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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책, 의미 있는 기록

  • 불서
  • 입력 2023.04.17 15:28
  • 수정 2023.04.17 15:34
  • 호수 1677
  • 댓글 0

서평-효탄 스님의 ‘풍향집’

자신의 논문·기고·기사 집성
학문적 지성·고뇌·열정 담겨
비구니사 연구에도 큰 의미
사진 자료 적은 것 아쉬워

 

2008년 운문사 강사시절 학인들과 함께한 사진.
2008년 운문사 강사시절 학인들과 함께한 사진.

필자는 최근 특별한 책을 만났다. 그 책은 비구니스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열적인 활동을 한 효탄 스님(서울 심택사 주지)이 당신의 수행, 학문, 불사 등을 총 정리한 책인 ‘풍향집’(2권, 집옥재, 비매품)이다. 필자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연구하면서 수많은 스님들에 대하여 인터뷰를 하고, 증언 자료집을 내고, 논문과 책을 펴냈다. 때문에 스님들이 펴낸 책(회고록, 일대기, 법문집, 수필)이 나오면 만사를 제쳐 놓고, 그 책을 구해서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효탄 스님의 ‘풍향집’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첫째, 이 책은 효탄 스님의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세밀히 살피면 효탄 스님의 삶, 수행, 학문, 불사, 헌신이 실행된 다양한 분야(종단, 사찰, 학교)에서 스님이 해 온 모든 일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내면에서는 당신이 담당한 모든 일을 진지하게 임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진실, 성실의 관점에서 살필 수 있었다.

둘째, 이 책은 비구니스님으로 달성한 학문적 성취를 집약하고 있다. 효탄 스님은 운문사·동학사 승가대학에서 수학하고 동국대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리고 일본 유학도 다녀온 학승이다. 그러면서 한국불교사, 불교사상, 비구니사 등의 방면에서 개척적인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런 업적은 주목할 주제이었기에 형극의 행보였다. 이 책에는 스님이 집필한 논문의 모든 것(27건), 신문에 기고한 모든 것(26건)이 수록되었다. 이를 통해 스님의 학문적인 지성, 고뇌, 열정을 파악할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비구니사에서의 기록성을 갖는다. 지금껏 비구니사는 연구도 빈약하지만, 연구를 가능케 하는 자료집 출간도 미약했다. 물론 그간 선배 비구니스님들의 회고록, 일대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책은 비구니 스님이 스스로 취합, 작성한 책이 아니고 후대의 연고자(작가, 후배)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사료의 가치, 진실성에서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효탄 스님은 스스로 당신의 글(논문, 신문기고)을 모아서 정리하고, 나아가서는 그 논문을 쓰게 된 전후 사정도 밝혔고, 당신의 활동에 연관된 신문의 보도기사(60여건)도 찾아 수록하였다. 이로써 이 책은 비구니사를 조명할 수 있는 역사적인 가치를 담보하고 있다. 즉 비구니스님 책 발간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것이다. 때문에 효탄 스님의 책을 모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필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우선은 책의 ‘이모저모편’에 수록한 사진이 더욱 풍부하였으면 했다. 효탄 스님 삶의 중요 단면을 전하는 사진만을 선택하였기에, 더욱 풍성한 사진이 수록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음으로는 효탄 스님의 학문에 중요한 지침을 준 지도교수인 홍윤식 교수님에 대한 내용이다. 홍 교수님은 최근 별세하였지만, 그의 불교문화에 대한 안목과 헌신은 대단하였다. 홍 교수님의 재평가 작업이 요청되는 시점에서 홍 교수님의 진면목이 더욱 오롯하게 그려졌으면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효탄 스님의 출가사찰인 수덕사 견성암에 대한 것이다. 견성암은 근대고승 만공 큰스님의 가르침이 생생한 곳이다. 만공 스님은 비구니를 철저하게 가르쳐 많은 비구니 고승을 배출시켰다. 추측하건대 효탄 스님도 만공 스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고 수행과 연구를 하였을 것인데, 이런 점이 강조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여튼 기념비적인 책을 펴낸 효탄 스님의 행보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불교와 종단을 위한 스님의 발걸음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길 발원한다.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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