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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수행이론의 총망라(47)-증입 관련; 각론⑨

인위적인 조작 없이 수행을 즐기라

제7원행지에 방편바라밀 배치
원행지 들려면 방편지혜 닦고
수승한 도를 일으켜야만 가능
지혜 있으면 즐기면서 이타행

대승 구성작가가 이야기를 꾸며감에는 당연하겠지만 과거 기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본 연재에서 다루고 있는 ‘10지(地)’ 사상도 그렇다. 실존 인물 석가모니가 죽고 난 뒤, 신앙심이 돈독한 제자들은 그를 신격화시켜, 각 부파들은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담(本生談, Jātaka)’을 다투어 만들었다.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고대 인도인들의 서사문학(敍事文學) 전통과도 밀접하다. 이런 증거는 경전으로는 수나라 시대에 번역된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속에 두드러지고, 남방의 ‘쿠따카니카야; Kuddaka-Nikāya’나 ‘마하바스투Mahavastu, 大事’에도 보인다.

이런 작품 등에 등장하는 ‘10지’ 사상은, 뒷날 초기 대승 경전 군(群)에 속하는 ‘반야부’를 비롯하여, ‘불설보살본업경’과 ‘화엄경’ 등에 영향을 준다. 이상에 거론한 불멸 후 만들어진 작품 중에서, ‘10지’ 사상을 풍부하게 구성한 작품은 역시 ‘화엄경’이다. 위의 ‘본업경’을 보면 그저 ‘보살법주(菩薩法住)’라는 말을 시작으로 다양한 10사(十事)를 나열할 뿐 구체성은 ‘화엄경’만 못하다. 

‘화엄경’ 구성작가는 재래의 ‘10지’를 재구성할 때 ①‘항포(行布)’와 ②‘원융(圓融)’의 두 축을 사용한다. ①은 각 ‘항(項)’ 사이를 순서 지우는 차제(次第)의 발상이고, ②는 하나의 항(項) 속에 여타의 항을 품어 안는 포괄(包括)의 발상이다. ‘항’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세상의 다양한 ‘사태[事]’를 ①과 ②의 측면에서 엮어내는 것이 ‘화엄경’ 구성작가의 단골 솜씨이다. ‘십지품’ 각각의 지(地)에 대한 설명도 당시 유행하던 ‘10바라밀’ 사상과 짝 지우는데, 예컨대 ‘제7 원행지’에서는 ‘방편’ 바라밀을 중심으로 수행하되, 여타의 아홉 바라밀을 곁으로 겸한다고 한다. 각 지(地)마다 그 말을 반복한다.

‘제7 원행지’에서의 수행 상황을 화엄의 경학 전문가들은 다섯 대목으로 나눈다. ①인위적 조작 없는 수행 즐기기 ②그 과정에서 생기는 장애 극복하기 ③위의 두 가지 수행의 뛰어남과 차별성 밝히기 ④이전의 총 6지보다 이곳 제 7지의 뛰어남 밝히기 ⑤제7지 수행의 결과 밝히기이다. 

지면 관계상 이곳에서는 ①의 일부를 소개하기로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화엄경’ 구성작가는 제7지에 10바라밀 중 제7 ‘방편’ 바라밀, 즉 수행에 필요한 수단을 배치한다. 운허 스님이 번역한 ‘한글대장경’을 인용한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제6지의 수행을 구족하고, 제7 원행지(遠行地)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방편 지혜를 닦으며 수승한 도를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①공하고 모양 없고 원이 없는 삼매를 닦지마는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버리지 아니하며, ②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얻었지마는 항상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좋아하며, ③공함을 관찰하는 지혜의 문에 들었지마는 복덕을 부지런히 모으며, ④삼계를 멀리 떠났지마는 그래도 삼계를 장엄하며, ⑤모든 번뇌의 불꽃을 끝까지 멸하였지마는 일체중생을 위하여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번뇌의 불꽃을 일으키며, ⑥모든 법이 요술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아지랑이 같고 변화와 같고 물속의 달 같고 거울 속에 영상 같아서 성품이 둘이 없는 줄 알지마는 마음을 따라 한량없이 차별한 업을 짓습니다. 

⑦비록 일체 국토가 허공과 같은 줄을 알지마는 청정하고 묘한 행으로 부처님 국토를 장엄하며, ⑧부처님의 법신은 본 성품이 몸이 없는 줄 알지마는 상(相)과 호(好)로 몸을 장엄하며, ⑨부처님의 음성은 성품이 적멸하여 말할 수 없는 줄을 알지마는 일체중생을 따라서 여러 가지 차별한 맑은 음성을 내며, ⑩부처님을 따라서 삼세가 오직 한 생각인 줄을 알지마는 중생들의 뜻으로 이해하는 분별을 따라서 여러 가지 모양, 여러 가지 시기, 여러 가지 겁으로써 모든 행을 닦습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A하지마는~B하며’를 10회 반복한다. 앞은 말하자면 공(空)이고 뒤는 유(有)이다. 위에서 ‘①인위적 조작이 없는 수행 즐기기’라 했는데, 반야의 지혜가 있기 때문에, ‘공’의 마음으로 ‘유’의 세상속으로 들어가 ‘즐기며’ 이타행을 할 수 있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74호 / 2023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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