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흥륜사 서편에서 통일신라~고려시대 불교 유적과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7월5일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의 보도에 따르면 경주시(시장 주낙영)와 재단법인 춘추문화재연구원(원장 양인철)이 경주 사정동 흥륜사 서편에서 진행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에서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가 대거 들어있는 철솥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과 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과 관련된 건물지, 담장지, 우물 등의 유적을 발굴했다. 이번 발굴은 문화재청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담긴 철솥은 매납(염원을 갖고 어딘가에 묻음)된 채 발견됐다. 철솥은 지름 65cm, 높이 62cm의 크기로 외부에 4개의 손잡이가 달렸다. 솥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고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확인됐다. 현재 육안으로 판명된 유물은 모두 54점이며, 일부 유물은 부식되어 철솥 바닥 부분에 붙어있는 상태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이 확인될 전망이다.
이번에 수습된 청동 유물과 철솥은 화재나 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은 퇴장(退藏)유물로 추정된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황인호)로 긴급 이관됐고 유물은 향후 과학적 보존처리를 거쳐 심화 연구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과 ‘영묘사(靈廟寺)’로 추정되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 조각, 토기 조각 등도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굴된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 등은 우리나라 금속공예·법구 연구를 비롯해 고려시대 영묘의례 양상을 구명하는 데 유용히 쓰일 것”이라며 “해당 유적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사찰 터에서 청동 퇴장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되는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창녕 말흘리 유적(500여 점)’ ‘청주 사뇌사지(430여 점)’ ‘서울 도봉서원 영국사지(79점)’ ‘완주 화엄사지(47점)’ ‘경주 굴불사지(16점)’ 등에서 퇴장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바 있다.
흥륜사는 고구려 출신 아도(阿道) 스님이 창건한 신라 최초의 사찰로 전해진다. 진흥왕 5년(544년)에 재건됐지만 조선시대 화재로 불타 폐사되었다. 지금의 흥륜사는 1980년 폐사지에 인접해 새롭게 지어졌다.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는 사적 제15호로 지정되어 있으나, 사찰 주변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 이름의 기와가 다수 수습돼 학계에선 ‘영묘사지’로도 본다. 이번 조사에서 건물의 적심(마루나 서까래의 뒷목을 보강하기 위해 큰 원목을 눌러 박은 것)과 담장지 등이 확인됨에 따라 유물이 발견된 곳도 경주 흥륜사지 사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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