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음부터 수문장은 아니었다…금강역사 본래 자리는

  • 교학
  • 입력 2023.05.08 10:40
  • 수정 2023.05.14 17:17
  • 호수 1680
  • 댓글 1

임영대 동국대 문화재학과 교수
간다라~신라 금강역사 집중 조명
“붓다와 가장 친근·밀접한 존재”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에 힘을 잔뜩 준 두 주먹. 사찰 문간에서 두 눈을 부릅뜬 채 삿된 것을 막아내는 금강역사상. 우락부락한 모습에 주로 붙는 별칭은 수문장·경호원 등이다. 불보살의 거룩하고 찬란한 포스에 절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지만 임영애 동국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두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한다. “금강역사는 붓다 출가 때부터 열반까지 50년간 바로 옆에서 늘 함께 하던 존재입니다.”

고대 불교조각사 전문가로 꼽히는 임 교수가 금강역사의 진짜 모습을 담아 최근 ‘금강역사상’(동국대출판부·2만5000원)을 발간했다. 1~2세기 북인도 간다라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9세기 신라에 이르는 금강역사 2000년 내력을 한 권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간다라·중앙아시아·중국·신라마다 다르게 구현된 도상 146점까지 보기 좋게 실었다. 불보살에 비해 상대적 관심이 적었던 금강역사에 신선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역저. 국내 학계에서 이렇게까지 세밀히 금강역사를 조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젊은 불교미술사학도로서 수학하던 시절 경주 석굴암을 답사하면서 본실 입구벽에서 금강역사상을 마주한 순간부터 본존상과 함께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부조의 매력에 끌렸다고 한다. 그때 벽에서 튀어나올 듯 불끈 쥔 주먹을 허공에 띄운 화강암의 입체적 생동감과 조형미에 빠져, 지난 30년간 금강역사 도상들을 섭렵하며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임 교수에 따르면 금강역사상은 인도에서 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위상과 외형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위치도 처음부터 사찰 문간이 아니었고, 입을 여닫은 ‘아(哦)’상과 ‘훔(吽)’상이 쌍을 이루지도 않았었다. 간다라와 중앙아시아에선 늘 한 구였다. 표현되는 모습도 헤라클레스를 닮은 상부터 젊은 청년과 늙은이로 다양했다.  

금강역사는 초기 바즈라파니(Vajrapāṇi)로 불렸다. 바즈라는 금강저, 파니는 손 안에 있다는 의미다. 인도 전통 브라만교의 수호신 인드라가 손에 쥔 무기인 금강저를 야차(夜叉)가 넘겨받으면서 부처를 호위하게 됐다. 간다라에서까지 붓다 곁에 ‘찰싹’ 붙어 밀착 수행했다.

단순히 수호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대보적경’에 따르면 붓다와 가장 친근한 존재였고 붓다의 비밀스런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붓다의 가르침을 항상 듣고 무리를 대표해 붓다에게 질문했다. 여러 보살 가운데 승리하는 모습도 보였으며(‘대지도론’), 교단 규율을 지키지 않는 이를 벌주기도 했다(‘십송률’). 

뒤이어 5세기 중국 남북조시대에 전래돼 수당대를 거치며 단독상에서 쌍신상이 됐다. 험상궂은 서역인 표정도 이때 생겨났다. 7세기 신라에 전래된 뒤로는 호신상으로 8세기 유행했다가 사천왕상에게 수호신상 역할을 물려줬다. 이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신라 특유의 미학적 도상으로 정착된다. 임 교수는 “바라보는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여길 것을 염두에 둔 신라인의 배려”라고 분석했다. 수문장으로만 여겼던 금강역사에 관한 편견을 깨고 호기심마저 한 뼘 키워주는 책.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0호 / 2023년 5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