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마 ‘불이선’ 경지 담아낸 추사 난초그림 보물된다

  • 성보
  • 입력 2023.06.27 17:33
  • 수정 2023.07.06 13:43
  • 호수 1687
  • 댓글 1

6월27일 문화재청, 조선시대 불화·동종·전적 등 4건 지정 예고

추사 김정희가 유마거사의 불이선 사상을 담아낸 난초 그림을 비롯,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제작시기와 제작동기 등을 정확히 알 수 있어 연구가치가 높은 불화와 동종, 불경이 국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6월27일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인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와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 등 조선시대 유물 총 4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는 10대 때부터 묵란을 즐겨 그렸던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난초를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이 작품은 화면 가운데 옅은 담묵으로 난초를 표현하고, 주변에는 제발(題跋·그림의 제작 배경, 감상평 등을 기록한 것)을 4군데에 썼다. 회화사에서 보기 드문 높은 격조(格調)를 담긴 이 글은 여러 서체를 섞어 쓴 점도 특이하다.

문화재청은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녔고, 인장을 통해 전승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機張 古佛寺 靈山會上圖)’는 화기(그림의 제작동기·제작자·제작시기·봉안처 등의 정보가 담긴 기록)를 통해 1736년(영조 12년)으로 제작 시기가 명확히 밝혀진 불화다. 특색 있는 머리 모양, 여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고 안정적으로 구성된 구도와 배치, 채도가 낮은 적색과 녹색의 강한 대비 등으로 볼 때 경북지역, 특히 팔공산 일원에서 활약한 의균(義均) 스님 등 화승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순간을 비단 바탕에 표현했다. 꽃잎형 광배를 갖추고 불단 형식 대좌에 결가부좌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지장보살 등 8위의 보살과 사천왕, 십대제자 등의 권속들을 위계와 역할에 맞게 좌우로 배치했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형식은 보통 19세기 경상도 일대와 서울, 경기도에서 제작되는 후불도(불상 뒤에 거는 불화)의 한 유형이지만, 이번 불화는 제작시기가 그보다 앞선 18세기 전반”이라며 “이러한 형식을 가진 후불도의 최초 제작시점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또 “석가모니불 신앙과 아미타불 신앙의 융합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조선 후기 불화의 형식과 신앙 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라며 “도설(그림을 곁들여 설명함)된 내용과 화기에 기록된 화제가 일치해 18세기 전반 영산회상도 도상 연구의 기준이 되기에 보물이 될 가치가 있다”고 지정 이유를 밝혔다.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

‘파주 보광사 동종(坡州 普光寺 銅鍾)’은 주성기(鑄成記·종의 제작 배경·제작자·재료 등의 내용을 담은 기록)를 통해 천보(天寶) 스님이 청동 300근을 들여 1634년(인조 12년) 제작하였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동종이다. 중국종의 형식에 우리 고유의 미감을 반영한 조선 전기(15~16세기) 동종의 새로운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세 줄로 만든 횡대로 종 몸체가 상단과 하단으로 나뉘는데, 상단에는 분할주조방식을 엿볼 수 있는 형틀 분리의 모습이 보인다”며 “하단에는 반듯한 해서체로 적은 주성기가 보이는데 이를 통해 동종의 제작연대와 목적, 봉안 지역과 사찰, 발원자와 후원자, 장인과 재료 등 중요하고 다양한 내력이 분명하게 확인되어 사료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천보(天寶) 스님의 마지막 작품으로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예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조선 후기 동종 제작기법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료”라고 밝힌 문화재청은 “원 봉안처를 떠나 옮겨지는 일이 많은 다른 동종들과 달리 최초 봉안처에서 온전히 그 기능을 수행하며 잘 보전되어 온 점에서 역사성도 인정돼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佛祖三經)’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佛祖三經)’

부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佛祖三經)’은 원나라 판본을 바탕으로 1361년(공민왕 10년) 전주의 원암사(圓嵓寺)에서 번각한 목판본이다. 불조삼경은 중국 원나라 고승인 몽산덕이(蒙山德異, 1231~1308) 스님이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이 설법한 3가지의 경전을 결집한 불서이다. 불교에서 주는 교훈을 쉽게 설명해 불교를 처음 접하는 초학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경전이다. ‘불조삼경’의 고려시대 판본은 현재 3종만이 알려져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1341년(충혜왕 복위 2년)의 정각사 판본, 1361년(공민왕 10년) 전주 원암사에서 간행된 판본 및 1384년(우왕 10년)에 간행된 판본이 현존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은 이미 보물로 지정된 타 소장본보다 인쇄 및 보존상태 등 선본(善本)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등 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두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