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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행 이승희(묘법행·52) - 상

기자명 법보

괴로움, 직장·육아 탓으로 여기다
‘금강경’ 읽고 집착했음 알아차려 
선칠·삼보일배 동안거 회향하고
불자로서 전법 앞장서기로 다짐

부처님이 좋아 지금까지 열심히 법에 의지해 살아왔다. 나로 인해 용기를 갖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발원하고 있다.

신심 깊은 불자였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절에 다니는 것이 익숙했다. 아이의 시선으로는 초파일에 등을 달러 가거나 기도하기 위해서만 절에 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어떤 교리를 가르치는지, 어떤 수행을 하는지 전혀 모른 채 소원을 빌러 다녔다.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 입시기도에 정성을 다하듯, 친정 어머니도 다섯 자식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특명을 내렸다. 아버지를 야간 불교대학에 보내고 싶은데 혼자 보내기보다 함께 공부 해보라는 것이었다. 흔쾌히 받아들여 아버지와 함께 불교대학을 다닌 3개월은 불교의 기본 교리와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계기였다. 왜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계를 지켜야 하는지 근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뒤 청년회 대학생부에 들어가 착실히 신행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어린이법회 선생님으로도 봉사하며 내면을 성장시켰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어진 삶을 살기에도 빠듯해졌다.

한동안 직장생활과 옆지기의 무심함, 고된 육아로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마음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때라 내 주변 사람들과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사실은 내가 만들어 낸 고정관념에 집착하고 분별하며 스스로를 들들 볶았던 시기였다. 한밤중 벌떡 일어나 ‘내가 왜 이렇게 힘들고 무엇 때문에 결혼해 답답하게 고생하고 있는 거지’하며 분노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차분히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그 시절 틈틈이 공부하던 ‘금강경 사구게’ 중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이란 가르침을 접하고 나서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마치 꿈과 허깨비, 물거품과 그림자이며 이슬과 번개와 같기에 힘들어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순간 이전까지 일어난 모든 고민과 괴로움이 해소되는 듯한 기쁨을 느꼈다. 

2년 동안 불교방송에서 법을 전한 스님을 따라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쌍계사 국사암에서 철야정진을 했다. 스님은 불자라면 발원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가 ‘선칠수행’이라는 재가자 동안거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왠지 모르게 꼭 참석하고 싶었다. 처음 해보는 참선수행이라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짐을 싸서 참가했다. 항상 화두처럼 따라다녔던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하고자 했다.

한겨울 먼 길까지 싸리빗자루로 눈을 치우던 운력과 작은 법당에 앉아 처음 해보는 좌선이 주는 고요함, 자연이 주는 포근함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7일 동안 도량에 머물면서 사람들과 참선과 운력, 불일암까지 포행을 다녀왔다. 회향 전날 쌍계사 금당 앞마당부터 국사암까지 다다르는 지리산 산길을 삼보일배로 오르는 수행을 했다. ‘관세음보살’을 오롯이 염하며 삼보일배를 마쳤다.

암자 앞마당까지 들어와 ‘반야심경’으로 의식을 마치는 순간 내가 갖고 왔던 ‘이 세상에 왜 내가 왔는가’에 대한 해답을 알게 됐다. 바로 부처님의 한없는 은혜를 잊지 않고 불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역할이었다. 불자로서 전법에 앞장서기로 다짐하며 서울에 올라왔다.

효과적으로 전법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탔기에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건 부담됐다. 그나마 손재주가 뛰어나 사람들에게 관세음보살님을 그려주기로 했다. 

그들이 모두 관세음보살님이 되는 그날까지 그림보시를 하자는 자그마한 서원으로 지인들에게 관세음보살님 그림을 그려줬다. 그들을 만나면 “보살님 덕분에 관세음보살님께 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그들이 관세음보살님과 같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1678호 / 2023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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