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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자애심 계발하는 자애명상-3

기자명 일중 스님

바라밀 공덕 짓는 아름다운 명상

손에 숯·똥 쥐고 던지는 것처럼
화내면 이익 없이 손해만 막심
미움·분노 생김은 당연하지만
위험성 알아차리고 반조해야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화’가 많다는 것이다. ‘화(anger)’라는 에너지는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잘 다루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킨다. 잘 돌보고 다스리며 치유해야 할 우리 마음의 약한 고리이다. 화는 표출해도 문제이고 억압해도 문제이다. 그러면 이 화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현대인이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이 ‘화’라는 이슈이다.  

자애 선정인 자심해탈(慈心解脫, Mettā-cetovimutti)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자애를 일으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애착하는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의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선정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에는 ‘청정도론’ 9장에서 제시하는 화와 적개심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살펴보고, 자애명상의 이익과 결실이 무엇인지 인용해보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자애를 보내려고 할 때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이렇게 반조하라고 한다. “그에게 화를 내어 무엇을 할 것인가? 화냄으로 인한 그대의 업이 그대를 해로움으로 인도하지 않겠는가?… (화내는) 이 행위는 정등각을 얻게 하는 행위도 아니고, 벽지불의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도 아니고, 성문의 지위에 이르게 하는 것도 아니고, 범천과 제석과 전륜왕과 지방의 왕 등 가운데 어느 지위를 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이 (화내는) 행위는 교단으로부터 물러나게 하여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지경에 처하게 하고, 지옥 등 갖가지 고통을 겪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화내는 업을 행할 때, 양손에 시뻘건 숯과 똥을 쥐고서 다른 자에게 던지려는 사람처럼, 첫 번째로 자신을 태우고 악취 나게 한다”고 했다.

즉 누군가에게 화를 내면 털끝만큼의 이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손해만 막심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괴롭히기 전에 자신이 먼저 상처 입고 불행의 희생자가 되는데 무엇하러 화를 내는가?” 이렇게 자신을 경책하며 화를 버리라고 설명한다. 

10년 전쯤 필자도 미얀마 찬메센터에서 자애명상을 배우며 지낸 시간이 있었다. 첫 번째 자애 대상인 ‘존경하는 분’에게 일주일 내내 자애를 닦는데, 은사스님을 대상으로 명상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은사스님에게 꾸중을 들었던 일들이 생각나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분 여러 명을 바꾸면서 자애명상을 하는데, 여전히 불편한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이 조금씩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달라이라마를 대상으로 자애명상을 했다. “부디 달라이라마께서 행복하시길, 평안하시길, 건강하게 안전하게 오래오래 사시길”이라고 자애를 보냈다. 그런데 그분께는 불편한 마음도 저항감도 전혀 없이 진심이 우러나왔다. 달라이라마가 워낙 훌륭하신 분이기도 했지만, 필자와 주고받은 부정적인 경험이나 나쁘게 입력된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일 것이다. 

이렇게 존경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애를 닦아도 때에 따라 불편함이 올라온다. 그런데 싫어하는 사람에게 자애를 보내려 할 때, 미움이나 분노, 저항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화의 위험을 잘 알아차리고 여러 방편을 써서 자신을 보살피며 화의 백해무익함을 반조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될 뿐만 아니라 자애명상의 결실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애명상으로 자심해탈을 성취하면 11가지 이익이 있다고 한다. 첫째, 편안하게 잠든다. 둘째, 편안하게 깨어난다. 셋째, 악몽을 꾸지 않는다. 넷째, 사람들이 좋아한다. 다섯째, 사람 아닌 존재들이 좋아한다. 여섯째, 신들이 보호한다. 일곱째, 그에게 불이나 독이나 무기의 악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덟째, 마음이 빨리 삼매에 들고 아홉째, 안색이 맑고 열번째, 매 하지 않은 채(휘둘리지 않은 채) 죽게 되고, 열한 번째는 더 높은 경지(아라한과)를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범천에 태어난다. 

이와 같이 자애명상은 세간적인 이익과 장점이 아주 많다. 그래서 자애명상은 수많은 명상법들 중에서 치유명상, 보호명상 그리고 바라밀 공덕명상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갖는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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