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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역사왜곡 방조하는 서울시

기자명 이병두

조선 왕조 초기부터 유신(儒臣)들은 불교가 다시 일어날까봐 불안해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교를 말살시키려고 하였다. 유신들의 불교 비방 정도가 너무 심해지자 성종 임금이 “유생들이 임금을 속이면 한사코 ‘미치고 망령되어 탓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면서 유독 승려들에 대해서는 신문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책한다.(1480년 6월) 유생들이 원각사에 들어가 학조(學祖) 스님의 멱살을 잡는 등 행패를 부리다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나서 ‘과거 응시자격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지시하자, “아이들이 우연히 원각사에 들어갔다가 잠시 승려 학조를 때렸다고 하는데, 이 승려들을 위해 유생에게 과거 응시를 정지시키는 것이 옳겠습니까?”라고 항의한다.(1482년) 심지어 임금에게 “승려를 타살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바른 도를 숭상하고 삿된 도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대로 놔두고 따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한다.(1551년 12월 한성부 판윤 등) 이뿐만 아니라 “대장경은 이단의 책이므로, 비록 태워버린다 해도 좋은 일 … 인접한 국가[일본]에서 구하니, 마땅히 아끼지 말고 주어야 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이어진다.(1485년 9월 노사신, 1488년 봉원효)

1510(중종 5)년 3월 서울 정릉 옆 흥천사 사리각에 불이 난 뒤 임금이 “절 근처의 유생들과 가까이 사는 이웃 사람들을 의금부에 가두어 불을 놓은 이유를 추국하라”고 지시하자, 대간(臺諫)에서 “사리각이 불탔다 하여 유생들을 많이 가두고 양반의 집으로 잡으러 다니니 소란스럽기가 막심”하다며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하였으며, 심지어 “부도(浮屠)가 하룻저녁에 다 타버린 것은 … 천백 년의 쾌거를 이룩한 것”으로 “유가(儒家)의 경사이며 종묘사직의 복”이므로 “불이 일어난 원인은 아예 불문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한다.(성균관 생원들의 상소) 임금에게 “지금 원각사는 이미 허물어졌지만 비(碑)가 아직도 남아 있어 … 이 비를 넘어뜨려 그 뿌리를 영원히 끊으라”는 요구까지 한다.(1519년 6월 이청의 발언)

‘불교의 씨를 말려야 한다’며 집요하게 임금과 왕실을 압박하던 유신들은 명종(明宗) 초기 문정왕후가 수렴청정(垂簾聽政)할 때 선교(禪敎)양종을 부활시키자 몇 달 동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절대로 안 된다”며 어린 임금을 겁박하고 성균관 유생들은 동맹휴업을 감행하며 저항한다. 그뿐 아니라 당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은 모두 다 불교 탓으로 돌린다. “양종을 다시 설립하자 … 서울에서는 흰 무지개가 해를 관통했고 함흥에서는 암탉이 수탉으로 변하였다. … 어찌 매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1551년 2월 실록에 남긴 사관(史官)의 비평)

천주교가 전국에서 300곳 넘는 곳이 자신들의 ‘성지’라며 중앙과 지방정부를 압박하여 국민의 혈세로 거대한 ‘성지 조성’ 사업을 펼친 지 오래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조선시대의 의금부‧전옥서 등 주요 행정기관이 있던 자리마다 천주교에서 거대한 표지판을 세워 그곳이 ‘오로지 천주교도를 탄압하던 곳’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모른 척하는 정도를 넘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기면 서울 명동성당에는 “이토오 히로부미를 총살한 안중근 의사의 신도자격을 박탈하고, 안명근의 일본총독 암살 계획을 일제헌병에 밀고하여 수백 명을 고통스럽게 한 조선주교가 수십 년 동안 시무하던 곳”이라는 입간판을 세워 국민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시민운동이 절실하지 않을까.

탄압과 차별을 받았지만 외적이 침입하자 의승군(義僧軍)을 일으켜 나라와 백성을 지켜낸 스님들의 역할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외국군대를 불러들여 나라를 무너뜨려 달라고 하고 임금의 조상 묘소를 파헤치는 도굴범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집단의 행위는 미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역사를 보여주는 게 맞나? 중앙 정부와 서울시의 답을 듣고 싶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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