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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홍준석(37) - 상

기자명 법보

좌절 반복에 빠진 우울·불안
명상 공부하며 감정 회복해
우연히 찾은 명상힐링캠프
선체험·성장 의욕 고취시켜

목표는 오로지 합격이었다. 교육부에서 아이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며 세상은 편협한 이분법으로 분별되기 시작했다. ‘합격한 나’와 ‘그렇지 못한 불완전한 나’. 지옥에 사는 불완전한 존재가 행복할 리 없었다. 우울과 불안은 어느새 감정의 표면을 넘어 심연까지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은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뜻밖의 친구는 책이었다. 작가의 문장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지만 결코 나를 함부로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우직한 존재. 극도의 무기력과 외로움 속에서 유일한 기댈 곳은 책이요, 소소한 안식처는 도서관이었다. 혼탁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일반적인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는 영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를 구원한다는 것은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이었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수치심을 직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앎’과 ‘이해’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유령의 정체가 알고 보니 마른 억새’였다는 오래된 속담이 말해주듯, 직면하고 이해하는 ‘앎의 선순환’ 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도서관에서 마주한 책 ‘8주, 나를 비우는 시간’은 방법론이 아닌 존재론을 말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자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던 내게 ‘존재’의 방식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발견이었다. ‘생각과 느낌은 일어났다 사라지며, 그것에 반응해 행동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선택권은 궁극적으로 당신 자신에게 있다’ ‘마음챙김은 비난하지 않고 관찰하며 자기 자신을 애정으로 대하는 것이다’와 같은 문장은 스스로를 비난하고 채찍질하던 나의 존재방식을 돌아보게 했다. 잘 해내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저주하던 나의 태도는 너무나도 모순적이었다. 8주간의 MBCT 프로그램을 따라가며 서서히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친절을 회복할 수 있었다. 두려움과 수치심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비움은 곧 채움으로 이어졌다. 명상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던 중 김정호 교수의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책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책은 막연하게 여겼던 명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명상이 중요한 심리학적 근거, 집중명상과 마음챙김명상의 차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명상법 등 그동안 가져왔던 의문들을 기다렸다는 듯 풀어줬다. 처음으로 공부의 즐거움을 느꼈다. 

발길은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울심리지원동북센터로 향했다. 김 교수가 진행하는 시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수업 중 ‘마음챙김+긍정심리’ 수업을 수강했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쉬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챙김은 보는 것이다. 하지만 쉬고 보는 것만으로는 일상을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결국 욕구와 생각을 쓰면서 일상을 영위해야 할 텐데 이때 유용한 것이 ‘긍정심리’다. 긍정심리를 바탕으로 욕구와 생각을 운용함으로써 건강하고 지혜롭고 따뜻한 나를 양성하는 것이다. 나와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성장하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실체가 없다’는 게 진실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품게 됐다.

그러다 너무나도 우연히 ‘문경 세계명상마을’에서 열린 ‘청년명상힐링캠프’ 참가자 모집 글을 발견했다. 2박3일간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숙식을 제공하며 심지어 무료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없이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청년명상캠프를 개최한 각산 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마음의 속성을 배웠고, 요가와 선무도, 명상수행으로 마음을 비우고 바라봤다.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느낌, 그야말로 힐링캠프였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하는 시간 또한 더없이 좋았다. 순식간에 지나간 캠프의 마지막 날에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늦은 밤까지 잔디밭에 둘러앉아 별을 보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오래도록 무겁게 스스로를 짓눌러온 ‘나’를 내려놓은 채 질문하고, 탐구하고, 연결되고, 내내 미소 짓던 경험은, 앎을 넘어선 체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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