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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도시의 종교] 5. 왜 다시 도시불교인가

어린이·청소년 포교 직결된 도시 불교에 한국불교 미래 달렸다

스님들 개별 원력에만 맡겨진 도심포교 활성화…종단 차원의 조직대응 부족
2023년도 불교신자 비율 16.1% 불과…급감한 근본원인은 도심포교 등한시
교구본사가 설립한 ‘포교당·문화원’서 수말사와 긴밀히 협력해 포교 나서야

강북지역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왕래가 편한 공생선원(선원장 무각 스님). 시민들에게 생활 참선을 지도하며 도심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찰은 산중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부분의 유명 사찰이 크고 유명한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현대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스님들의 법호에도 산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고, 사찰명도 가야산 해인사 등과 같이 산 이름을 앞에 붙이고 있기 때문에 산중사찰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부처님 재세시부터 사찰은 걸어서 한 시간 내에 왕복할 수 있는 지역에 설립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 이유는 탁발하기 쉬워야 하고, 사찰 주변의 지역 주민들을 교화하는 데 바람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도를 비롯하여 상좌부 불교권, 그리고 중국과 일본 등의 지역에서도 평지 사찰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 권력의 변화에 따라 법난을 당하기도 하고, 탄압을 받아 사찰이 폐사되기도 하였기 때문에 이를 피해서 산중에 사찰을 건립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에 구산선문이 형성되면서 큰 산을 중심으로 사찰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만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일반 사찰들의 대부분은 도심지에 건립되었다. 반면에 조선시대의 억불숭유정책으로 인해 한양의 성내에 있던 사찰들이 폐사되고 산중의 암자로 밀려나게 되었다.

대한제국시대에 이르러 승려들의 도성출입이 해제된 뒤 만해, 구하 스님 등이 일본불교를 시찰하면서 도심포교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만해 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산중에 있는 사찰을 헐어서라도 도심사찰을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그만큼 도심에 사찰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45년 광복이후 불교계는 적극적으로 도심 포교당 건립을 시도하였지만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토지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도심에 사격을 갖춘 사찰 건립이 점차 어려워졌다. 1980년대에 이르러 한마음선원, 구룡사, 능인선원, 불광사, 법룡사 등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도심포교 사찰이 건립되었으나 확장일로에 있었던 도심 성장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사이 수도권 지역에 신도시들이 계속 개발되면서 수요는 늘어갔으나 사찰들은 건립되지 못하였다. 이 공백을 기독교 교회들이 차지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농촌지역의 도시화가 확산하면서 기존에 산중사찰이었던 본말사들이 의도하지 않게 도심사찰로 편입되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1970년대만 해도 서울 강남의 봉은사, 수원 용주사, 남양주 봉선사 등은 수도권의 농촌과 산속에 있던 사찰들이었는데 지역의 변화에 따라 도심사찰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 소수의 전통사찰만으로 도심포교를 담당하기에는 지역이 너무 광대하고, 지역주민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심 사찰의 건립과 도심포교 활성화는 산업화, 도시화로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불교계의 숙원 과제였다. 특히 신도시와 아파트 단지들이 집중적으로 건설되면서 신도심 지역에 사찰 건립은 더욱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은 스님들의 개별적인 원력에 맡겨졌을 뿐 종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 2000년대 이후 20여년 동안 위례 상월선원과 세종시의 광제사 등 2개 신도심 지역에 사격을 갖춘 사찰을 건립했을 뿐이다.

도심포교를 등한시 한 결과 불자 비율은 2023년 조사에서 전 국민의 16.1%로 급감했다. 이제 불교는 한국사회에서 다수 종교의 지위를 상실하고, 기존의 교세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주요 원인은 농어촌 인구가 줄어들고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불자들이 많았던 농촌지역의 인구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도심포교를 등한시했고,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심포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가 매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대중교통을 몇 번씩 갈아타야 갈 수 있는 먼 지역의 사찰을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집 근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찰이 있어도 부모님의 보호가 없으면 방문하기 어렵다. 더구나 바쁜 일상에서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거리가 먼 사찰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쉬운 도심사찰이 적절하게 분포하고 있어야 효과적인 포교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도심포교사찰이 필요한 이유는 최근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 가서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1만세대가 넘는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에 불교 사찰은 전무한 실정이지만, 교회는 20여개, 천주교 성당이 1개소가 있다.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교회가 지역사회의 중심센터로 기능하고 있으며, 교회에 가서 투표하거나 주민총회를 교회에서 하는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도심포교사찰은 해당 지역의 중심 문화센터이면서 공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사격을 갖추고 단청이 잘된 전통사찰이 건립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사찰이 랜드마크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진관사, 수국사, 화계사, 개운사, 보문사, 약수사, 미타사, 봉은사 등 다수의 전통사찰이 각 구를 대표하는 사찰로서 활발한 포교활동을 전개한다. 그렇지만 1천만 명이 모여 사는 수도서울의 25개구와 수천 개의 동을 관할하기에 그 수가 너무 적은 실정이다.

현대사회에서 효과적인 포교 패러다임은 초심자의 교육과 조직화, 봉사 및 후원단체 활성화, 문화와 수행체험의 확대 등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포교활동은 도심지역에 거점사찰이 적절하게 분포되어 있을 때 지속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상월선원이나 광제사 등과 같이 수백억원을 들여서 각 지역에 사찰을 건립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 사찰은 종단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집중 투자를 통해 건립한 특별사례일 뿐 향후 실질적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필요에 따라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 건립하는 사찰도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도심지역은 돈이 있다고 해도 사찰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울과 인천 및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의 도심포교 전략은 작은 규모의 도심포교사찰이나 불교문화원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립의 주체도 전국의 24개 교구본사가 담당하며, 인접 대도시에 불교문화원을 건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심지역의 불교문화원은 연관된 교구본사 혹은 수말사 등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도심포교와 산중 및 농어촌 포교를 함께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출가자가 급감하기 때문에 스님들만으로 사찰을 운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도심포교당을 건립한다고 해도 스님들이 모든 일을 담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출재가 사부대중이 함께 노력해야만 전통사찰과 도심포교당, 불교문화원 등이 서로 연계하여 운영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불교문화원은 포교기능을 담당하지만 사격을 갖춘 사찰이 아니기 때문에 재가불자들이 활동하기에 용이하다. 스님들이 주로 정기적인 설법과 사찰의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한다면 포교역량을 갖춘 재가불자들은 시설관리와 포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도심사찰, 포교당, 문화원 등이 건립된다고 해도 포교활동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효과적인 포교활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잘 극복한 사례는 천태종의 도심사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천태종에서는 스님 한 분이 2~3개 사찰의 주지를 담당하고 있으며, 각 사찰은 종정예하가 임명한 신도회장이 책임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운영에 참여한다. 그리고 자원봉사로 헌신하는 핵심신도들이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많은 주민이 법회에 운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심포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도심의 거점 사찰과 그 산하의 다양한 불교문화원 등이 연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법력을 갖춘 스님과 전문성을 갖춘 재가불자들이 합심 협력해야 저출산 고령화로 나타나는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종단과 교구본사, 그리고 수말사 등의 사찰들이 힘을 합쳐 총력을 기울여야만 불교의 도심포교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신뢰받는 스님들의 지도력과 불자들의 조직화된 추종력이 잘만 결합된다면 한국불교가 다수종교의 지위를 재탈환할 수 있을 것이다.

김흥철 교수 
김흥철 교수 

템플스테이 활성화 등으로 인해 불교에 대한 젊은 층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 이때가 새로운 도심포교 종책을 수립하고 불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이다.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포교전략을 바탕으로 각 사찰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심포교방법의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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