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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상’ 내려놓기

기자명 한산 스님

자기 마음 관찰하는 감사일기
마음균형 잡아주는 좋은 방편
선행도 상대 반응 기대했다면
사랑 아닌 자만심임 알아채야

‘지금 여기 감사일기’라는 책을 낸 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책 소개와 함께 감사일기란 무엇인지,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100일간 감사일기와 분노일기를 쓰면서 지금 여기서 감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책 내용의 핵심이다. 몇 년간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사한 마음을 알아차리며 살고 있지만 아상을 내세우며 감사한 마음을 놓치는 나를 늘 발견하고 더욱 겸손해진다.

이미 있는 그대로 완전함을 깨닫고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추가하는 것은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현대인에게 감사일기는 잘 맞는 수행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일기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경우,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며 생각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 쓰면 효과가 좋다. 또 자기의 생각만 옳다는 고집, 부정적인 방향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마음을 균형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감사일기 쓰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감사일기만 쓰는 것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하는 힘이 약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용타 스님의 ‘나지사 명상’을 차용해 100일간 감사일기와 함께 분노일기도 같이 쓰도록 책을 구성했다. 

분노일기는 ‘구나, 겠지, 감사’의 형식으로 일기를 쓴다. 화가 날 때 ‘~구나’ 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수용한다. ‘~겠지’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며 이해한다. ‘~감사’로 더 나쁜 상황이 되지 않았음을 감사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도 관점을 바꾸며 감사함을 발견한다. ‘나는 맞다, 옳다’는 견고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역경계도 한순간에 순경계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분노일기는 사실 감사일기의 다른 형태기 때문이다.

감사일기를 혼자 쓰면 감사의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확장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닥치는 경우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감사일기 쓰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쓰며 명상하고 마음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통영에서 감사일기와 명상을 접목한 명상 클래스를 운영하다가, 세첸코리아에서 ‘100일 감사일기’, 홍대선원에서 ‘일상다감사 1박2일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특히 무여 스님과 함께 꾸려나간 템플스테이는 감사일기와 분노일기를 함께 쓰고 진솔한 마음을 나누며 다양한 명상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나 또한 템플스테이 참여를 인연으로 출가의 길을 걸었기에 참가자들에게 더 정성을 다하게 된다.

한 참가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냐고 물으면 항상 미국여행을 떠올렸는데, 이제 템플스테이를 말할 것 같다고 해서 큰 감동을 주었다. 1박2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한 사람의 마음이 크게 움직일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움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부모님을 위해 좋은 것을 사 드리고 멋진 곳으로 모시면서 헌신을 해도 부모님은 자신의 마음을 고마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무시한다며 속상하고 화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었다. 그런데 참가자들과 각자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성향과 취향이 다르고, 나에게 좋은 것이 타인에게도 당연히 좋다는 생각은 오해며 착각이라고 깨달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걸 상대방에게 준 뒤 대가, 관심, 인정받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금강경(金剛經)’에서 말하는 최상의 보살행이자 공덕행은 주었다는 상(相)에 머무르지 않고 걸리지도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다. 감사의 마음이 일어날 때도 ‘내가 감사해하니까 너도 고마워해야 한다’라는 상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자만심을 키우는 길이 될 수 있다. 감사상(感謝相)을 내려놓으며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살아가길 발원한다.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686호 / 2023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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