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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사랑하면 사랑할 것이 없다

  • 불서
  • 입력 2023.07.24 15:47
  • 호수 1690
  • 댓글 0

내가 웃자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도신 지음/담앤북스/240쪽/1만8000원

수덕사 도신 스님 첫 산문집
"내가 웃어야 세상도 웃어”

‘웃을 때 반짝이던 별이/ 웃음을 멈추자/ 빛을 내지 않았다.

별이 다시 빛을 내기 시작한 건/ 내가 다시 웃을 때였다.’ -‘별’ 중에서

책은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조계종 제7교구본사 덕숭총림 주지 도신 스님의 첫 산문집이다. ‘별’은 책의 제목이 된 시로, 시를 넘어 지혜의 사리들이 알알이 배어있다. 삼라만상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의 투영이다. 내가 웃으면 별도 웃고, 내가 울면 별도 운다. 나의 아름다운 미소로 세상을 물들여야 한다는 깨우침이다.

누구에게나 칠흑같은 어둠 속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아픈 경험들이 있다. 그러나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도 덫처럼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터널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스님은 누구보다 오랜 세월 터널에 갇혀 있었다. 출가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터널은 여전해 숱한 방황을 했다. 
 

책은 천신만고 끝에 어둔 터널을 벗어난 이후 얻게 된 마음의 고갱이들이 다. 스님은 웃음을 배웠다. 긴 시간 익히고 닦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되자 나무들이 춤을 추었고, 별들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책은 위대하거나 혹은 아름답거나, 진실된 삶을 살았던 이들의 교훈적인 단문으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스님의 짧은 단상, 그리고 뒤를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시들이 수놓고 있다. 책은 산문집이라지만 시집인지 산문집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많지 않은 산문들 또한 시처럼 운율이 흐르고, 사무치게 가슴에 저며 든다. 스님의 글에는 불교와 세상과 자연과 사람과 일상을 바라보는 수행자의 꾸밈없고 순수한 시선이 담겨 있다. 50여 편이 넘는 글과 시를 차례로 읽다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숨이 쉬어지고 사람과 사물이 사랑스러워진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다. 매일이 기적임을, 매일이 새날임을. 

병 속에 갇힌 새를, 병을 부수지 않고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어둔 터널에서 벗어나 미소로 세상을 밝히고 있는 스님의 산문집에서 찾아볼 일이다.

‘크게 용서하면/ 용서할 것이 없고
크게 사랑하면/ 사랑할 것이 없다.’ -‘바다’ 중에서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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