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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적 색채·조형적 작업 켜켜이 쌓여 참 ‘나’가 되다

  • 문화
  • 입력 2023.06.08 13:56
  • 수정 2023.06.08 13:57
  • 호수 1684
  • 댓글 0

비로자나국제선원 까루나, 조예원 ‘내재된 기억들-찰나’ 초대전
보드 조각·한지 입히는 반복 작업으로 아뢰야식 ‘비밀의방’ 설명

서울 비로자나국제선원 갤러리카페 까루나가 모란 조예원 작가 초대전을 진행 중이다.

조예원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내재된 기억들-찰나(刹那)’를 주제로 작업한 14점의 작품을 6월15일까지 만날 수 있다. 그는 보드를 세심하게 조각해 한지를 입히는 반복된 작업으로 수많은 작은방을 만들어 불교의 아뢰야식(阿賴耶識)을 표현했다. 아뢰야식은 마음의 심층에서 작용하는 근원적인 마음이다. 불교의 유심론(唯心論)에서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비밀의 방으로, 전오식(前五識)과 육식(六識), 칠식(七識) 등이 만들어 여러 가지 인식과 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행위들이 저장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조예원 作 ‘내면의기억-혼돈’.
조예원 作 ‘내면의기억-혼돈’.

이 인식과 행위들은 그냥 저장만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나의 인식이나 행위는 과거에 뿌려졌던 이식(耳識)이나 행위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하나의 원인이 결과가 될 때까지, 즉 하나의 씨앗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리는 곳이 바로 아뢰야식인 것이다.

같은 꽃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아무런 감정없이 그저 시무룩하게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어떤 사람은 그 꽃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느낀다. 이렇게 서로 인식의 차이가 나는 것은 각자의 아뢰야식 속에 축적된 삶의 체험이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자신의 아뢰야식의 수준에 따라 대상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잠재돼 있던 기억의 풍경과 정서, 감정 등을 무의식으로 내재돼 표출되는 사물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아뢰야식을 통해 심층의 아래층에 겹겹이 쌓인 그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형성한다는 개념을 작품을 통해 전한다. 옛 창호문을 연상하게 하는 작업은 아뢰야식의 비밀의 방의 의미한다. 무의식의 방을 하나하나 세심히 조형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나의 마음을 인식하며, 찰나의 감정으로 느껴지는 색채로 마무리하는 작업은 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조예원 作 ‘One day April’.
조예원 作 ‘One day April’.

조예원 작가는 “불교에서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차곡차곡 쌓인 업(業)이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행동에 나타나고, 분명하지는 않지만 내재 된 생각과 기억들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무의식 속에서 상기돼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접했을 때 감정과 행동으로 표출된다고 한다”며 “이번 작품은 이 같은 이론적 배경을 단색적 색채와 조형적인 작업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예원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무의식에 내재된 욕망표출의 상징적 표현연구’로 석사학위 취득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인도 뭄바이 비엔날레 초대전, 한류스타 작가전 평론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아트포럼인터내셔널회, 홍익K아트회, 한가누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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