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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신상욱(서진·37) - 하

기자명 법보

절 하며 드는 무수한 생각들과
호흡·몸 반조하니 편안함 느껴
조계사청년회 스님들 법문은
108배 매일 가능케 한 원동력

매일 108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생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합장하며 1배를 할 때 내려가고 올라오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5살 시절 살던 동네의 모습부터 대학교 친구와 웃으며 먹던 음식들까지. 내가 원해서 생각한 것들과 원하지 않았던 생각들. 왜 이렇게나 많은 생각들이 찾아들어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이 몸의 주인인지, 몸이 나를 지배하는 주인인지 의심이 들었다. 사실 몸은 잘못이 없다. 언제든, 어떤 장소든, 어느 상황에서든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몸은 항상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듣지 않은 건 나 자신이었다. 몸 스스로는 자기 할 일이 있다고, 자기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자세를 싫어한다고 알게 모르게 느낌을 계속 전달해왔다. 절을 한배씩 올릴 때마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지켜보며 몸과의 소통이 시작됐다.

위빠사나의 기본은 호흡이라고 배웠다. 들숨과 날숨 호흡을 통해 몸속을 깊이 관찰하는 것. 호흡을 집중하면서 숨이 흘러가는 길을 따라가 보면 뱃속으로 들어갔다가 머릿속으로 들어가며 몸의 곳곳을 느낀다. 호흡이 들어간 곳의 느낌을 집중하다 보니 생각과 감정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신체 내부의 모든 움직임과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왜 조용한 곳에서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을 하라는 건지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매일 108배를 하면서도 근육의 작은 움직임과 그에 맞춰 움직이는 관절에 집중해 보니 몸이 외치고 있는 소리들이 들리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절 수행을 마치고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정도 멈춰있는 편안함에 집중했다.

눈을 감고 하는 명상이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사회생활 속에서 편안함을 위해 눈을 계속 감고 있을 수는 없다. 눈을 뜬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찾아보던 와중 조계사 청년회에 들어가게 됐다. 입부하자마자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또 독송했다. 

마치 예전에 사경했던 ‘법화경’과도 같았다. ‘법화경’ 속 동화같은 이야기들. 그 속에 담긴 숨은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이 공하니, 공함이 곧 색이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계속 부르고 부르다 보니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이어 ‘색수상행식’ 등도 나오는데,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외고 있으니 답답함이 커졌다. 이런 궁금증은 청년회를 활동하면서 지도스님이 해주시는 법문 속에서 해결됐다. 

스님에 따르면 인간의 그릇이 공하기에 그 외의 모든 것들도 공한 것이다. 이를 이해하자 눈을 뜨고 있어도 평안해졌다. 예전에 느낀 육체의 공함도 왜 일어났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진리임을 받아들인 뒤, 부처님께서 어떤 말씀들을 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초기 경전을 비롯한 경장, 계율이 담긴 율장, 후세에 스님들의 해석이 담긴 논장까지. 손이 닿는 데로 읽고 있다. 

논장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을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직 ‘반야심경’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반야심경’ 하나만으로 살아가기 편안한데 다른 경전까지 이해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더 편안해질지 기대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상하고 또 변해가니 진실한 것은 오직 부처님 가르침뿐이다. 이를 알지 못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을 따르는 스님들이 세 가지 보물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화요일과 토요일을 아주 좋아한다. 조계사 청년회 정기법회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여러 스님들이 찾아와 부처님 가르침을 재미있게 전해주신다. 이것이 바로 108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가끔 무릎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럼 ‘아! 육체가 조금씩 닳아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든다. 게다가 108배를 하며 좌복에 오르내리는 순간순간에 내쉬고 들이쉬는 호흡은 내 육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스님들과 도반들에 감사하며, 오늘도 108배를 올린다.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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