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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도심 한복판에 여래종 창종주 인왕 스님 우뚝 서다 

  • 동행취재
  • 입력 2023.06.17 08:59
  • 수정 2023.06.17 09:09
  • 호수 1685
  • 댓글 0

인왕 스님 동상 제막식 현장

6월10일, 메인로드 한복판서
금빛으로 조성된 입상 제막
여래종 환영 인파만 천여명
높이 5m의 부처님 점안식도
마이트라 전 대통령 참석해
“스리랑카 불교중흥에 감사”

“10, 9, 8, 7, 6, 5, 4, 3, 2, 1.”

우렁찬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여래종 총무원장 명안 스님이 천 끝에 매달린 긴 줄을 잡아 당겼다. 동상을 감싸고 있던 붉은 천이 벗겨지자 창종주 인왕 스님의 모습이 뜨거운 태양에 금빛으로 반짝였다.

6월10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각) 스리랑카 파나두라 도심 한복판, 콜롬보-갈레 메인로드에서 열린 제막식 현장이다. 이날 공개된 동상은 인왕 스님의 평소 모습처럼 꼿꼿하고 정갈했다. 그런 스님의 시선 끝엔 이날 행사를 위해 5685㎞의 거리를 건너온 사부대중 20명이 여법하게 서 있었다.

 

이날 제막식은 시작부터 지역 축제를 방불케 했다. 메인로드 일대에만 주민 천여명이 몰렸다. 명안 스님을 비롯해 행정부원장 혜안, 인왕문도회장 묘선, 원주 청량사 주지 묘각 스님 등 사부대중이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린 순간부터 경찰들은 기다렸다는 듯 주변을 에워싸고 앞뒤로 호위했다. 

행렬 선두에는 명안 스님이 섰다. 한국 방문단이 그 뒤를 따랐다. 북소리와 함께 등장한 춤꾼들은 스리랑카 고전춤 캔디안 댄스(Kandyan dance)를 선보이면서 흥겹게 환영했다. 상가 앞에 서있던 주민들도 손뼉을 치면서 그들 몸짓에 박자를 맞췄다. 한국 방문단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환호성도 커졌다. 도로를 지나던 버스와 승용차는 물론 삼륜차 뚝뚝(Tuk Tuk)을 탄 사람들의 시선까지도 일제히 방문단 행렬로 쏠렸다. 이들이 걸은 메인로드 곳곳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행진이 끝나자 스리랑카 아마라푸라종 대승정 메타난타 스님과 대승정 쇼바난다 스님이 마중을 나왔다. 따뜻한 미소로 방문단을 맞았다. 

여래종과 스리랑카 아마라푸라종의 특별한 인연은 1980년대 초 시작됐다. 인왕 스님과 담마누까 스님이 양국을 오가면서 법을 나눴고 정진을 거듭해 갔다. 스리랑카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인왕 스님은 자연스럽게 스리랑카 현지 상황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다민족 국가인 스리랑카는 오랜 세월 내전과 외부 침략에 시달렸었다. 특히 1505년부터 440년 동안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 통치가 이어졌다. 1948년 독립해 불교계는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지만 아쉽게도 내전(內戰)으로 중흥의 동력은 점차 약화돼 갔다. 복원불사가 진행돼야 할 고찰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져 갔다. 아마라푸라종 사찰들 또한 예외일 리 없었다. 이에 당시 담마누까 스님이 인왕 스님에게 청했다. “스리랑카 불교중흥을 여래종이 도와주세요.” 

인왕 스님은 오랜 숙고 끝에 스리랑카 불교 지원을 결정했다. ‘여래구도봉사단’을 주축으로 여래종 전 종도가 물심양면 지원에 나섰다. 두 스님 간의 왕래 차원을 넘은 한국과 스리랑카, 여래종과 아마라푸라종 사이의 본격적인 불교 교류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쇠잔한 기운만 가득했던 1980년대 도량에 새로운 전각들이 속속 들어섰다. 스리랑카 특유의 하얀 대탑도 연이어 세워졌다. 2000여권의 책을 소장한 도서관이 들어선 곳도 있었다. 

대표적 사찰이 파나두라 삿다르마카라 피리벤 카랴라야 대학(saddharmākara piriven kāryālaya)이다. 인왕 스님 동상 제막식이 끝나자 오후 4시30분부터는 이곳에서  부처님 점안식이 봉행됐다. 갈색 발우를 든 높이 5m의 이 불상은 부처님 재세시 탁발 정신을 잇겠다는 여래종과 아마라푸라종의 의지로 조성됐다. 

메타난다 스님은 “부처님 높이는 남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면서 “발우를 든 부처님도 드물어 아주 특별한 불사였다”고 말했다. 명안 스님은 “4년 전 열렸을 점안식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연기됐다”면서 “덕분에 우린 ‘지구촌 한가족 부처님 일불제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됐다. 스리랑카와 한국 불교가 미래를 내다보고 함께 걸어가는 좋은 도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마이트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전 대통령도 현장을 찾았다. 그는 “수많은 불상을 봐 왔지만 오늘 가장 아름다운 부처님을 마주했다”며 “스리랑카 불교 중흥에 힘써준 여래종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자비와 이타의 실천 강조한 인왕 조사 유지 이어가겠다” 

인왕 스님 열반 8주기 추모 법회

6월9일, 엘피티야 유치원서
정관계 인사 등 백여명 참석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앞장
한국서 챙겨온 물품 등 전달

여래종과 아마라푸라종은 6월9일 오전11시 콜롬비아 엘피티야(Elpitiya) 자야수마나마야 사원에서 창종주 인왕 스님 추모 법회를 열었다. 

인왕 스님 진영이 봉안된 영단에 등(燈)·향·과일·꽃 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법회에는, 사원 교육시설에 소속된 유치원·초·중·고등학생과 차투랑가 엘피티야 시장과 카리야와삼 시의원 등 100여명이 동참했다. 

총무원장 명안 스님은 법문을 통해 “지구촌은 인종을 떠나 한 가족이다. 때문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어두운 곳에 따스한 빛이 되어 행복한 세상을 구현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에 대한 믿음과 불퇴전의 용기다. 자비와 이타의 실천을 강조했던 인왕 큰스님의 가르침이 곳곳에 스며들어 성취와 환희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사두(sadhu), 사두, 사두”라고 답했다. 

추모 법회가 열린 자야수마나마야 사원도 여래종이 중창한 사찰 가운데 하나다. 사원이 있는 마을은 도심과는 거리가 제법 멀다. 밤이면 1960년대 우리나라 농촌보다 더 어두운 곳으로 변한다. 한창 꿈을 키우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마을에 번듯한 학교가 없어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래종이 두팔을 걷어 부치고 교육시설 설립에 나섰다. 덕분에 활발히 운영 중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유치원 정원은 60여명이고, 주말 불교학교에 등록된 초·중·고등학생은 400명에 달한다. 

행정부원장 혜안 스님은 “열악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교육뿐이라는 신념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여기서 자라난 아이들이 스리랑카의 인재가 되고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인왕문도회장 묘선 스님과 원주 청량사 주지 묘각 스님도 하루 전날 미리 챙겨둔 단주를 아이들 손목에 채워줬다. 그리곤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축원했다. 스님의 따스한 미소에 아이들도 발 앞에 엎드려 공경의 예를 표했다.

여래종은 이날 노트 100상자, 볼펜 30상자, 간식 10상자, 홍삼 20상자와 염주 1000개, 셔츠 500장을 사원에 전달했다. 이번 순례 일정에 동행한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진관 스님도 부채 50개를 마련해 어린이들에게 선물했다.

 

“지구촌 네트워크 구성 주도할 것”

여래종 총무원장 명안 스님
“해외교류 40년 노하우 활용”

여래종 총무원장 명안 스님은 6월14일 순례를 마치며 “이번 순례를 통해 여래종이 나아갈 방향과 해야할 일에 대해 분명히 파악하게 됐다”면서 “시급한 일은 종단 자체의 내실 다지기”라고 했다.  

명안 스님은 2014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서 미얀마를 답사했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10년 전 종단협 사무총장을 맡았던 홍파 스님(현재 관음종 종정)에게 여래종이 복원한 땀민솨 사원 801탑에 관해 얘기하자 홍파 스님은 “바간에 있는 김에 다함께 가도 괜찮겠다”고 흔쾌히 답사를 추진했다.

여래종 지원으로 복원된 땀민솨 사원 801탑은 12세기 무렵 조성됐지만 몽골군에 의해 파손된 뒤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여래종은 2003년 12월부터 2년 간 미얀마 문화재청 고고학국과 협약을 맺고 복원 불사를 추진했었다. 

명안 스님은 “당시 탑을 본 종단협 소속 스님들이 다들 놀라셨다”면서 “여래종이 복지와 포교분야에서 나름 일을 한다고 했는데 많이 알려져 있지 않구나 실감한 순간이었다. 보여주기식 자리이타행은 지양해야 하지만  도움을 주고 받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우리 종단은 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해외성지를 가더라도 단발성 방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40년 간 쌓인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해 ‘지구촌 불교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해 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스리랑카=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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