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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선종사 연구 대가 민영규·호적 서신 7통 첫 공개

  • 교학
  • 입력 2023.07.05 17:13
  • 수정 2023.07.06 13:18
  • 호수 1688
  • 댓글 0

박영환 동국대 교수, 6월9일 미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서 발표
민 교수, 호적 연구 계승 재확인 및 호적 방한 추진 사유 밝혀
“동아시아 선종 법맥 규명 위한 두 거장 노력 서신에 묻어나”

‘하버드 옌칭도서관 소장 한국 불서 귀중본의 전래과정과 특징(민영규와 독일인 페졸트 소장본을 중심으로)’ 강연 포스터
‘하버드 옌칭도서관 소장 한국 불서 귀중본의 전래과정과 특징(민영규와 독일인 페졸트 소장본을 중심으로)’ 강연 포스터

박영환 동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서여 민영규(1915~2005) 전 연세대 교수와 선학 연구의 대가인 호적(胡適·1891~1962) 선생이 주고받은 서신 7통을 최초로 공개했다. 서신을 통해 서여의 한국선종사 연구가 상당 부분 호적의 연구를 계승한 사실을 재확인했고, 호적의 한국방문 추진이 중국선종사 연구를 위해서였던 것도 밝혀졌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에 연구교수(Research scholar)로 방문 중인 박영환 교수가 6월8일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열린 ‘하버드 옌칭도서관 소장 한국 불서 귀중본의 전래과정과 특징(민영규와 독일인 페졸트 소장본을 중심으로)’ 강연에서 한국 불교사학자이자 서지학자, 국학연구 대가인 서여가 근대 중국 철학의 지성 호적과 주고받은 서신 7통을 최초로 공개했다.

박영환 동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박영환 동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박 교수는 “서신들은 호적의 한국 방문 목적과 시기, 방문 예정 장소를 명기하고 있으며, 당시 연세대에서 거교적으로 성대히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며 “1961년 3월 호적의 심장병 발병으로 방한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서신에서 두 사람의 학술적인 관점을 이해할 수 있어 학문적인 계승 관계를 재확인해주는 1차 자료로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서여와 호적은 1954년 12월 하버드대학 윌리엄 홍(洪業) 교수의 집에서 처음 만나 1962년 2월 호적이 병으로 별세할 때까지 학문적 인연을 긴밀히 이어갔음을 이번 서신을 통해 확인됐다.

호적은 돈황에서 발견된 자료를 근거로 불교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인 ‘홍인-혜능-신회-남악-마조’로 잇는 남종선 법맥을 부정하고, 마조가 신라 왕자 출신 무상(無相)의 직계 제자이며 규봉종밀이 무상의 4세 법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세계 불교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렀다. 호적은 평생 선종사를 연구하며 ‘육조단경’도 하택신회가 찬술했다고 주장하는 등 선종 법맥을 구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에 발굴한 서신에서는 서여 또한 호적의 주장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졌고 이를 함께 규명하고자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1960년 7월19일 서신’과 ‘1961년 2월2일 서신’에서 서여는 호적의 연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하택신회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960년 7월19일 서신.
1960년 7월19일 서신.

‘1960년 7월19일 서신’에서 서여는 호적에게 당시 국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조당집(祖堂集)’ 마이크로필름을 제공했다. 서신에는 “천년 전 중국에서 만든 것이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사라진 것을 다시 보내는 것에 마음이 벅차오른다”고 적혀있어 호적의 선종사 연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55년 7월15일 서신.
1955년 7월15일 서신.

호적의 한국방문 추진도 중국선종사 연구의 일환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여는 하버드대학을 떠나기 전인 1955년 7월15일 당시 뉴욕에 거주하던 호적에게 보낸 첫 서신에 함께 찍은 사진을 동봉하며 ‘한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4년 뒤인 1959년 12월18일 당시 백낙준 연세대 총장과 함께 대만을 방문한 서여는 대만 중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던 호적을 만나 정식으로 한국방문을 요청했다. 호적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으나 1960년 한국의 4·19혁명으로 방문이 1년 연기됐다.

1961년 2월2일 서신.
1961년 2월2일 서신.

‘1961년 2월2일 서신’에서는 호적의 방한 후 일정이 상세히 논의됐다. 서신에 따르면 호적은 서울에 도착한 후 열흘 동안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와 한국 선종 사찰 송광사 및 경주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후 열흘 이상 호적이 원하는 시간만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세대 도서관에 특별 연구실을 안배해 놓는 등 방문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세웠다. 하지만 1961년 3월 호적이 심장병으로 쓰러져 방한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1962년 별세했다.

박 교수는 “호적의 한국 방문 추진은 한국과 동아시아 선종사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킬 목적”이라며 “서여의 ‘사천강단’ 등 한국선종사에 관련된 연구가 호적 연구와 밀접히 관련됐음을 서신으로 재확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거장은 서신을 교환하며 끊임없이 중국 선종 법맥 오류에 대해 논의하는 등 선종사 구명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한국선종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선종사를 다시 쓰기 위해 노력한 두 사람의 학문적 열정이 서신에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이번 강연은 하버드대학 한국어 학과에서 7월 중에 다시 발표될 예정이다.

서여 민영규 전 연세대 교수.
서여 민영규 전 연세대 교수.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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