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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공심으로 화합과 불교발전 이끌 것”

  • 교계
  • 입력 2023.07.07 11:11
  • 수정 2023.07.08 08:04
  • 호수 1688
  • 댓글 1

급사로 시작해 국장·사무처장·종회의원·학장 등 역임하며 종단 위해 헌신
“집행부 인선 기준은 애종심과 능력…지방교구 활성화 되도록 적극 지원”
“전통 계승하되 구습 떨쳐내고 현시대에 걸맞은 혁신적 종단 운영할 것”

6월27일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한 상진 스님이 서울 종로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으로 향하고 있다.
6월27일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한 상진 스님이 서울 종로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으로 향하고 있다.

태고보우(1301~1382) 국사를 종조로 숭상하는 태고종은 오랫동안 한국불교의 제2종단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2000년 무렵 불거진 내부갈등이 20여년간 이어지면서 종단 위상은 크게 실추됐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정하는 의전 서열은 2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간혹 태고종에 모아진 세간의 시선도 대부분 불미스런 일이었다. 종도들 사이에서는 자괴감이 팽배하고 소속감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태고종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9년 호명 스님이 제27대 총무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고질적인 갈등이 잦아들고 안정세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인해 대내외적 활동에는 제약이 뒤따랐다.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에 대한 종단 안팎의 기대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심과 애종심, 강단과 추진력까지 갖췄다고 평가받는 상진 스님은 호명 스님의 집행부가 순항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던 든든한 지지자였으며, 소리 없이 외풍을 막아줬던 종단의 외호자였다.

지난 4월18일 여법한 선거절차를 통해 총무원장에 당선된 상진 스님은 선거 기간 내내 혁신을 역설했다. 전통은 계승하되 낡은 제도와 구습은 과감히 털어내 현시대에 걸맞게 종단을 운영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화합종단’ ‘지방분권화’ ‘교육사업’ ‘승려복지’ ‘재정자립’ 등은 단순 구호를 넘어 종단의 흥망성쇠가 달린 절박한 과제라는 인식을 종도들로부터 얻어내고 있다.

7월12일 상진 스님의 제28대 총무원장 취임법회를 기점으로 태고종이 도약과 중흥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법보신문이 상진 스님을 만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총무원장 당선 이후 종단 내부 행사 외에도 이웃 종단 지도부를 일일이 찾은 이유는?
“우리는 다 같은 부처님 제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도진 정사, 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과 총무원장 법명 스님, 총지종 통리원장 우인 정사, 대각종 총무원장 만청 스님 등을 만나 그동안 태고종이 불교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을 사과했다. 이제는 전법에 힘을 모으고 불교 발전을 위해 긴밀히 논의·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드렸다. 취임 법회가 끝난 뒤에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총무원장 스님들도 직접 찾아뵐 계획이다.”

▷총무원장이 돼서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많은 분을 만나게 된다.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직접 찾아가 인사드리고 협력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애초 총무원장이라는 소임이 사람 만나고 논의하고 실행하는 일 아닌가.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사람에 의해서지만 답도 사람에 있다. 임기 동안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려고 한다.”

▷오랫동안 종단 전면에 나서기보다 지원 역할을 해왔다. 이제 총무원장으로서 전면에 서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급사부터 시작해 국장, 사무처장, 종회의원, 학장 등 종단의 온갖 일들을 해왔다. 그것이 종단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내게 주어진 이상 그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제 종도들에 의해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이상 우리 종단이 도약하고 한국불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심과 하심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번번이 큰 홍역을 치렀다. 선거 이후 반발은 없나?
“아예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지지를 보내주고 계시다. 선거 과정에서 전국 교구를 찾아다니며 스님들의 제언을 듣고 내가 생각하는 종단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많이 공감하고 종단 미래에 대해 정리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27대 총무원 집행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전 총무원장이신 호명 스님 덕분에 나와 새 집행부가 좀 더 편한 길을 가게 됐다. 그동안 내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종단을 안정화하고 전법의 여건을 조성한 것은 호명 스님을 비롯한 이전 집행부의 공덕이다.”

▷새 집행부 인선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종회 인준을 기다리는 것으로 안다. 이번 집행부 인선 기준과 특징은 무엇인가?
“집행부 구성원이라면 확고한 종단관과 애종심이 있어야 한다. 이전 집행부에서 활동했더라도 유능하고 뜻이 맞는 분들은 함께 했다. 또 젊은 스님을 많이 등용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종단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획실과 비구니스님들의 권익 향상을 모색할 비구니부를 신설했다. 종단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할 사회부와 홍보부 역할도 크게 강화했다. 지역 사찰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사법과 행정적인 애로사항을 지원하기 위한 법무실, 전통사찰과 불교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한 문사팀 등을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취임 후 본격적인 행보로 31개 지방 교구 방문 계획을 꼽은 이유는?
“종단의 변혁은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 될 수 없고 종도들의 역량이 모아져야 가능하다. 그동안 종단 내홍의 주된 원인은 소통 부족에서 비롯됐다. 자주 만나고 서로 대화해야 방관하거나 독단으로 치닫지 않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지방 분권화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고 그것을 실천에 옮길 것이다. 기존 종단 운영 방식으로는 태고종의 확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종무원의 책임의식과 역량이 강화돼야 지역불교가 활성화되고 종단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지방 교구 스님들을 만나 태고종 도약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

직무를 보고 있는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한국불교신문]
직무를 보고 있는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 [한국불교신문]

▷총무원과 지방 교구와는 어떤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보나?
“우리 모두 종단의 일원으로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 행정이든, 민원이든, 소송이든 교구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교구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업무 분장을 하려고 한다. 상황에 따라 총무원에서도 전폭적으로 교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각 지방 교구종무원들이 역량을 키워야 지역불교가 살고 종단이 활기를 띨 수 있다.”

▷종단 소속 사찰들의 분담금 미납 등으로 총무원 예산이 너무 적다 보니 다른 사업을 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총무원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총무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려면 안정적인 재정구조가 선행돼야 한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지만 여러 중진스님들과 논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태고종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어떻게 종단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나?
“종도들이 애종심과 공심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의견이 다르더라도 화합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종단을 욕보이고 분란으로 치닫게 하는 일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종단이 다시 내홍에 휩쓸린다면 우리 종단은 정말 재기가 어렵다. 화합과 정체성 강화의 일환으로 우리 모두 태고보우 국사의 법손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는 학술대회,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지방교구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여법하고 성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직원을 파견해 도울 계획이다. 총무원장인 나를 비롯해 종단 중진스님들도 행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교구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태고종의 결집력과 역량을 보여주는 일들이 지속되면 종단의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지리라 본다.”

▷태고종에 대한 총무원장 스님의 자부심이 강한 것에 비해 종도들은 모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종도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자부심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높여야 한다. 스님들도 외부에 나가서 대접받으려고 할 게 아니라 우리 신도, 우리 지역에서 먼저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스님답게 위의를 갖추어야 하고, 여법하게 말과 행동을 해야 하며,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펼쳐야 한다. 또 내 신도를 존중하고 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곳곳에서 이뤄질 때 우리 종단의 위상과 종단에 대한 종도들의 자부심도 높아질 수 있다.”

▷임기가 끝나는 4년 뒤 어떤 총무원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나?
“태고종을 아끼고 태고종의 위상을 높이려고 애썼으며, 내가 총무원장을 맡아 조금은 우리 종단이 발전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총무원장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종도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우리는 한국불교의 오랜 역사를 이어왔으며 앞으로 전승해야 할 한국불교의 주체다. 태고종이라는 이름 아래 누구나 평등하다. 종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태고종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해 성찰은 필요하지만 누구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종단을 위하는 일이 한국불교를 위하는 일이며, 정토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나는 내 몸이 일그러지더라도 내게 맡겨진 일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종단 중흥의 그 장엄한 길에 종도들 모두 도반이 되어 함께 나가자.”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공심과 애종심, 강단과 추진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공심과 애종심, 강단과 추진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형 편집국장 mitra@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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