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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병아리를 대신한 인공지능

기자명 성진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06.12 17:12
  • 수정 2023.06.12 17:13
  • 호수 1684
  • 댓글 0

불교교육학과 AI 접목시켜
부처님 삶 닮도록 이끌고
대승불교 정신에 입각해
출·재가 구분없이 교육해야

어린 시절 처음으로 다른 존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긴 것은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였다. 애지중지 길렀던 병아리 자리에서는 강산이 두 번도 바뀌지 않았는데 ‘다마고치’라는 전자 장난감을 먹이고 기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 폰’에 울고 웃는다. 물론 10년이 못되어 인공지능 반려 로봇과 같은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오감과 자의식 있는 AI)이 함께 할 것이다.

인공지능(AI)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우리 삶 대부분을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인공지능기술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종이와 빨간 펜으로 풀던 어린이 학습 프로그램은 이미 인공지능 교육 플랫폼으로 전환되어 약한 인공지능(Weak AI:알파고) 단계로 개인별 맞춤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비단 기초 학습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경영석사 과정 중 50위권에 드는 ‘콴틱 경영석사 프로그램’은 오직 온라인의 모바일 상에서 진행된다. 이 학습플랫폼 역시 학생들의 학습과정과 결과를 분석 프로그램이 분석해 적당한 시기에 ‘넛지(Nudge: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법)’로 학습자의 학업능률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AI 기반 군사용 드론이 공격을 중지하라는 인간의 명령을 어기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히려 인간을 공격하려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직 진실공방이 계속 되고는 있지만 강한 AI(Strong AI)가 현실화 되었을 때 인간이 기계에게 종속 될 수 있음을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보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불가분의 관계로 함께 할 분야는 바로 교육일 것이다. 얼마 전 동국대에서 불교교육학과정을 신설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종교교육학과 기독교교육학 과정이 개설돼 있는 것에 비해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불교교육학에서는 불교라는 특수성과 교육학이라는 보편성의 조화와 균형, 승가와 재가라는 이원론적 시각의 정리가 필요하다.

아직 한국 불교계에서는 불교와 교육학을 이질적인 두 학문의 결합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교리적 접근을 배제하고라도 불교교육학은 부처님과 보살의 삶을 닮아가도록 인간을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근본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교육학의 체계는 이것을 실현 가능하도록 구성돼야 하는 것이다. 불교교육학은 불교라는 종교적 주춧돌에서부터 시작되고 완성되어야 한다. 승가와 재가를 분리해서 불교교육학을 바라보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불교를 처음 접하고 교육받을 때 학습 목적과 방향성이 다르게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대승불교는 출·재가를 구분해 부처님과 보살을 삶을 살도록 하지 않는다. 부처님에 대한 귀의와 가르침, 수행과 경전에 기반한 불교적 인간성의 완성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 삶의 기준인 계율의 선택에 있어서 출가의 길과 재가의 길이 있을 뿐이다. 동국대 불교대학이 중심을 잡고 인공지능 시대의 기술을 불교적 인간으로 양성하고 교육시키는 방편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까지 부처님 말씀을 근간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불교는 더 적극적으로 어린학생 청소년 그리고 청장년을 위한 불교교육학의 체계를 인공지능에 기반해 설립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많은 시간 세상을 접하는 지금의 인류에게 불교를 효과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다른 종교는 신과 인공지능 기계에 대한 접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일신을 닮게 창조된 인간에게만 주어진 영성(靈性)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는 모든 존재하는 것에 불성(佛性)이 있다. 그래서 경주 남산의 바위에 조성된 불상은 부처님을 남산의 바위에 모신 것이 아니라, 남산 자체 온 세계의 부처님이 계시기에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불교는 영성이 아니라 ‘금강경’에 기반해 바른 생각, 바른 행동을 하는 AI, 불교적 인간상을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는 AI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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