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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행온(saṅkhāra-khandha)

행하고자 하는 의도·욕구 등 모든 심리현상

걸으려 할 때 걷듯, 행은 특정 행위로 안내하는 마음작용
어떤 행위 앞서 뇌파 급격히 활성화…‘행’의 과학적 입증
마음 일어날 때도 행이 선행…그런 행의 축적이 바로 행온

오온(五蘊)의 네 번째 요소인 행온(行蘊, saṅkhāra-khandha)은 심리현상들(mental formations)의 무더기이다. 

행온은 무언가를 행하고자 하는 의도, 욕구, 바람 등의 모든 심리현상들을 나타내며, 업(業)을 일으키는 형성력이 된다. 예로써, 눈[眼根]으로 무언가를 보았을 때 좋거나, 싫거나, 무덤덤하거나 하는 느낌[수(受)]이 들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개념화하여 인식[상(想)]하면, 좋은 것은 가지고 싶고, 싫은 것은 멀리하고 싶은 의지[行]가 일어난다. 이렇게 생성된 의지[行]에 따른 마음[識蘊]이 일어나고, 보통은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행온은 행(行)의 무더기이다. 오온의 체계에서 수온과 상온이 행온과는 별도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수온과 상온도 행온에 포함된다. 다만 느낌[수온]과 인식[상온]이 마음을 만드는 데 매우 크게 작용하는 심리현상[행온]이기에 붓다가 이 두 가지를 별도로 설정한 것일 뿐으로 짐작한다. 이런 의미에서는 수온(受蘊)·상온(想蘊)·행온(行蘊)은 모두 마음[식온(識蘊)]이 일어나는 것을 돕는 심리현상[마음작용(心所)]들이다. 그런 마음이 나의 몸[색온(色蘊)]에서 일어나기에 붓다는 오온[색온·수온·상온·행온·식온]을 나를 구성하는 전부라고 보았다. 

행(saṅkhāra)은 통상 의도(cetanā 思)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행은 의도(思)를 필두로 하는 수많은 심리현상들을 의미한다. 즉, 오온 체계에서 수·상·식을 제외한 모든 정신작용은 모두 행에 포함한다. 

주로 스리랑카, 미얀마에서 전래(傳來)되고 있는 상좌부불교(上座部佛教 Theravada)에서는 52가지의 마음작용(心所)이 있다고 설한다. 일부 예를 들면 모든 마음이 일어날 때 반드시 함께하는 ‘대상과의 감각접촉[觸], 느낌[受], 인식[想], 의도[思], 집중[心一境], 생명기능[命根] 및 대상에 주의를 기울임[作意]’이 모두 행이며, 해로운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탐욕, 사견, 자만, 성냄, 질투, 인색, 후회, 어리석음, 양심 없음, 수치심 없음, 들뜸 등도 모두 행이며, 아름다운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믿음[信], 알아차림[念 sati], 양심, 수치심, 탐욕 없음[不貪], 성냄 없음[不嗔] 등도 모두 행이다. 이들 가운데 느낌[受]과 인식[想]은 마음[識]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기에 각각 수온과 상온으로 따로 설정되었고, 나머지 50가지 심리현상들을 행(saṅkhāra)으로 들고 있다. 이 중에도 특히 의도[思]가 행의 주요한 심리작용이기에 행은 의도라고 설명한다. 

상윳따니까야 ‘삼켜버림 경(Khajjanīya-sutta S22:79)’에서 붓다는 행(saṅkhāra)을 이렇게 설명한다. “형성된 것을 계속해서 형성한다고 해서 심리현상들이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형성된 것을 계속해서 형성하는가? 물질[色]이 물질이게끔 형성된 것을 계속해서 형성한다. 느낌[受]이… 인식[想]이… 심리현상[行]들이… 알음알이[識]가 알음알이 이게끔 형성된 것을 계속해서 형성한다. 비구들이여, 그래서 형성된 것을 계속해서 형성한다고 해서 심리현상들이라 한다.” 심리현상들이 계속 형성될 뿐 아니라 오온[色, 受, 想, 行, 識] 전체가 계속 형성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면서 흘러간다[천류(遷流)]고 붓다는 설한다. 즉, 오온이 사실은 전부 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를 ‘행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색·수·상·식의 4온은 행에 비교할 때 형성되고 천류하는 힘이 작고, 반면에 각각 물질·느낌·인식·알음알이라는 특성을 뚜렷이 나타내기에 그들을 따로 분리하여 ‘나’를 ‘오온’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붓다의 가르침은 불멸 후 2500여년 동안 시대 상황과 지역 풍토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취한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를 포함하는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조건에 따라 변화하면서 흘러간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모든 형성된 것[諸行]들은 항상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가[無常]. 여기서 형성하는 힘이 행이다. 붓다는 여기에 주목했다. 형성하는 힘, 즉 행을 초래하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여 생겨나며[인연생기(因緣生起)], 조건이 달라지면 변한다. 연기이기에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는 것은 모두 괴로움이다[일체개고(一切皆苦)].

뇌과학으로 보자. ‘의도[思]’로 대표되는 행은 어떤 행위 전에 반드시 선행한다. 의도가 없는 행위는 없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하면 행은 특정한 행위로 안내하는 마음작용이다. 어떠한 행이 선행하느냐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행위가 따른다. 걸으려는 의도가 있으면 걷는 행위가 따르고, 손가락을 움직이려는 의도가 있으면 손가락을 움직인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해로운 마음이나 아름다운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무의식적으로 의도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 의도를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의도가 의식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그것은 마음[識]이 되었다.

어떤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뇌파를 측정해보면 행위 직전에 뇌파가 급격히 높아진다. 그런데 사실은 이 뇌파가 꽤 오랜 시간 전부터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다. 어떤 행위를 해야겠다는 의도를 의식적으로 느끼기 전에 이미 뇌는 그 행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어떤 마음이나 행동이 겉으로 일어나기 전에 이미 우리의 뇌는 내면적으로, 무의식 수준에서 그 행위를 위한 준비하는 의도가 선행한다는 것이다. 이 뇌활성에 해당하는 뇌파를 과학자들은 ‘준비 뇌파’라고 한다. 붓다는 그것을 ‘의도[行]’라고 하였다.

실험증거를 보자[참고그림]. 실험대상자에게 시계바늘이 ‘5’에 오면 스위치를 누르게 하였다. 행위가 끝난 후 언제 누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피험자는 ‘시계바늘이 4에 왔을 때 스위치를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뇌파를 측정해보면 스위치를 누른 시점보다 약 1.8초 전에 뇌활성이 시작되어 서서히 커지다가, 스위치를 누르기 직전(약 0.2초 전)에 급격히 커짐을 보여준다. 스위치를 누르기 약 0.2초 전에 ‘눌러야겠다’는 의식이 생겼고, 그보다 훨씬 전(약 1.8 초 전)에 이미 뇌는 행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준비과정이 행위를 형성하기 위한 행이다. 행위뿐 아니라 어떤 마음이 일어나기 전에 그 마음을 형성하는 행이 선행한다. 그런 행들이 축적된 것이 행온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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