가 없다”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의 비장함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될 것으로 보였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삼보사찰 순례’ 등을 이어가며 인도 성지순례의 원력을 더 키워갔다. 그만큼 간절했고 절실했다는 얘기다. 

순례 14일차 되는 날,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열린 법회에서 자승 스님은 준비해 온 원고를 미뤄두고 8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소회를 전했다. “이곳에서 일행에게 무엇인가 전달하려 했지만 참담함에 놀라 아무런 말을 못 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우리가 안일하고 방일할 때 한국불교도 이같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포교만이 한국불교가 살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불교가 태동한 성지 인도에서조차 힌두‧이슬람교에 밀려 미미한 위치만을 점하고 있는 인도불교의 현실을 목도하며 한국불교의 미래를 우려한 것이다.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한 해 출가자 수가 1999년에는 532명이었지만. 2022년에는 60여명으로 급감했다. 20여년 만에 10배가 줄어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2025년, 혹은 2030년에는 제로로 수렴될 거라 할 정도다. 2005년 1100만이던 불자 수는 2015년 760만명으로 줄었다. 팬데믹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2025년에 500만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순례 19일차의 날 자승 스님이 전한 메시지는 강렬했다. “(한국)불교는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도, 우리의 대를 이어갈 출가자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의 안일함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사부대중을 함축한 ‘우리’이겠지만 출가재일을 앞두고 설한 법문이었으니 승가에 좀 더 무게를 둔 일갈이었을 것이다.

순례단은 매일 108배를 올리며 참회했다. 그것은 불제자로서의 소홀함은 없었는지에 대한 성찰이자 반조였다. 참회를 거듭한 순례단이 길에서 체득한 것 중의 하나는 “걷지 않았다면 서로가 부처님 제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너무도 당연해 ‘불자’의 가치와 사명을 뼈에 새기지 못했음이다.

참회는 원력으로 승화됐다. 네팔 룸비니에서 봉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 탄생지 기도법회’에서 공개된 ‘108 원력문’은 윤재웅 동국대 총장을 비롯한 불교학자, 문사, 기자, 출판 관계자 등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사성제, 팔정도, 십선업 등에 기반한 이 원력문은 태산보다 높고 지중하다. ‘상대를 가리지 않으며 조건 없이 베풀고 돕겠습니다.’ ‘교만과 분노가 아닌 존중과 용서를 실천하겠습니다.’ ‘다툼이 있었다면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하겠습니다.’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동물과 미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간과해왔다고 해도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작심하면 실천해갈 수 있는 덕목들이다. 

인도순례 대장정에 오른 사람은 75명만이 아니다. 인도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을 도반에게 전하며 담소를 나눈 사람들, 순례단의 원만 회향을 바랐던 모든 사람이 함께 걸은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 ‘108 원력문’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다. ‘108 원력문’은 ‘상월결사 인도성지 순례단이 43일 동안 부처님을 친견하며 얻은 깨달음이자 ‘사자후’이다. 또한 한국 불제자 모두에게 전하는 제안이다. 그리고 침체 불교’에서 ‘불교중흥’으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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