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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걸음걸음에 마음챙기는 걷기명상-1 

기자명 일중 스님

청소년·초심자에 추천하는 수행법

부처님 당시부터 보편적인 수행
정적인 명상 비해 쉽게 시작 가능
움직이며 키운 집중력, 오래 유지
좌선 전 걷기는 정진에도 도움돼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身念處) 위빠사나명상에는 여섯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가 입출식념 호흡명상이고 두 번째는 ‘네 가지 자세(Iriyapatha)’이다. 네 가지 자세란 행주좌와(行住坐臥)를 말한다. 즉 현재 이 순간 몸이 걷고 있는지 서 있는지, 혹은 앉아 있는지 누워있는지 그 자세 그대로를 분명하게 마음챙기고 알아차리는 명상법이다. 그러니까 네 가지 자세를 관찰 대상으로 하여 하나의 명상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럼 ‘대념처경(D22)’에서 네 가지 자세에 대한 명상법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살펴보자. 

“비구들이여, 비구(수행자)는 걸어가면서(行) ‘걷고 있다’고 꿰뚫어 알고, 서있으면서(住) ‘서있다’고 꿰뚫어 알며, 앉아 있으면서(坐) ‘앉아 있다’고 꿰뚫어 알고, 누워있으면서(臥) ‘누워있다’고 꿰뚫어 안다. 또 그의 몸이 다른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든 그 자세대로 꿰뚫어 안다.”

붓다가 설명한 ‘네 가지 자세(동작) 명상’은 너무나 간략하다. 군더더기 부연 설명이 없다. 그저 행주좌와나 어떤 다른 자세를 취하더라도 그저 그 자세 그대로 분명하게 꿰뚫어 알라고 했다. 이번에는 행주좌와 네 가지 자세 중에서 첫 번째 ‘행(行)’에 대해서 즉 ‘걸음걸음에 마음챙기는 걷기명상’에 대해서 설명해보겠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티 없음 경(A3:16)’ ‘걷고 있음 경(A4:11)’ ‘난다 경(A8:9)’ ‘웨나가뿌라경(A3:63)’ ‘메기야 경(A3:63)’ 등에는 부처님이나 제자들의 경행에 대해서 종종 언급한다. 그것으로 볼 때, 걷기명상은 붓다 당시부터 보편적인 수행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님들은 매일 오전마다 탁발을 나가고 수시로 먼 길을 걸어서 이동한다. 그렇게 움직이는 때가 다 걷기명상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사에 머물 때에도 수시로 걷기명상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걷기명상은 행선(行禪)이나 경행(徑行)이라고 한다. 걸음걸음을 관찰하는 동적인 명상법(動禪)으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걷기명상이다. 움직이면서 마음챙기는 명상법이기에 정적인 명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고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명상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이나 초심자들, 혹은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해 볼 수 있는 좋은 명상법이다. 

걷기명상을 할 때, 수행자가 마음챙기고 관찰할 대상은 대략 3가지이다. 첫째, 발의 움직임이다. 머리나 가슴, 등판이나 손 등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저 한발 한발 움직이는 발에만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둘째,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발의 느낌 감각들이다. 발의 무거움이나 가벼움, 누르는 압박감, 딱딱함 등등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것은 지수화풍 4대의 현상이다. 걷기명상에서 발의 움직임보다도 더 중요한 대상이 사실은 발의 느낌 감각이다. 발의 느낌 감각에서 수행자는 무상 고 무아의 통찰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걷거나 서고자 하는 마음의 의도이다. 초심자가 처음부터 마음의 의도를 보기는 쉽지 않다. 정신물질 현상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심자는 먼저 거칠고 분명한 대상인 발의 움직임과 느낌 감각을 알아차리면 된다. 그러다가 마음이 안정되고 알아차림이 향상되면 마음의 의도도 명확하게 봐야 한다. 왜냐하면 몸이 걸을 때는 반드시 걷고자 하는 마음의 의도가 먼저 있었다. 그 의도가 풍대(風大)를 작용하게 하여 발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공원이나 숲길 등 야외에서 걷기명상을 한다면, 주변 환경에 대한 자각도 필요하다. 걷고 있는 길과 주변 환경에 대해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걷기명상을 많이 하면 다섯 가지 이익이 있다고 ‘경행경(A5:29)’은 말한다. “(긴 도보) 여행을 감내할 수 있고, 정근을 감내할 수 있고, 몸에 병이 적고, 소화작용이 잘 되고, 경행에 몰두하면 삼매에 오래 머물 수 있다.”

그렇다. 움직이면서 키운 집중력은 빨리 풀어지지 않고 오래 유지된다. 그렇기에 좌선 전에 걷기명상을 하면 좌선이 힘을 받아 수행이 잘 되는 경향이 있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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