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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지혜 수행시스템 회복합시다

기자명 황산 스님

부처님 수행법, 성취에 최적화
자비심 옅어지며 시스템 고장
사찰은 마음수행을 위한 공간
자비·양보·봉사정신 되찾아야

세탁기에 옷을 넣고 시간이 지나면 옷이 깨끗해집니다. 요즘은 건조까지 되어 나오기도 해서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됩니다. 자동화·기계화가 되는 것은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더 깨끗하고 쉽게 해결합니다. 세탁기의 원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적용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리는 사찰에도 충분히 적용됩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출가했습니다. 당시 이미 사문이라는 수행자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수행시스템은 각기 달랐습니다. 싯다르타는 수행자들을 방문해 그 시스템대로 수행해 보았고, 그들의 시스템에 한계를 느껴 홀로 고행하시며 궁극에는 깨달음을 이루셨습니다. 당신께서 직접 수행시스템을 만들어 다섯 비구를 찾아가 적용하셨고, 결국 아라한이라는 성인들이 무수히 배출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시스템을 적용하는 ‘승가’라는 단체를 만들어 당신만의 수행법으로 제자들을 양성하셨습니다. ‘승가’에 든 이들은 대부분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부처님의 수행시스템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출가만 하면 헛된 길로 가지 않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수행의 성취를 보았습니다. 부처님 제자가 되면 저절로 자비로워지고 지혜로워졌습니다. 성능 좋은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시간만 지나면 옷이 깨끗해지듯 부처님께 출가만 하면 성불의 길을 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불교계는 어떨까요? 이 시대의 출가자들은 진정 자비롭고 지혜로울까요? 오히려 속세 사람보다 욕심이 많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요? 출가자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간혹 세속의 사람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조금 더 선하고 자비롭다고는 해도 기대만큼 자비롭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현재 우리 승단이 훨씬 더 자비롭길 바랍니다. 그 기대가 있기에 사찰에 와서 실망했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어째서 그리 되었을까요? 수행시스템이 고장 났거나 변질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스님들이 청년을 만나면 보는 즉시 출가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출가하려는 사람도 드물고 출가를 상담하면 오히려 스님들이 출가를 말린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어떤 도반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20대에 불교를 만나 40대에 출가했습니다. 참선 수행에 관심 있어서 여러 스님의 법문을 들었고 시간을 쪼개가며 수행하다가 출가한 겁니다. 막상 출가해서 행자 생활과 기본선원을 다니며 수행 시간은 늘어난 것이 분명한데 정작 마음은 출가하기 전이 훨씬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출가하면 발심이 더 깊어지고 마음은 더 단단해지며 자비로워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자비, 희생, 봉사정신이 우리 승가에 얼마나 정착됐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고칠 필요성이 있음을 진단해 봅니다. 

재가불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찰에 다니면 저절로 자비로워지고 지혜로워져야 하는데 우리 신도님들은 그것을 실감하고 있을까요? 과연 자비로워지려는 목표를 갖고 있을까요? 학교에 다니는 목적이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라면 성적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은 소원성취를 위해 다니면서 절에 있는 다른 사람은 자비로워야 한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절에서 만난 이들이 욕심내고 화낸다고 비판하며 절을 떠나는 분도 있습니다. 
 

사찰의 시스템은 자비와 지혜를 갖춘 붓다를 만드는데 최적화되어야 합니다. 홀로 수행해서는 한계가 있기에 시스템에 의지하는 것인데 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여실하게 알아 그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이 공부하기에는 학교보다 좋은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사찰은 마음 수행을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입니다. 자비와 지혜 없이는 깨달음을 이룰 수 없습니다. 스스로 자비로워지려 노력하며 수행하면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성능 좋은 세탁기를 찾듯 우리 불자들이 수행시스템을 회복하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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