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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대중화엔 몽산선보다 대혜선이 적합”

  • 교학
  • 입력 2023.07.17 09:29
  • 수정 2023.07.18 13:18
  • 호수 1689
  • 댓글 1

오용석 원광대 연구교수, 종학연구소 발간 '종학연구' 9집서 주장
좌선 위주 몽산선보다 일상생활 속 참구 가능한 대혜선이 적합

오용석 교수는 현대인에 맞는 간화선은 생활선 성격인 대혜스님의 선이라고 주장했다.[법보신문DB]
오용석 교수는 현대인에 맞는 간화선은 생활선 성격인 대혜스님의 선이라고 주장했다.[법보신문DB]

현대인들에게 몽산덕이(1231~1308·이하 몽산) 스님의 간화선보다 대혜종고(1089~1163·이하 대혜) 스님의 간화선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집중과 선정을 중시해 긴 시간 좌선이 불가피한 몽산 스님의 선(禪)에 비해 대혜 스님의 간화선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종학연구’ 제9집(동국대 종학연구소 간)에 게재한 ‘화두가 의심되는가, 화두를 의심하는 자가 의심되는가-대혜종고와 몽산덕이의 간화선을 중심으로’에서 제기됐다.

조계종이 핵심 종책의 일환으로 ‘K-명상’ 대중화를 제시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 교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간화선의 종류를 제시했다.

오 교수는 “참구법의 변화에 따라 현대의 간화선이 어려워졌다는 문제의식에서 논문을 작성했다”며 “몽산선은 긴 시간 좌선을 요구해 재가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 한국불교의 간화선이 출가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간화선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한 오 교수는 “대혜 스님은 신분, 성별, 나이, 학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일상생활 움직임[動中]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간화의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대혜 스님은 뜻이 없는 무의어(無意語)인 화두와 기승전결을 갖춘 공안을 구분했다. 반면 몽산 스님은 공안과 화두를 같은 맥락으로 사용했다. 예컨대 대혜 스님은 ‘쥐가 쇠뿔 속에 들어가 다시 나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태’로 유도해 의정을 생성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몽산 스님은 ‘고양이가 쥐를 노리듯’이 화두참구 할 것을 요구하고 화두에 수수께끼 같은 의미를 부여해 의정을 돈발하도록 유도했다.

대혜 스님은 무의어 화두에서 의심을 일으키는 것이지 의미가 있는 공안에서 의심을 일으키는 것은 삿된 마귀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몽산 스님은 “‘쇠로 만든 비’나 ‘나귀 매는 말뚝’과 같이 화두로 생각을 막지 말라”며 대혜 스님의 사상을 반박했다. 대혜 스님이 제창한 무의어 화두는 이후 몽산 스님에 의해 유의어(有意語)의 화두로 전환됐고, 이는 화두에 대한 몰입과 집중을 요구해 대혜 스님이 주장한 것과는 다르게 좌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중국과 일본에선 ‘무문관’이 주로 간행됐지만 한국에선 예로부터 ‘몽산법어’가 많이 읽혔다”며 “몽산 스님과 한반도의 선수행자 간에 교류도 많았기에 우리나라가 대혜선보다 몽산선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간화선은 출가자에게나 적합한 수행법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것은 간화선을 처음 확립한 대혜 스님의 의도와 거리가 멀다”며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간화선은 고양이가 쥐를 잡듯 하나의 화두를 물고 늘어지는 몽산선이 아닌 질문자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회광반조(回光返照)하는 대혜 스님의 간화선”이라고 주장했다.

박건태 기자 pureway@beopbo.com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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