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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랑해?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기자명 성진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07.10 14:46
  • 수정 2023.07.10 14:51
  • 호수 1688
  • 댓글 0

‘나 사랑해’같은 습관적 표현은
소통 막는 폭력적 대화에 속해
감정과 욕구 정확히 전달해야
공감과 분명한 행동이 이어져

부부나 연인들이 서로에게 표현하는 습관적 표현 가운데 소통이 아닌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대화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나 사랑해?” “그럼” “얼마나 사랑해?”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당신 내말 듣고 있어?” “듣고 있어” “내가 무슨 말 했는지 말해봐?” “미안해” “뭐가 미안한지 말해봐” 등이라고 한다.

우린 ‘대화’라는 수단을 사용하면 소통을 하고 있다는 착각과 소통이 되리라는 과도한 기대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대화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화의 방법과 목적을 어린 시절부터 배우고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이나 학교 그 어디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대화법이 성적보다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질 못했다. 그래서 ‘소통’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어설프고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대화를 통한 소통은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일방적 수단이나 상대를 판단하려는 목적 또한 아니다. 소통은 각자가 자신의 감정, 느낌 그리고 욕구를 명확히 상대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면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지 친절히 대화로 요구하여 얻어지는 최선의 결과다. 그래서 소통을 하면 서로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국제평화단체인 비폭력대화센터 설립자이자 교육책임자인 마셜 B.로젠버그 박사는 앞에서 말한 “나 사랑해?” 등의 습관적 표현은 사랑스러운 대화보다는 소통을 가로막는 위험성이 있는 폭력적 대화의 범주로 이야기한다. 불교적 관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전달된 느낌(受)의 종합적 인식을 관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누구나 알 수 있는 저울 같은 물리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젠버그 박사는 “만약에 이 대화가 상대의 답을 통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목적이라면 이것은 소통을 위한 대화가 아니다”고 했다. 이런 의도의 대화는 상대를 오히려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만들기에 폭력적 대화라는 것이다. 소통을 원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느낌을 먼저 전달해야 하고 그래야 감정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을 “나 사랑해?”라고 했다면 표현을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 우울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들어, 퇴근할 때 당신이 꽃을 선물해주면 나는 너무 행복하고 사랑받는 느낌이 들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현재 감정과 욕구를 명확히 전달하는 대화를 해야 상대는 공감하고 분명한 행동으로 이어져 서로가 행복감을 느끼는 소통이 된다.

많은 부부가 서로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내 말을 듣고 있어?” “그래”라고 답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답답해한다. 어떤 젊은 부부는 10분이 넘게 서로에게 이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불교의 경전은 부처님과 제자들의 대화를 제3자가 듣고 정리한 것이다. 대화의 기록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경전에서 대화의 시작은 먼저 상대에 대한 찬탄과 감사한 느낌을 먼저 표현하지 바로 질문하지 않는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보살들을 잘 보호해주시며 보살들을 잘 격려해 주십니다.” 그리고 명확히 대화를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을 세세하게 질문한다. 그러면 부처님은 바로 답하시는 게 아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보리여~”라고 감정적 동화를 먼저 표현하시고 대화를 이어가신다.

사찰에서 법문을 듣기 전 입정이라는 의식을 먼저 한다. 그것은 과거의 마음이나 감정, 생각을 정리하고 오로지 지금 자신의 오감을 통해 얻어지는 의식만을 인지한 채 가르침을 듣기 위해 문을 여는 것이다. 마치 때를 씻기 위해 목욕탕에 옷을 벗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경전의 대화방법과 입정의식을 참고한다면 대화가 소통으로 이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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