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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와 자리이타의 거울 보기

기자명 명오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3.07.24 13:25
  • 수정 2023.07.25 11:35
  • 호수 1690
  • 댓글 6

부처님이 라운존자에게 물었다. “사람은 무슨 이유로 거울을 쓰는가?” 라운은 “얼굴이 깨끗한지, 깨끗하지 않은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처님은 “그렇다. 만약 네가 장차 몸으로 업을 짓고자 할 때, 반드시 그 몸으로 지을 업을 관찰해야 한다. 이 몸으로 지을 업이 깨끗한가, 깨끗하지 않은가, 나도 위하고 남도 위한 일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내가 이 몸으로 지을 업은 깨끗할 것이나 자신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 일이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할 것으로 생각되거든, 마땅히 지으려는 업을 그만두어야 한다. 만약, 이 몸으로 짓는 업은 깨끗하지 않을 것이나 자신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 일이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과보를 받게 할 것으로 생각되거든, 마땅히 지으려는 업을 행해야 한다”고 설했다.

이 이야기는 인과응보와 자리이타라는 법의 거울을 보고 행동하라는 경전의 말씀이다. 자신이 의도하는 행위가 초래할 결과를 충분히 생각한 후에 행동하면 사전에 악행을 방지하거나 악업을 줄일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부처님은 몸으로 짓는 업뿐만 아니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업도 마찬가지로 잘 관찰하여 깨끗이 하고 또 깨끗이 하기를 당부한 것이다. 

거울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물건이다. 사람들이 맵시를 꾸미는 데 가장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영과 성찰, 각성을 상징하는 거울은 인간의 윤리적 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대형 거울이 비치된 방에서는 거울이 없는 방의 학생들과 달리, 사탕을 하나씩만 갖으라는 지시를 대체로 잘 따랐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거울은 양심이 되고 감시자가 되어 악행을 저지하기도, 마음에 붙은 때를 없애는 역할도 한다. 이렇듯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각의 매개가 법의 거울이다. 

우리는 사회의 정의 실현과 질서 유지를 위한 많은 법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의 권리와 의무, 행위에 관한 기준도 인과응보와 자리이타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정이든 마을이든 학교든 회사든 국가든, 각각 서로에게 유익한지 손해인지가 화제이고 문제가 된다. 자신의 이익에만 매몰된 판단과 결정은 나쁜 과보가 전제되어 있다. 권력으로 법을 이기고, 폭력과 사기, 음주운전과 마약, 방임과 태만, 타인과 세상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양산되는 무수한 일들이 부지기수다. 책임 없는 부와 명예·인기를 누리던 이들의 몰락을 우리는 수없이 보면서 살아간다. 

지금 대한민국은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상태에 있다.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나라의 윗분들은 연일 부적절한 언행으로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윗분들이 수해 현장을 가면 여전히 의전이 최우선이다. 그들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앞뒤 생각 없이 웃는 얼굴을 하다가 공분을 사기 일쑤다. 수해 중에 골프를 친 시장님은 괜한 트집이라며 큰소리치고, 이 물난리 통에도 물에 흠뻑 젖는 공연을 마친 가수는 날씨가 완벽했단다. 뒤늦은 사과와 거액의 기부로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인이든 재벌이든, 연예인이든 인플루언서든,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개개인 모두가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 그 파장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다. 개그가 따로 없는 해명과 사회적 책임이라고는 없는 위선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우리는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를 비춰 보고, 전생과 내생도 생각하게 된다. 현재의 생각은 과거와 미래가 모두 연관되어 있다. 작은 행위도 법을 거울삼아 행동해야 바른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다. 세상과 타인에 대한 오해를 자각하고, 올바른 세계관과 인생관을 가질 수 있다. 나와 남을 분리하지 않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명오 스님 sati348@daum.net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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