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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도와 기도병의 차이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 오면서 절마다 수많은 기원을 담을 등이 빛날 것이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소망들…. 그 간절한 마음이야말로 신앙의 출발점이요, 또 우리를 궁극의 깨달음으로 이끄는 힘일 것이다. 기도의 힘! 그것은 나의 절실한 바람에 바탕하기에 가피와 영험을 이끌어내는 크나큰 힘이 된다. 올해의 ‘부처님오신날’에도 그런 기원들이 나의 삶과 세상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도의 힘이 그만큼 크기에 올바른 기도를 통해 그것이 서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야말로 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기도의 현실을 보면 기도의 근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너무도 많다. 우선 불교의 기도는 무조건 매달려 바라는 기도일 수가 없다. 부처님은 ‘복 창고지기’가 아니다. 열심히 기도하면 그에 상응하는 복을 주시는 그런 분으로 부처님을 격하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부처님은 이미 온전하게 다 주셨다. 그것을 기도의 힘을 통해, 부처님의 위신력이 나에게 옮겨옴으로써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의 기도이다. 

‘감응도교(感應道交)’하는 것은 본디 그런 의미이다. 나를 계속 없는 존재로 못 박아 확정시키고, 불보살에게 빌어대기만 하는 기도를 해서는 안 된다. 불보살의 위신력이 내 몸에 실현되는 기도라야 나 자신이 변하고, 그 힘이 커다란 원행(願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의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또 올바른 기도의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종단 차원의 계도와 교육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불교 기도의 현실은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은 절 중심의 기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절에서 하는 기도가 현실의 삶으로 이어져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 현실의 행위가 기도를 통해서 바뀌지 않는다면 불교적 ‘감응도교’의 기도와는 천만리 떨어진 기도가 된다.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는 기도가 중심이 되면, 기도가 개인적 ‘욕망 성취’를 위한 방편이 되고 만다. 물론 개인의 간절한 바람에서 출발하기에 그만큼 간절한 힘으로 나오지만, 그것이 건강한 목적성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기도를 단순한 욕망 충족의 도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올바른 인식과 방법을 갖추지 못한 기도는 성취되면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첨될까봐 복권 사지 않는다”는 분이 있었는데, 복권 당첨되면 그 뒤의 삶이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절에 가서만 하는 기도, 무조건 매달려 영험과 가피만 바라는 기도는 그것과 비슷할 것이다. 현실의 실천과는 동떨어져 일만 생기면 절에 가서 기도하는, 심하게 말하면 ‘기도병(祈禱病)’이라 부를 수 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처님오신날’의 등 달기에 국한해 말한다면, 조계종단 등에서는 이런 인식 아래 상당히 계도적인 등 달기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을 때 ‘치유의 등’을 다는 운동 같은 것들을 해 왔다. 등 달기를 통해 개인적인 바람뿐만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을 위하는 기원을 담는, 참다운 ‘기도‘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이 일반적인 기도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원론 차원에 머물러 있지 말고, 개인의 기도를 우리들 모두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방법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나의 일정한 시간의 일정한 행위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는 것을 기도로 여기는 방식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 삶의 일정 부분을 기도에 올리는 공양물로 삼는, 그런 의식을 일으켜 보자는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절에서의 집중된 기도가 일상적 삶으로 이어진다면, 삶 전체가 바로 기도요, 그것이 바로 수행이 될 것이다. 그런 이상을 목표로 기도의 방향성과 방법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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