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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송창임(원각성·37) - 상

기자명 법보

몸에 익고 성취감 큰 108배 달리
사경에 재미 못느껴 멀리했으나
친구 꾸준한 권유로 마음 다잡아
어머니 무탈 서원하며 글자 새겨

살아가며 부처님과 단 한순간도 떨어져 있던 적이 없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어린이법회와 중고등학생회, 현재는 청년회를 다니고 있다. 당연한 듯 매일 염불을 외우고 부처님께 절을 올린다. 스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셨기에, 이름이 생겼을 때부터 부처님 제자이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어린이법회를 다니며 매달 108배를 했던 것이 수행의 첫 기억이다. 스님, 선생님, 친구들과 하는 절이 재미있었다. 절을 마치면 스님께서 소원도 들어줬다. 항상 흐뭇하게 응원해주는 스님과 선생님들 덕에 무슨 일이든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났다. 초등학생 때에는 100점을 받고 싶은 마음에 시험 전엔 꼭 108배를 했다. 어린 마음에 108배를 하면 부처님께서 다 이뤄주실 것이라 여겼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홀로 법당에 올라가 1080배를 했을 정도다.

사경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다. 조계사 청소년법회를 다니던 시절 성도재일을 맞아 ‘반야심경’ 1자를 사경하며 1배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엄마를 따라 가족법회를 다니며 사경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참여한 건 처음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다. 선배의 죽비소리에 맞춰 절 한 번 하고 글자 하나를 새겼다. 다시 절 한 번 하고, 글자 하나를 새기고…. 그런데 108배와는 다르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파왔다. 조금씩 꾀도 났다. 어느 순간 3배하고 3글자, 5배하고 5글자를 쓰는 등 점점 일자일배의 사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사경은 아주 가끔 단체행사가 열리면 참여하는 수행이 됐고, 그렇게 내 생에서 멀어졌다.

그후로도 무슨 일이 있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항상 절을 했다. 그 힘이었는지, 중학생 시절 여러 경시대회에서 큰상을 많이 타고, 큰스님들께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받기에 모든 걸 갖추고 태어난 아이”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당시엔 정말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절에 다니고, 절을 하는 계기였다. 그런데 20대가 되고 허리통증이 생기면서  절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통증이 계속되자 절을 못한다는 것에 더 이상 불자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참선을 배워봤지만 어느 순간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느낌이 무서웠고, 오래 앉아있을수록 허리통증도 심해졌다. 예전에 했던 사경을 해봤지만 몇 글자 쓰면 손이 아파왔고 염불을 해도 이내 잡념에 빠졌다. 어느 순간 수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됐다.

일주일에 두 번 법회에 가고 간간이 사찰순례도 다니며 봉축기간에는 행렬등과 장엄등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러면서 기도나 수행은 따로 없이 평범한 신행생활을 하면서 지냈다. 가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는 정도였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어릴적 한 스님의 “대비주는 세 호흡에 외워야 한다”는 법문을 듣고 세 호흡에 외워보려 무던히 노력했다. 그 덕에 지금은 세 네 호흡 사이에는 마무리가 된다.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외고 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오롯이 집중했음을 느낀다. 아마 스님은 기도하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기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긴 주문을 세 호흡에 외라고 하신 것 같다.

언제부턴가 청년회 친구와 수행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지금은 어떤 수행을 하고 있는지, 어떤 수행을 했는지…. 친구는 매일 108배를 하다 건강문제로 잠시 사경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꾸준히 내게 사경을 권했다. “매일매일 수행을 해 보자”고, “잘 안되던 것도 같이하면 하게 된다”고 말이다.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한 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진심이 담긴 원이 필요했다. 단순히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일이 잘 되게 해 주세요’ 같은 소원이 아니라 제대로 된, 누군가를 위한 서원이 필요했다. 

마침 어머니의 삼재가 시작되는 해였고, 연세가 있으신 어머니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삼재를 넘기길 서원하며 ‘삼재소멸 1000일 기도’를 시작했다. ‘100일이면 모든 게 습관화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내겐 해당하지 않는지 핑곗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없던 약속이 생기거나 야근을 할 때도 있었다.  어머니의 무탈함만을 생각하며 수차례 마음을 다잡았다.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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