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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염에 식도·심장까지 구멍나 생명위협

  • 상생
  • 입력 2023.03.31 14:41
  • 호수 1675
  • 댓글 0

스리랑카 출신 아누라씨, 응급수술로 위기 모면했지만
척추수술까지 마쳐야 안심…치료 빚 1600만원도 걱정

“이 친구는 매일같이 가족을 찾았어요. 매년 그랬어요. 한국에 와서는 술과 담배도 전혀 하지 않았어요. 돈 아깝다고요. 자기는 급식 먹으면 된다면서 모든 돈을 고향으로 보냈어요. 그런 와중에 큰 수술까지 여러 차례 받았어요. 외국인이라 보험도 안돼요. 안타까운 마음에 동료들이 나서 돕고 있는데도 수술비가 한참 모자라요.”

감염성 척추염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누라(42)씨의 사연이다. 스리랑카 출신인 아누라씨는 흉추부 척추에서 시작된 염증이 온몸에 퍼져 심장에 구멍이 나는 등 생명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다행이 심장 염증은 응급 수술로 한 숨 돌렸으나 원인이 된 척추 수술을 전신마취 하에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갈비뼈 부분을 도려내고 농양 제거 수술과 항생제도 계속 투여하고 있어 거동도 쉽지 않다. 

아누라씨는 친구 마유라씨가 직접 간호하고 있다. 마유라씨는 “아누라가 매일 저녁마다 고향에 두고 온 자식들이 보고 싶다면서 눈물을 흘린다”며 “그러나 수술 빚이 만만치 않다. 아누라는 치료에 들어간 병원비를 다 갚아야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향에서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노년의 부모님을 모시며 하루하루 바쁜 삶을 살던 아누라씨는 자식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었다.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라는 아누라씨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풍요롭진 못했지만 부모님 앞에서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준 기특한 아이들. 어느새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 자식들에게 좋은 형편을 마련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진학을 앞두고 설렘 가득한 얼굴로 잠이 든 아이들을 보고 여느 아이처럼 누릴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누라씨가  2015년 여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오직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알아봤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알루미늄 공장에 취업했다. 알루미늄을 가공해 아파트, 빌딩 등에 쓰이는 창호를 만드는 작업에 투입됐다. 무거운 짐들을 옮기고 상사한테 혼날 때에도 고향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8년 가까이 일했다. 그렇게 벌은 돈을 통신요금과 숙소 비용만 제외한 채 모두 고향으로 송금했다. 

통증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가슴 뒤쪽 척추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흉추부 척추에 염증이 크게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전부터 심호흡이 힘들고 열과 함께 어지럼증이 잦았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탓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원인이었다. 일찍 발견했다면 금세 치료할 수 있었던 염증은 이미 심장, 식도 등에 퍼져있었다. 식도에 비외상성 천공도 생겨 음식물 섭취마저 어려웠다.

현재 아누라씨는 회사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척추 수술을 남겨놓고 있지만, 갚아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장의 위급한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당장 한국에 오고 싶어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오는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아누라씨는 1600만원이 넘는 빚을 다 갚아야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누라씨와 같은 스리랑카 출신인 충남 아산 마하위하라사원 주지 담마끼띠 스님은 “스리랑카의 의료 환경은 한국처럼 좋지 않다. 만약 아누라씨가 지금 고향에 돌아가면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56-5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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