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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호흡·감사’를 알아차리는 일상

기자명 한산 스님

감사하지도 않는데 감사 표현
거짓·가식으로 느껴질 수 있어
‘척’이든 ‘진짜’든 결과는 동일
감사로 물들면 삶 행복해질 것

알아차림의 중요성은 부처님과 경전, 많은 스승이 이야기해 왔고 나 또한 그 이익을 잘 알기에 만나는 이들에게 자주 언급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알아차려야 할까? 알아차림의 대상 세 가지를 기억한다면 몸과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첫 번째 알아차림 대상은 ‘긴장’이다. 긴장됨을 알아차리는 시간은 참 소중하다. 명상하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 긴장을 많이 하며 사는지 몰랐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긴장하며 산다. 스스로 이완하지 않으면 긴장은 계속 쌓여서 몸과 마음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마, 눈썹, 입 주위, 치아, 혀, 어깨, 가슴, 장기 등 긴장을 하는 부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힘을 뺄 수 있다. ‘지금 어디에 긴장하고 있나?’ 하고 자주 몸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면 긴장이 점점 풀어지고 이완됨을 느낄 수 있다. 몸 어딘가 긴장된 부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곳에 마음을 두고, 애정을 가득 담아 심호흡을 몇 번 하면 이완됨을 경험할 것이다. 

두 번째 알아차림 대상은 ‘호흡’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 우리는 숨쉬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에 한순간도 빠짐없이 함께하는 것이 호흡이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숨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도 얕은 숨을 내쉬며 숨쉬기가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두려운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불편한 상황을 마주할 때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추는 경우가 있으니 스스로 잘 관찰해보자. 하루 10분씩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호흡명상을 하거나, ‘지금 숨을 제대로 쉬고 있나?’ 하며 수시로 호흡을 챙기는 것도 좋은 알아차림 습관이다.

세 번째 알아차림 대상은 ‘감사’다. 잠에서 깨어나 잠들기까지 의식해서 살아가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살게 된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하루 동안의 생각을 기록하는 장치가 있다면 스스로 깜짝 놀랄지 모른다. 내 의지와 상관없고, 진실도 아닌 자기 비하, 혐오, 타인 비판, 분노 등 시비분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감사한 마음이 있나?’ 하고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해석하는지 알아차려 보자. 감사한 마음이 있을 때는 탐심, 진심, 치심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대상이나 마음에 드러나는 생각에 ‘감사합니다’를 진언(眞言)처럼, 염불 외듯이 하거나 하루에 100번, 1000번 횟수를 정해 하는 것도 좋은 수행의 방편이 될 수 있다. ‘감사합니다’를 말하다 보면 그동안 얼마나 감사하며 살지 않았는지,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일상을 감사하게 바라보는 관점이 생김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일상다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감사하지도 않는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거짓이나 가식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평소 우울감과 분노를 많이 느끼는 경우 감사와 긍정의 말이 오히려 불편하고 저항감이 느껴질 수 있다. 불만족한 마음에 무게의 중심이 기울어져 있을 때는 ‘감사한 척’을 하고, 감사한 말을 하며, 감사한 행동을 하는 게 선한 마음을 기르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언젠가 요리연구가이자 기업인인 백종원씨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방송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선한 척, 공익을 위하는 척, 남을 배려하는 척을 하다 보니 그게 자신의 삶이 되었다고 말이다. 기부도 욕먹기 싫어서 하는 척을 했는데, 기부하다 보니 칭찬을 받게 되고 척이 커지게 되면서 척을 하든 진짜로 하든 결과는 똑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감사한 척’을 해보는 건 어떨까? ‘감사합니다’를 말하다 보면 불평불만의 생각도 감사로 물들고, 비난과 혐오의 말도 감사로 물들며, 거친 행동도 감사로 물들어 어느 순간 감사한 마음이 기본 마인드가 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긴장, 호흡, 감사’ 세 가지를 알아차리며 평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발원한다.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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