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찰 순례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방법

기자명 황산 스님

기도에 심취하면 삼매 체험도
참여자 신심 고양·만족도 증대
기도할 때 올바른 견해 중요해
순례는훌륭한 수행이자 문화

황룡사는 10여 년 전부터 매월 사찰 순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는 순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도입니다. 도량에서 1~2시간씩 기도를 정성스럽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참여자들에게 신심을 불어넣으며 함께하는 염불에서 뭉클한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마치 콘서트에서 가수가 노래할 때 팬들이 같이하며 점점 팬들의 소리가 커져서 가수보다 팬의 소리가 더 우렁차게 울리는 이른바 ‘떼창’이 법당에서도 재현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목표로 하다 보면 법회를 진행하는 자도 함께하는 사람도 기도에 심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깊은 삼매는 아닐지라도 각자의 삼매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될 때 참여자들의 신심은 고양되고 만족도 역시 대단히 높아집니다. 

명산대찰의 대부분은 풍수지리가 좋고 경치도 멋지며 기운도 성성합니다. 대중들과 기도에 심취하기 탁월한 환경입니다. 지난 6월에는 공주 마곡사와 옥천 용암사를 다녀왔습니다. 마곡사에서는 영산전에서 기도하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마곡사의 대광보전과 대웅보전도 좋으나 영산전 역시 기도처로 영험하다는 소문이 있는 곳입니다. 사찰의 배려로 80분 동안 혼신으로 대중들과 기도에 흠뻑 취했더니 모두 환희로워하셨습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법당 안의 기도 열기는 청량감마저 들었으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까요? 

순례에서는 찬불가도 충분히 이용합니다. ‘보현행원’과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는 부르면 부를수록 진하고 묘한 감동에 휩싸이게 됩니다. 대웅전이나 중요한 법당을 참배할 때는 삼귀의를 시작으로 반야심경, 정근, 찬불가를 참배 중에 잠깐씩 같이하면 그것만으로도 신심이 가득합니다. 

오전에 한 사찰에서 기도하면 오후에 참배하는 절에서는 기도를 오래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옥천 용암사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아름다운 도량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가파르게 올라야 하고 특히 마애 미륵불까지는 적지 않게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순례단의 평균연령이 적은 것이 아니기에 걸어가는 길은 되도록 피해 왔지만 마애 미륵불은 충분히 오를 수 있겠다 싶어 참가자 모두 함께 올라 기도하였습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미륵존불’ 정근을 하며 모두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즉석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올바른 견해입니다. 지금 이 순간 반드시 깨달음을 얻어서 만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정근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에 대한 인연으로 잡다한 생각들이 오고 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오로지 여기에만 집중하여 ‘미륵존불’을 염불하시기 바랍니다. 소리를 크게 내어야 합니다. 소리를 귀로 들어가며 그 소리에만 집중하십시오. 이 앞의 큰 바위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고 마애불상은 부처님의 사리임을 인증하는 도장과 같습니다. 부처님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들어와 자신의 본성을 일깨워 주실 것입니다. 저 경치를 보십시오. 드넓게 보이는 저 경치도 모두 부처님입니다.”

정근에 집중하자 대중들의 소리가 점점 커져 커다란 기운이 형성되었습니다. 2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은 순식간에 함께하는 이들이 각자 삼매를 체험케 해주었습니다. 이번 순례에서는 날씨도 한몫을 담당했습니다. 때때로 구름과 바람이 오가며 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알고 보면 산사는 비가와도 좋고, 흐려도 좋으며, 안개가 자욱해도 좋습니다. 도량이 다 해 준다는 말은 우리 사찰에 딱 맞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순례는 특별히 누군가 가이드를 하거나 기도를 이끌지 않아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재료가 좋을 때 요리도 기대 이상의 맛이 나오듯 순례자들에게 부처님의 근본 교리로 생활 속 마음가짐을 일깨우고 순례 도량에서 기도에 심취해 본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입니다. 
성지순례는 예로부터 훌륭한 수행이며 불교 문화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이 순례를 진행하거나 계획하는 분들과 작은 소통이 되길 바랍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