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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탈종교화 시대 대응 포교전략 시급”

  • 교계
  • 입력 2023.07.21 15:31
  • 수정 2023.07.26 08:32
  • 호수 1690
  • 댓글 2

조계종 미래본부, 7월20일 ‘교구활성화 방안 모색’ 첫 연찬회
덕문 스님 “본사주지 역량으로만 한계…종단 차원 대책 필요”

코로나 엔데믹 이후 더 심화되고 있는 지방소멸과 탈종교화 문제는 한국불교계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제37대 집행부의 핵심종책을 전담하는 미래본부가 7월2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대회의실에서 첫 연찬회를 열고 시대변화에 따른 포교전략 수립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종단발전과 교구활성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에서 “교구본사 발전이 곧 종단 발전”이라며 “본사주지 개인 역량으로는 지방소멸·탈종교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종단 차원에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덕문 스님은 미래본부의 테스크포스(TF)인 교구활성화 공동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덕문 스님은 코로나 펜데믹이 종교의 위기를 앞당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2021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비종교인이 가장 호감을 가진 종교는 불교라고 답했지만, 정작 젊은 층(19~29세)의 호감도는 불교가 최하위”라며 “한국 사회에서 이미 불교 인구는 1980년대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신도(인구) 절벽에 봉착하면 사찰 재정 기반이 위축되고 스님 없는 전통사찰도 다수 등장할 것”이라며 한국불교 현실의 심각성을 짚었다.

때문에 스님은 “이제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SWOT(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분석을 통해 한국불교 현실을 낱낱이 파악했다. 스님은 오랜 역사와 높은 인지도, 풍부한 문화재, 사찰의 잘 보존된 자연환경, 수행과 신앙의 중심가치 보존 등을 불교의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디지털 전환 미흡, 본사 종무행정 역량 미흡, 리더십 부재, 다양한 포교신행 프로그램 부재, 대부분 사찰 산중에 위치, 사회적 기여도 약화, 열악한 재정은 약점으로 분석했다.

교구본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종단 장기 전략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스님은 “화엄사가 있는 구례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자연 조건을 갖췄고, 여느 사찰에 뒤지지 않는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순천·남원·광주 등 주변 대도시와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지리적 약점이 있고, 구례군 인구도 2만4000여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화엄사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스님은 “자연 역사 문화 환경 활용” “지역 친화” “새로운 전형의 신행활동 제공” “전국민 대상 프로그램 개발” 등이 있다고 전했다.

스님에 따르면 화엄사는 구례 농민회와 협약을 맺고 2006년부터 17년째 모내기·벼베기 행사를 공동 진행중이다. 또 지역 사회단체가 내세우는 현안을 공유하고 정부 또는 행정기관과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국립 공원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 지리산 미래포럼, 성삼재 도로전환 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에게 공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중재자 역할은 물론 지역 아픔이 있는 곳에 함께 늘 동행하는게 화엄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 군민이 아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도 주요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화엄사의 어린이·청소년 법회 참석자 50~70명 가운데 30%는 부모의 종교가 불교가 아니”라며 “그러나 자녀들이 깨끗한 자연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역사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화엄사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가족 모두가 사찰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고 했다. 화엄사는 홍매화 사진 콘테스트, 모기장 영화제, 세계 요가의 날 기념 요가대회, 화엄문화대축제 괘불재 등의 축제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전형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하우가 있더라도 교구본사 운영을 주지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하며, 교구본사가 제대로된 정책을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종단 차원의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덕문 스님은 “교구 운영의 전체적 조율을 위한 종합적인 종무행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미디어 홍보를 위한 종단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본사 종무원들의 교구 운영능력 제고를 위한 종합적 대안이 필요하다” “광역 도시별 연합 활동을 통한 대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등등 교구본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언했다. 

연찬회에는 조계종 미래본부 교구활성화 공동추진단장 지현 스님(조계사 주지)을 비롯해 총무부장 호산, 기획실장 성화, 호법부장 현민, 사업부장 주혜, 교육원장 직무대행 지우,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보인,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포교연구실장 법정,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원명,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 스님과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 사무국장 지안 스님이 참석했다. 총무국장 향림 스님을 비롯한 국장단 스님들과 윤승환 총무차장을 비롯한 차장단 등도 함께했다. 

미래본부 교구활성화 공동추진단장 지현 스님은 “중소도시나 작은 시골의 사찰들은 참 심각하다 느끼고 있다”며 “어른들 돌아가시고 나면 중요한 고찰들, 전통사찰들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다”고 공감했다. 이어 “오늘 연찬회가 기회의 발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부장 호산 스님은 “방안에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낼 경우에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서 그 누구도 먼저 앞장서서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오늘 연찬회를 시작으로 종단 변화 발전을 위한 방안이 지속적으로 모색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신 혁명시대에 불교가 그 역할을 다하는데 최적화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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